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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줄요약 독서

감정 동물

inspirit941 2018.03.31 01:08


감정 동물


180329

심리학 중에서도 인간의 감정과 관련된 내용을 다룬 책
인간의 행동에 담긴 심리를 읽고자 하는 시도가 담겨 있음
용두사미 같은 구조. 후반부로 갈수록 불친절한 설명이 아쉬운 책



책의 머리말 때문에 이 책을 완독했다. ‘왜 인간이 감정 동물임을 강조해야 하는가?’ 사람의 행동을 이해하는 데에는 이성적인 원인보다 감정적인 원인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인간의 행동 속에 감춰진 동물적인 본능, 감정적 동기를 파악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소제목도 각각 ‘착각과 환상’, ‘자아와 자기통제’, ‘인간관계와 소통’, ‘정치와 갈등’, ‘미디어와 설득’, ‘학습과 인지’로 광범위한 영역을 다루고 있다.




그 중에 인상 깊게 읽었던 사례가 세 가지 있다.

  
1. 공평한 세상 오류
책에서 제시한 분석이 꽤나 흥미롭다. ‘인간은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아동기의 마술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자라면서 마술적 사고를 억누르는 법을 배울 뿐이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모든 걸 의인화하는 애니미즘이나, 자연이 물리적 법칙과 마찬가지로 도덕적 법칙을 따를 것이라고 상정하는 성향도 여기서 기인한다. 따라서 어떤 사람이 불행한 사고를 당할 경우 ‘자신이 받을 업보를 받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내재적 정의’ 현상이 나타난다. ‘피해자 탓하기 오류’라고도 불리며, 자업자득 또는 뿌린 대로 거둔다는 논리도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끔찍한 일이 누군가에게, 보통 무고한 사람에게 발생할 경우, 사람의 무의식에는 ‘나도 저런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나와 별다를 바 없는 사람이기 때문. 따라서 피해자를 ‘그럴 만한 사람이다 - 그런 결과를 받을 만한 사람이었다’라고 규정해서 마음의 안식을 얻게 된다. 나는 그럴 만한 잘못을 하지 않았으니 불행한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스스로를 안심시키는 방법인 것.

이런 자기최면적 믿음이 때로는 안타까운 형태로 발현되기도 한다. 희망이 절박한 사람들일수록 ‘세상은 공정하다’고 믿을 가능성이 조금 더 크기 때문이다. 세상이 공평해야 ‘나만 노력하면 된다’고 믿고 희망을 가질 수 있기 때문. 정확히는, 자신이 필사적으로 붙잡고 있는 희망이 사라지는 걸 받아들일 수 없기에 현실을 왜곡하려는 시도일지도.

하지만 세상은 절대 공평하지 않으며, 인간이 상정한 도덕적 당위성은 세상 돌아가는 이치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 누군가는 이유 없이 큰 행운을 얻기도 하고, 다른 이는 노력하도고 손해를 입기도 하는 것이 세상이다. 세상이 불공평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타인의 불행을 보고 함부로 원인을 재단하지 않을 수 있으며, 바꿀 수 있는 것들을 하나하나 손볼 수 있다.




2. 자연스러운 게 좋은 거야 - 자연주의적 오류
  
어떤 존재나 현상을 당위로 비약하는 오류를 말한다. 자연은 (신에 의해 창조되었으므로) 그 자체로 완전하며, 이 가정을 바탕으로 공표되지 않은 무언가를 규명하고자 하는 시도를 말한다. 꼭 창조설을 믿지 않더라도,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 옳은 것이므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부여하는 논리가 보통 이에 해당한다. 이를테면, 자연 상태에서 생존을 위해 남성은 경쟁심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했고, 여성은 아이를 돌보는 쪽으로 발전해온 것이 자연의 섭리이므로 여자는 집에서 애를 보고 정치는 남자가 해야 한다는 식의 논리가 자연주의적 오류다.

이러한 오류의 핵심은 ‘자연스러움’이라는 단어가 갖는 애매한 특성 때문이다. 자연스럽다는 표현이 사실 판단이나 가치 판단에 모두 쓰일 수 있기에 발생하는 문제다. 하지만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나쁜 것, 부자연스럽지만 좋은 것도 얼마든지 있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세상에서 ‘자연스러운 것’은 보통 ‘다수가 그렇게 하는 것’으로 인식되기에, 자연주의적 오류는 자칫하면 ‘다수결의 횡포’로도 변질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주장이다.




이외에도 3. 인간의 의지력은 근육과 같아서, 감당할 수 있는 의지력의 역치를 넘어서면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는 주장도 흥미롭다. 히틀러가 군중연설을 저녁에 진행한 이유는 하루의 끝에서 피로를 느끼는 사람들이야말로 저항력이 느슨해져 연설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었다고. 인간은 유혹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에너지를 쏟아야 하고, 인간의 에너지는 한정돼 있기 때문에 ‘의지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풀어낸다.




하지만 읽기 만만한 책은 아니었다. 어렵다기보다는 불친절하다. 부록과 참고문헌을 제외하면 책의 순수한 분량은 350페이지로 많은 편이 아니다. 그런데 책의 소주제는 8개이고, 각각의 이론을 소개하는 페이지는 대략 7~8페이지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주의 환기용 도입부 + 이론 소개 + 사례 제시까지 하고 나면 인간의 심리를 파헤치는 부분은 극히 적다. 그나마 인상 깊었다고 언급한 책 내용은 나름대로 인간의 심리와 감정적 측면을 잘 설명했기 때문에 기억에 남았다. 읽는 입장에서 ‘날림 설명’으로 넘어간 듯 한 내용이 뒤로 갈수록 많아진다.
  
이 책의 구조상, 7~8페이지만으로 심리학 이론을 설득력 있게 풀어쓸 수 없다는 것은 저자도 인지하고 있다. 그래서 설명 말미에 참고자료나 읽어볼 만한 논문을 소개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렇다면, 책에서는 전문 용어를 이해하기 쉽게 서술해 주거나, 대입할 수 있는 사례 위주로 설명해 주는 편이 낫다. 하지만 책의 뒷부분으로 갈수록 전문용어의 친절한 해설이나 사례는 자취를 감춘다. 학자가 논문에서 쓴 글을 그대로 가져오거나 별다른 설명 없이 넘어가는 경우가 태반이다.
  
특히 마지막 장 ‘학습과 인지’는 그 정도가 심하다. ‘왜 인간은 거대한 잠재력을 지닌 존재인가? - 사회 인지 이론’의 설명 부분을 그대로 인용해 보면,
“전통적인 진로 이론들은 개인 특성과 환경이라는 변인을 특질에 기초하거나, 유형으로 보려고 하는 반면에, 사회 인지 진로 이론에서는 상대적으로 역동적이고 상황 특수적으로 볼 것을 강조한다. 또 특질과 유형에 바탕을 둔 이론들은 개인 특성과 환경은 서로 상호작용하지만 행동은 개인 특성과 환경의 결과라고 보는 데 반해, 사회 인지 진로 이론은 밴듀라의 3중 상호작용 모델을 수용해, 개인 특성(내적인 인지, 정서적 상태, 심리적 특징), 외적 환경 요인, 외현화된 행동이 서로 상호작용한다고 본다. 따라서 개인의 진로 발달과 결정은 개인특성과 환경의 단순한 결과물이라기보다는 개인의 의지와 인지적 판단까지 포함된 상호작용의 결과로 간주된다.”
  
추상적이고 학문적인 단어로 점철된 서술은 별다른 보충설명 없이 끝까지 이어진다. 몇 번을 읽어도, 어려운 설명을 쉽게 풀어쓰려는 저자의 노력은 찾아볼 수 없다. 이런 류의 서술은 학술적 글이나 논문에서 충분히 찾아볼 수 있다. 어려운 내용을 쉽게 풀어 쓰려는 노력이 앞에서는 보였으나 뒤에서는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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