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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줄요약 독서

게임의 심리학

inspirit941 2018.02.12 20:56


180205


‘게임’이 빠진 ‘게임의 심리학’책.
인간이 왜 재미를 느끼는지, 몰입을 하게 만드는 심리적 요인을 설명하지만 심리학 요인을 잘 활용한 게임의 사례나 전략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다.

쉽게 읽히는 심리학 서적. 게임 관련 서적이라고 보긴 어렵다.


인간의 행동과 심리, 이면에 있는 욕망을 이해하는 데엔 꽤 유용한 내용이 많았다.
우선, ‘행복의 기원’과 비슷한 맥락으로 인간의 행복을 이해했다. 인간이라는 동물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생존’과 ‘종족번식’ 두 가지 과제가 반드시 필요했으며, 이 과제에 도움이 되는 행동을 할 경우 주어지는 뇌의 보상체계 중 하나가 바로 ‘재미’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놀이’를 하면서 즐거움을 느끼는 이유는, 놀이가 어떤 형태로라도 생존에 필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위험한 상황을 미리 학습함으로써 상황을 판단하고 대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동물에게서도 관측될 수 있는 현상인데, 새끼 사자나 호랑이가 형제끼리 뒹굴고 깨물며 노는 이유도 같은 원리로 설명할 수 있다. 살의를 가지고 깨물지는 않지만, 어떻게 해야 사냥감을 빠르고 효과적으로 제압할 수 있는지를 학습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게임을 재미있게 느끼는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위의 논리로 접근한다면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로는 ‘변화’다. 인간이라는 동물은, 거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주어진 환경에 끊임없이 반응하고 대처하는 존재다. 따라서 변화를 느끼지 못한다는 뜻의 ‘지루함’은 생존에 위험한 반응이기에 싫어하는 쪽으로 진화했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며 감각적 자극을 충족하는 것에 재미를 느끼도록 되었다.
  
하지만 인간은 한편으로는 ‘쾌락적응유의’를 가지고 있다. 즉 환경에 적응하는 동물이기에, 어느 정도 새로움이 익숙해지면 또 다시 새로운 것을 찾고자 하는 습성이 있다. 또한 한 번에 새로운 환경에 너무 많이 노출될 경우 거부감을 느끼는 ‘감각과부하’ 증상도 나타난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게임은 너무 급진적인 형태의 개편을 잘 시도하지 않으며, 보통 ‘새로운 콘텐츠’와 ‘익숙한 인터페이스’를 유지하게 된다.
  
두 번째로는 ‘패턴 발견’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무언가를 인지했을 때 패턴을 찾으려는 본능이 있다. 불확실한 세상을 단순하게 파악하고 이해하기 위해 발달했다고 보는 것이 중론이다. ‘게슈탈트 심리학’이라고도 불리는데, 보기에 따라 여인의 뒷모습처럼 보이거나 할머니 얼굴처럼 보이는 사진이 그 예다. 특히 얼굴의 경우 과거부터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파악해야 했기에, 점 세 개만 역삼각형으로 찍혀 있어도 얼굴처럼 인식할 수 있을 만큼 지각력이 발달했다.
  
패턴을 발견했을 때 인간은 재미를 느끼고, 성취감을 얻게 된다. 비단 게임만이 아니더라도 안 풀리던 수학 문제에서 찾아낸 패턴이라거나 과학 연구에서 규칙을 찾아내는 등의 형태로 인간의 재미와 성취, 나아가 발전에 크게 기여한 원동력이기도 하다. 퍼즐게임이나 아케이드 게임, 캐주얼 게임에서 많이 찾을 수 있는 재미 요인이다.
  
마지막으로는 사회적 교류이다.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집단생활이 필수였다. 따라서 인간은 집단생활을 잘 수행할 때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진화했다. 공감이나 공유, 친밀감 같은 우호적 교류에서 얻는 심리적 안정감도 있고, 경쟁과 비교처럼 타인을 기준 삼아 자신을 비교하고, 우위를 차지했을 때 얻는 만족감도 재미의 범주에 포함된다. 사회적 교류를 통해 집단 내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인정받아야 생존할 수 있었기 때문에,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거나 정서적 교류를 활발히 하는 방향에서 즐거움을 찾게 된다.
  
여기서 파생할 수 있는 하나의 방식이 ‘역할 수행’이다. 집단생활이나 조직에서 자신이 맡은 역할을 성공적으로 해내는 것, 또는 집단에서 합의한 규칙 하에서 최선의 성과를 이끌어내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이런 형태의 재미 추구는 운동과 같은 스포츠, 바둑이나 체스, 보드게임과 같이 규칙 하에서 승패를 가리는 게임, 미술과 음악, 문학과 같은 예술 영역에서 특히 많이 볼 수 있다.
  

이외에도 스스로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는 즐거움, 무언가를 소유하고 창작하는 데서 오는 기쁨도 있다. 같은 상황에서 행동을 ‘자의’로 했느냐, ‘타의’에 의해 했느냐에 따라서도 재미를 느끼는 정도가 달라지기도 한다. 같은 게임이라 해도 게이머가 어떤 성향을 가진 사람이냐에 따라서도 몰입의 정도가 다르며,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성별에 따라 어떤 종류의 재미를 더 많이 느끼도록 변화했는지도 설명한다.




하지만 만약 게임을 기획하는 사람이 이 책을 통해 게이머의 심리를 이해하고자 한다면 그다지 추천할 만한 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전반적으로 ‘즐거움을 느끼는 인간의 심리’를 분석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고, 게임은 즐거움을 느끼는 하나의 수단으로 다루기 때문에 비중이 그다지 높지 않기 때문이다. ‘게임’과 ‘심리학’이라는 두 개의 소재를 제목에 차용했지만, 게임이라는 소재에 심리학이라는 돋보기를 들이민 것이 아니라 심리학이라는 주제에 게임을 끼워맞춘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를테면 게임도 어떤 형태의 재미를 느끼느냐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될 수 있다. 패턴 플레이를 강조한 아케이드 게임이나 퍼즐게임, 사회적 교류와 스토리, 캐릭터 육성, 소유욕 등을 자극하는 온라인 RPG, 통제감을 극대화하고 경쟁에서의 승리를 통해 성취감을 느끼는 RTS, 현재 게임판을 가장 크게 차지하고 있는 게임종류 AOS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게임이 어떤 식으로 유저를 자극했는지 정도라도 짚어 줄 거라 생각했었다. 책 제목부터가 ‘게임의 심리학’이었으니까.
  

개인적으로는 롤(LOL)과 같은 AOS 형태 게임이 왜 온라인 게임시장에서 주류로 자리잡고 있는지 유저의 심리를 통해 알고 싶었다. 하지만 이 책 어디에도, RTS나 AOS, MMORPG, FPS나 아케이드 게임과 같이 ‘게임의 분류’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 유저가 어떤 즐거움을 느끼는지 심리학으로 파고들었다면, 그 즐거움이 어떤 형태로 게임에 투영되었는지 연결하려는 시도는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책 제목이 더없이 아쉽다.




더 아쉬운 점은 Chapter 4 부분이다. ‘게임&소비의 심리학’이라는 소주제였다. 게임도 하나의 소비재이지만, 일반적인 소비재와는 다른 부분이 분명히 있다. 트위치TV나 유튜브 등의 동영상 플랫폼이 커지면서 게임을 하는 것만큼이나 게임을 ‘보는’ 행위도 소비의 범주에 포함되는 등 시장의 변동이 있다. 협력과 배신, 냉철한 판단과 감정적 행동이 공존하는 게임의 특성상 게임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복잡한 심리관계도 있다. 오죽하면 경제학에서도 ‘게임 이론’이라는 이름으로 개별 경제주체들의 상호의존적인 의사결정 관계를 탐구할까.
  
하지만 이 챕터는 시판되는 흔한 ‘소비심리학’ 수준의 설명에 머물러 있다. 인간의 손실기피성향, 공짜에 열광하는 심리, 효용 비교심리, 결핍이 주는 소비욕구, 향수를 자극하는 레트로 마케팅 등등. 게임 운영자의 입장이나 소비자의 입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심리학 분석이지만, 다른 책에서도 언급할 법한 비슷한 사례와 내용이 반복된다. ‘게임’이 아니어도 소비상황에서 적용할 수 있을 법한 심리 설명이 전부다. ‘게임’을 다룰 거라면 게임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심리, 게임이라서 일어나는 독특한 소비행태를 분석하는 게 어떠했을까 싶다.
  
  
제목과 표지에서 기대한 책 내용이 너무 컸던 걸까. ‘게임’이라는 소재로 차별화를 시도하려 했지만, 책의 내용에서 차별화는 거의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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