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024
이화여대 삼성교육문화관 13:30 - 18:00



데이터 분석을 진로로 생각하고 공부하면서, 많은 현업자나 관계자들에게 조언을 받곤 했었다. 가장 많이 받았던 조언 중 하나가 ‘직접 데이터를 만져 보고 다뤄 보는 경험을 쌓아라’였다. 공모전을 나가 보건 아니면 스스로 분석을 해보건, 데이터를 만져 보는 일 자체가 도움이 된다는 요지의 말이었다. 요즘 오픈되어 있는 데이터들도 많으니, 이것저것 찾아서 스스로 분석해 보는 방법을 추천받았다.


문제는, 데이터를 분석하려면 어떤 목적을 먼저 세워야 했다. 특히 공공데이터는 열려 있는 분야가 너무 많아서, 아무 목적 없이 들어갔다간 그 양과 복잡함에 질려서 더 나아가질 못했다. 왜 이 데이터를 써서 분석해야 하는지, 분석해서 얻고 싶은 결과가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은 채 출발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공공데이터창업경진대회 심사단을 신청했다. 수상권 안에 있는 작품들은 공공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했는지 알고 싶었다. 해결해야 할 문제를 무엇이라고 생각했는지 문제의식을 들어보고, 해결 방법으로 공공데이터가 어떻게 사용됐는지 참고하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심사는 아이디어 기획 / 제품 및 서비스 개발 두 분야로 나뉘었고, 각 분야별로 5팀씩 구성되어 있었다. 

총 10팀. 

아이디어 기획팀은 5분 발표, 3분 질의응답이었고, 제품 및 서비스 개발은 시연시간 포함 10분 발표, 3분 질의응답이었다.


아이디어 기획 팀


느낀 점: 생활밀착형 서비스는 어떤 기술을 적용한다 해도 손대기 어려운 분야인 것 같다.


전기차 충전소 공공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전기차 충전예약 관리서비스
거주자우선주차공간을 외부차량과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주차장서비스
VR을 활용한 지역관광정보 홍보시스템
기상, 기후데이터를 활용한 대기 질 관측 모델링
선박 작업자를 위한 정보통합플랫폼


다섯 개 본선 발표주제 중 네 개가 생활밀착형 사업이다. 문화컨텐츠 홍보 및 추천, 주차공간 문제 해결시스템, 전기차 충전 플랫폼, 기후데이터. 이런 종류의 사업아이템은 아마 스마트폰이 생기고 나서 한창 창업 붐이 일었을 때 한 번쯤은 있었을 법한 내용들이었다. 그리고 대부분은 수익화 단계를 넘지 못하고 실패한 사업들이었다.


대표적인 게 주차공간 공유시스템. 서울 특유의 높은 인구밀도 때문에 주차공간 부족은 오래 전부터 이슈였고, 많이 알려진 모두의주차장 앱을 비롯해 주차공간 문제를 해결하고자 나섰던 업체는 많았다. 그러나 ‘파킹플랙스’라는 업체가 서비스를 종료하면서 분석한 실패 요인 - 이 내용은 발표자가 직접 언급했다 - 에 따르면 

1. 거주민이 주차면 개방을 꺼린다
2. 개방했을 때 부정주차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3. 주차비가 저렴하기에, 인프라 유지비용도 회수하지 못했다

세 가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사업을 접었다. 이 부분은 데이터분석이나 IoT 같은 기술력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이용자들의 행태를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가 명확해야 하고, 수익모델을 어떻게 만들어낼지를 해결해야 한다. 센서와 IoT, 특허받은 기술력으로 무장한 것을 근거로 사업 아이디어를 주장하셨는데, 방향을 잘못 잡으셨던 것 같아 안타까웠다.





'항만작업자를 위한 정보통합플랫폼의 문제인식.' 아이디어/기획 내용 중 가장 인상적이었다.



그나마 눈에 띄었던 것이 ‘선박 작업자를 위한 정보통합플랫폼’이었다. 항만에 배가 들어올 때, 배가 들어오기로 신고한 시간, 체류하기로 한 시간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이 변동사항이 워낙 잦고 공지가 제대로 되지 않다 보니, 항만 노동자들이 일일이 관계자에게 전화해서 파악하거나 23개의 웹사이트를 뒤져야 한다고. 항만 작업 일정이 수시로 지연되고 대기시간이 발생하는 손해를 문제로 정의한 게 인상적이었다.


다만 해결 방안에 일관성이 없었던 부분이 아쉬웠다. 항만 노동자를 위한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잡았으면, 그 문제만 해결하는 것으로 족하다. 굳이 일반인을 위한 선박예약시스템 등을 넣은 이유가 있었을까 싶다. 게다가 항만 노동자들이 일하는 배라면, 보통은 일반인이 관광 목적으로 타는 게 불가능하지 않나?

아울러, 개인적으로는 공공데이터가 필요했던 것인지도 잘 모르겠다. 23개 웹사이트의 정보를 모아서 제공하는 플랫폼으로도 항만 노동자의 편의가 개선될 것 같은데, 그러면 굳이 공공데이터 없이 웹 크롤링만으로도 충분히 데이터를 구축할 수 있다. 어느 항구에 어느 배가 정박하는지의 데이터가 없어서 문제인 게 아니라, 유동적으로 바뀌는 체류 시간이 제대로 노동자들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게 순리에 맞아 보인다.


다섯 팀 중 문제인식은 제일 훌륭한 아이디어였는데, 실현 과정에서 상당히 엇박자를 많이 냈기에 더욱 아쉬웠다. 해결해야 할 문제 중 가장 시급해 보였고, 데이터로 해결이 가능할 듯한 문제였으니..





제품 및 서비스 개발부분은 좀 더 현실적인 사업이 많았다. 제품과 서비스를 실제로 구현하고 사업체를 운영하시는 분들이 많아서였던 듯하다.


느낀 점: 기반지식이 확실한 사람이 전문 산업분야에서 올바른 데이터를 더하면, 사업에 날개가 달릴 수 있음을 확인함


전력/기상특보 정보를 활용한 전력절감 에너지 플랫폼
온라인 머신 B2B 플랫폼.
유기동물, 실종동물 정보제공 앱 포인핸드(Paw in hand)
인디모바일게임 Feel the Force
(QR Paper라는 아이템을 발표하신 분이 있는데, 아이템이 대체 무엇인지 & 구상하고자 하는 사업이 무엇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서 제외했다.)



'코머신' 발표 중 유일하게 찍은 사진. 발표 시간이 짧다 보니 내용을 들으면서 동시에 사진찍기가 어려웠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온라인 머신 B2B 플랫폼이었다. ‘코머신’이란 회사로 기억한다. 한국 기계시장이 GDP의 7%를 책임질 정도로 큰 산업인데, 온라인으로 기계를 수출하는 루트는 그동안 하나도 없었다고 한다. 그 이유가 산업군 연령의 노령화.. 산업의 대다수 구성원이 온라인이 서툴고 언어가 안 되다 보니 지금까지도 오프라인 수출 판매만 하고 있었다. 산업 규모를 생각한다면 놀라운 정도였다.

해외 구매자들은 한국의 기계를 쉽게 구매할 수 있고, 한국 기계업자들에게는 온라인으로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했으며, 이 과정에서 한국에 등록되어 있는 기계업자의 정보는 공공데이터를 활용했다고 한다. 국내 기계업체 중 회사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업체의 비율이 아직 60%대라고 하니, 더 성장할 여지도 있는 셈이다. 현재까지는 2만 개의 기계업체, 10만여 대의 기계를 4개국어로 등록했다고 한다. 온라인 마케팅 없이도 성장세가 아주 빠르다고. (성장세를 입증하는 데이터를 필기하지 못했다.)

라이프스타일을 변화시키는 업체는 아니지만, 기계산업과 제조업에서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기업이라는 마지막 소개가 참 어울렸다. 산업에 데이터라는 날개를 달고 성장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었다.



공공데이터를 생활밀착형 서비스로 활용하기엔, 이미 시장이 블러디 오션이다. 온갖 시도가 전부 이루어졌다고 보면 되고, 대부분은 살아남지 못했다. 반면 산업에서는 공공데이터도 활용 범위가 넓은 편이었다. 제품을 업그레이드하거나 서비스의 품질을 개선하고, 때로는 공공데이터가 사업의 기반이 되기도 한다. (Paw in hand 창립자의 경우 공공데이터로 제공되는 ‘유기동물 보호 현황’이 사업의 밑바탕이었으며, API가 풀리기 전부터 꾸준히 데이터 개방을 요청하셨다고 한다.) 


결국 내가 가고자 하는 산업에 관련한 지식이 깊어야, 데이터 활용이라는 운신의 폭이 넓어진다는 결론을 얻었다. 아직 산업에 뛰어들지는 않았기에 관심의 폭을 더 넓히는 것이 지금 나의 실천 방안이다. 문제는, 관심의 폭이 넓어질수록 깊이는 얕아진다는 것.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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