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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의 태동부터 현재까지를 여러 관점에서 얕게 들여다본 책.

네이버와 관련된 모든 것을 한 책에 담아내려는 시도는 좋았으나
어느 부분도 깊이 있게 파고들지 못한 것이 아쉽다.

네이버의 조직문화, 네이버의 PC역사, 네이버의 모바일 성장기 등 네이버의 다양한 모습을 시리즈처럼 출간한다면 더 좋을 수 있는 콘텐츠.


네이버는 참 흥미로운 기업이다. 삼성, LG가 대한민국 경제부흥에 함께한 1세대 제조업 중심 기업이라면, 네이버는 1990년대 후반 IT기술과 인터넷의 발달이라는 흐름을 타고 등장한 2세대 기업이다. 게임을 제외하면 해외에 IT서비스를 성공시킨 거의 유일한 기업이기도 하며, 큰 덩치에 비해 의사결정이 빠르고 유연한 느낌을 주는 기업이다. 제조업 강국인 한국에서 어떻게 IT 소프트웨어 쪽에서도 두각을 드러내는 기업이 있는지 궁금했고, 그 선두에 있는 네이버는 어떻게 지금의 위치에 올라 있는지 알고 싶었다.
  
꽤 도발적인 제목 - ‘네이버는 어떻게 일하는가’ -으로 나온 책이고 네이버라는 기업을 다룬 책 중에서 가장 최근에 발간되었지만 (2018년 6월), 완독하고 나서는 ‘디테일이 조금씩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이버라는 기업의 역사, 의사결정문화와 리더십, 핵심 역량, 성공적으로 정착한 서비스들, 네이버가 지향하는 미래’를 한 권 안에 담는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로 보인다. 




네이버의 역사 - 삼성 SDS 사내벤처로 시작한 기업이 독립한 이후 어떤 역사를 거쳐왔는지를 조명한다. ‘키워드 검색광고’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처음으로 만들어내고, 한게임과의 M&A를 통해 포털사이트로는 부족했던 수익원을 보강하고, 우여곡절 끝에 코스닥에 상장하는 데 성공한 이야기를 다룬다. 메신저 ‘라인’이 성공하기 전까지 실패의 역사였던 일본 진출도 간략히 소개한다.
  
네이버는 어떻게 일하는가 - 네이버 포털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운영을 위해 직원들이 어떻게 일하는지를 소개한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 인터넷의 본질이며, 인터넷 비즈니스는 브랜드 싸움이 아니라 퀄리티 싸움이다’라는 이해진 의장의 가치관으로 UI가 얼마나 고생하는지 세심한지, 새로운 서비스 출시를 위해 직원들이 얼마나 노력하는지를 각각 네이버 지도, 네이버 사전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네이버 지도의 경우, 지도 앱에서 유저가 포털 검색창을 사용하듯 앱을 활용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지도 앱 전체를 재설계했던 사례를 소개한다. 네이버 사전의 경우 새 언어사전을 만들기 위해 팀 전체가 해당 언어를 바닥부터 공부해야 했다고 한다. 이외에도 전 국민이 24시간 사용하는 포털사이트 특성상 팀에게 가해지는 압박이 높은 편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18년 들어 노조 설립 움직임이 있었고 실제로 노조가 만들어졌다고.
  
네이버의 의사결정구조 - ‘셀’ 중심 조직과 과두 체제의 의사결정을 소개한다. 인터넷 산업이 모바일로 재편되기 전까지는 일반적인 기업조직과 비슷한 형태로 운영했으나, 변화 대응 능력이 떨어지고 기업 전체적으로 매너리즘이 확산되는 경향을 보이자 과감히 변혁을 시도했다고 한다. 각 셀은 ‘책임예산제’라고 해서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을 배정받으며, 성과가 높을수록 높은 예산을 배정받을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매년 ‘성과’를 평가하는 자리에서는 고도의 정치행각이 벌어지며, 네이버 내 비슷한 서비스끼리도 더 많은 예산배정을 위해 경쟁한다고 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네이버 블로그와 네이버 포스트의 경쟁이 소개되며, 결국 포스트셀의 셀장을 중심으로 통합됐다.
  
또한 네이버는 네이버 사업전반(소위 안방)에는 한성숙 대표이사, 차세대 먹거리를 담당하는 네이버랩스 대표이사에는 송창현 CTO, 글로벌 사업에는 라인 CGO 신중호, 해외 신사업 발굴에는 이해진 GIO가 담당하는 식으로 권력이 분리되어 있다. 의사결정의 담당자와 책임자가 늘어나는 형태로 간부체계가 구성되어 있다고. ‘최고의 인재는 문제가 많은 곳이 아니라 기회가 많은 곳에 보낸다’는 철학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네이버의 서비스들 - 모바일 시대의 도래 이후 성공한 서비스들을 몇 가지 소개한다. 메신저 서비스로 일본과 동남아 등지에서 성공한 라인, 일본에서 반향을 이끌어낸 동영상 서비스 스노우, 만화 서비스를 모바일 플랫폼에 맞게 수면 위로 끌어올린 웹툰, 동영상 시장을 유튜브에 빼앗긴 이후 자구책으로 내놓은 V라이브와 네이버 TV 등이 언급된다. 아쉬운 건 정말로 ‘언급되는 선’에서 그칠 뿐 깊게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모바일 친화 기업이라고 평가받는 카카오가 주춤한 반면 네이버는 PC산업의 성공방정식에 안주하지 않고 모바일 친화 서비스로 해외에서 인정받은 것이라 상당히 흥미로운 소재인데도 말이다.
  

네이버의 미래 - 네이버는 스스로를 ‘기술 플랫폼’으로 정의한다. PC통신 시절부터 자사의 핵심 역량을 ‘검색엔진 기술’로 정의할 만큼 기술력에 자부심이 있는 기업이기도 하다. 네이버는 ‘네이버 파트너라면 네이버의 기술을 쉽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 플랫폼으로 변화를 선언하고, 네이버와 손잡은 중소상공인을 위한 플랫폼 ‘스마트스토어’를 제공하고 있다. 결제솔루션인 네이버페이, 통번역 앱 파파고, 네이버 AI 클로바 등 네이버의 기술 기반 서비스는 계속 발전중이다. 이외에도 네이버는 차세대 테크놀로지 선두주자의 위치를 확고히 하기 위해 자율주행자와 로봇 기술에도 투자하고 있다고 한다.





PC통신 시대 네이버의 태동 - 한게임과의 M&A와 포털사이트 경쟁 승자로 1차 전성기 - 모바일 시대 매너리즘으로 위기 - 조직개편 및 모바일친화 서비스의 성공으로 2차 전성기 - 모바일을 넘어 테크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현재 정도로 요약할 수 있는 흐름이다.
  
아쉬운 점은 네이버라는 기업의 변화 과정을 상세히 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네이버는 급변하던 IT업의 최전선에 있던 기업으로, 네이버의 성장역사는 PC통신이 태동하던 시기부터 모바일이 보편화된 시기까지 궤를 같이한다. 따라서 PC통신 시기의 네이버와 지금의 네이버는 같은 이름을 달고 있지만 전혀 다른 전략과 비전을 가진 기업이 되었는데, 이 정도의 급격한 변화를 차분히 풀어내기에는 책의 분량이 부족했다. 읽다 보니 어느새 ‘포털사이트 1위 기업이자 PC 강자 네이버’에서 ‘모바일 서비스를 해외에서도 연달아 성공시킨 모바일 플랫폼기업 네이버’로 탈바꿈되어 있는데 그 과정이 빠진 느낌이랄까.
  

네이버가 보여주는 독특한 의사결정구조(과두체제와 셀 조직 시스템), 해외에서 성공한 모바일 서비스, 네이버가 역량을 쏟고 있는 AI, 자율주행차, 로봇 같은 차세대 기술, 이해진 의장이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는 해외 스타트업 투자 등 이 책에서 언급하는 몇 가지 사례는 이 책에서 언급하는 선에서 그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책을 발판삼아 네이버를 들여다볼 수 있는 시리즈격인 책이 뒤이어 나왔으면 한다. 제조업 일색인 한국에서 글로벌로 지평을 넓힌 첫 소프트웨어 기업이기도 하고, 셀 기반 조직구조와 과두체제 의사결정구조라는 독특한 기업시스템도 흥미로운 소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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