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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마케터, 업의 본질을 말하다 - 시몽 최심연

inspirit941 2017. 10. 2.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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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2
서울창업허브




마케터를 하려는 ‘나’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먼저 파악하고,

마케팅이라는 업의 본질을 감안했을 때, 어떤 생각으로 마케팅이라는 업을 해야 하는지,

마케터가 일하는 곳의 생태계가 어떤 상황이고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



일반적인 학습 과정으로 얻기 어려운 것들, 창의성이나 통찰력 있는 혜안을 얻기 위한 내 나름의 방법은 ‘몸도 같이 고생하기’다. 전시회를 직접 다녀오거나, 관심 있는 주제의 강연을 직접 찾아가서 듣는다. 특히 강연은 활자에서는 받을 수 없는 묘한 힘이 있다. 사람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를 직접 받으며 내용을 듣는 건 특정 시간, 공간에서만 할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다.


어떤 것의 ‘본질’을 이야기한다는 건, 그 분야의 아주 깊은 곳까지 들여다보고 오래도록 고민한 결과를 풀어놓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마케팅의 본질을 말하는 이번 강연을 주저 없이 신청했다. 현업에 오랫동안 종사하신 분의 정수를 조금이나마 내 것으로 만들 기회였으니까.


강연의 흐름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돼 있었다.
1. 마케팅에 대한 인식, 그리고 ‘나’라는 사람에 대한 인식
2. 마케팅이라는 업의 본질
3. 마케터가 일하는 생태계의 상태.




1. 마케팅에 대한 인식, '나'라는 사람에 대한 인식


사람마다 마케팅에 대한 인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나는 마케터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업으로 삼는 사람들의 능력이 부럽다. ‘나’라는 존재를 온전히 이해하고, 사람들의 필요와 욕망을 읽어내고, 적절한 메시지로 사람들의 필요와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사람들. 어떤 사회 현상의 기저에 깔린 사람들의 심리를 찾아내는 통찰력이 있는 마케터의 능력을 갖고 싶고, 핵심을 짚는 짧고 굵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디렉터의 통찰력을 동경했다. TBWA의 박웅현 디렉터나 유병욱 디렉터의 작품, 마케터 강민호의 저서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에서 보여준 깊은 사고력과 통찰력이 이런 동경의 이유였다.

깊이 있는 사고력, 인간과 사회에 대한 통찰은 결국 ‘나’ 라는 사람을 먼저 이해하고 명확히 설명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 그래서 이 강연에서는 ‘나만의 PI 슬로건 만들기’라는 작은 과제를 주었다. 누군가에게 짧고 명확하게 ‘나’를 설명하려면 반드시 정립하고 넘어가야 할 질문을 제시했다.


☞ 나는 왜 사는가?
☞ 나는 무엇으로 사는가?
☞ 나의 꿈은 무엇인가?

☞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은 무엇인가?
☞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하는 일은 무엇인가?
☞ 나를 가장 슬프게 하는 일은 무엇인가?



물론 동기부여 강연 같은 곳에서 많이 봐 왔던 질문이기에 식상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반대로 말하면 자신을 명확히 정의하고 이해할 수 있는 핵심 질문이라는 것이기도 하다. 몇 년 전에 처음으로 이 질문을 받았을 때 적잖이 당황했었기에, 지금도 이와 비슷한 질문에 대한 대답을 고민하며 살고 있다. 이제는 이 질문에 어느 정도는 대답할 수 있을 만큼 ‘나’를 이해하고 있다. 만족스러울 만큼 정리된 대답이 나오려면 생각과 경험이 더 필요하겠지만.


2. 마케팅이라는 업의 본질



미국마케팅협회가 정의한 '마케팅' 이라는 업의 의미는 시간에 따라 조금씩 달라져 왔다. 

1960년에는 “생산자로부터 소비자 또는 사용자에 이르는 제품 및 서비스의 흐름을 관리하는 기업 활동”,

1985년엔 “개인과 조직의 목적을 충족시키는 교환을 창조하기 위하여 아이디어, 재화 그리고 서비스의 개발, 가격결정, 판매촉진, 유통을 계획하고 수행하는 과정”,

그리고 2007년에는 마케팅을 “소비자, 고객, 파트너 그리고 사회를 위해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창조되고, 의사소통하고, 전달하고 교환하는 활동, 제도 그리고 프로세스.”


처음엔 제품과 서비스가 생산자에게서 소비자로 넘어가는 흐름을 마케팅이라고 정의했다. 시간이 지나며 ‘아이디어’라는 무형의 재화와 ‘개인 또는 조직’이라는 소비자 분화가 이루어졌고, 2007년에는 ‘사회’라는 공동체 개념이 들어선다. 시장의 판도가 변하고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면서 마케팅의 정의도 계속 변하기 때문이다.


마케팅의 사전적 정의는 저렇지만, 마케팅을 하는 사람마다 자신이 생각하는 정의는 조금씩 다를 수 있다. 강연자님이 생각한 마케팅의 업, 마케터가 중요히 다뤄야 할 사항은 내가 이해하기로는 ‘Risk’였다. 구체적으로는 'Risk Viewpoint'와 '깨진 유리창 이론'이다. '평소에 Risk를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 와 'Risk 발생 시 어떤 관점으로 대응해야 하는가'에 대한 대답인 듯 싶었다.


Risk Viewpoint: ‘위험’ 또는 ‘문제’를 바라보는 태도가 마케터의 업을 결정한다. 사회의 어떤 변수가 마케팅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파악하기에는 세상이 너무 복잡하기에, 마케터는 문제가 일어날 수 있는 상황, 즉 Risk가 언제든 현실화될 수 있다는 생각을 잊지 않아야 한다. 예상한 문제이건 아니건,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하는 고객에게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줄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 마케터의 업이고 본질이다.


깨진 유리창 이론: 깨진 유리창 이론에서는 100-1=0이 성립할 수 있다. 조그만 실수나 잘못으로 생긴 깨진 유리창을 방치하면 점차 큰 범죄가 발생할 수 있는 것처럼, 사소하게 발생한 문제를 잘못 대처했다가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악화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SNS의 발달로 개인의 영향력이 커진 오늘날에는 더욱.


3. 마케터가 일하는 생태계의 상태.


지금은 마케터에게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시기라고 볼 수 있다.
기회라 한다면,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누구라도 마케팅을 할 수 있고, 누구에게나 마케팅을 할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목표 타겟을 세세하게 설정할 수 있고, 해당 타겟의 선호도를 잘 파악해 접근하면 높은 수준의 효율을 달성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반면 위기는, 한국 생태계의 현실이기도 하지만, ‘돈만 주면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풍토가 만연하다는 점이다. 특히 대기업을 담당하는 대형 에이전시가 주도적으로 만들어낸 풍토이기도 하다. ‘돈에는 제약이 없으니, 원하는 목표를 반드시 달성하라’는 식의 문화가 지배적이다. 

그렇다 보니, 이곳 생태계의 특징 중 하나가 ‘아주 이기적’이라는 것이다. 미국마케팅협회의 정의에는 그나마 사회라는 ‘공동체’가 정의에 포함되어 있지만, 한국마케팅협회의 마케팅 정의에는 아직 ‘공동체’의 개념이 들어가지 않은 것이 이를 방증한다.


한국마케팅협회의 마케팅 정의: 
조직이나 개인이 자신의 목적을 달성시키는 교환을 창출하고 유지할 수 있도록 시장을 정의하고 관리하는 과정이다.



아울러, 소비자가 그 어느 때보다 똑똑해졌다. 어설프거나 얄팍한 술수로 마케팅을 시도할 경우 소비자가 금방 알아채는 생태계이기도 하다. 업계는 이기적이고 소비자는 똑똑한, 참 마케터가 살아가기엔 위험한 세상이 바로 마케팅의 생태계다.


그렇기에 마케터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좌뇌와 우뇌를 모두 잘 활용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숫자와 이성, 그리고 감성을 모두 다룰 수 있는 사람이 미래에 마케터로서 가치를 누릴 수 있지 않을까. 마케팅에서 놓치고 있는 공동체의식, 커뮤니티 정신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할 것이다.


강연자님이 2012년부터 운영을 맡고 있는 ‘기마사’(기획과 마케팅을 하는 사람들) 네이버 카페가 있다. 업계에 만연한 이기주의를 조금이나마 개선하고 공동체의식을 쌓고자, 이곳에서 현직 기획자와 마케터들의 재능나눔 프로젝트를 운영 중이라고 한다. 강연자님 스스로도 인정했듯 업계의 분위기를 바꾸기에는 미약한 움직임이지만, 생산자와 소비자만 있고 ‘사회’가 없는 현재 마케팅 생태계에 조금이나마 변혁의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개인으로는 작은 시도일지 몰라도, 공동체의식이 생태계에 조금이나마 뿌리내리기 시작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미 큰 발전이 아닐까.




어느 강연에서건, 강연의 큰 흐름과는 별개로 한두 마디의 문장이 귀를 확 잡아끌 때가 있다.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거나, 듣고 보니 그렇군 하고 깨닫게 되는 문장들이다. 이번 강연에서도 그런 종류의 문장들이 몇 가지 있었다.


같은 문장이라도 어떤 글씨체를 쓰느냐에 따라 문장이 주는 느낌이 다르다.

- 내가 타이포그래피와 캘리그라피에 흥미를 느끼는 이유 중 하나다. 때로는 글의 내용이 아니라 문자 자체만으로도 사람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여행을 갔을 때 특히, 그 나라의 언어를 모르면 문자는 의미 전달을 하는 글자라기보다는 그림에 가깝게 느껴지기 마련. 그림을 보고도 감명을 받거나 의미를 전달받기도 하듯, 문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친구의 여행 이야기와 '관찰의 인문학' 타이포그래퍼 파트를 읽으며 느꼈던 내용을 다시금 깨달았다.


콘텐츠 하단에 어떤 코멘트 한 줄이 있느냐가 댓글의 분위기를 좌우한다.
 - 페이스북에서 특히 많이 느낀다. 허핑턴포스트처럼 뉴스를 전하는 페이지의 경우 특히. 페이스북 페이지의 글 한 줄이 댓글의 분위기를 좌우하고, 처음 달린 댓글이 곧 그 콘텐츠의 전반적인 반응을 좌우한다는 걸 타임라인을 보면서 무의식적으로 느끼곤 했는데, 어렴풋한 경험에 쐐기를 박는 한 마디였다.


사람이 쓰는 언어에도 온도가 있다.
 - 친구와 카톡하다가 '쿨'기운, '웜'기운이 강한 사람이 있다는 식의 대화가 오간 적이 있다. 그땐 단순히 '기운'처럼 사람에게서 풍겨나오는 느낌일 거라 생각했는데, 어떤 말을 쓰느냐가 '쿨'이냐 '웜'이냐를 가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연에서 '언어의 온도'라는 책이 언급됐는데, 조만간 반드시 읽어보겠다.


정의를 잘 내리는 사람이 기획을 잘한다.
 - 사람마다 경험이 다르고 지식의 차이가 있기에, 경험과 지식의 차이를 넘어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도록 무언가를 정의한다는 건 생각보다 아주 어려운 일이다. 누구든 최소한 머리로 이해할 수 있고, 나아가 공감할 수 있도록 무엇인가를 정의할 수 있는 역량은 그 자체로도 강력한 능력이고 힘이 될 수 있겠다. 
그렇다면, 다수가 인정할 수 있도록 무언가를 정의하는 사람은 어떻게 할 수 있었던 걸까? 다양한 경험? 상대방에 대한 이해?


강남에서 가장 현금회전율이 높은 가게는 '오락실 게임장'이다.
 - 몰랐던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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