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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전쟁 - 미디어 패권을 둘러싼 전쟁에서 한국은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

inspirit941 2018. 3. 11.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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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쓰인 책도 아니고, 용어도 일상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형태가 아니다보니 술술 읽어내려갈 수 있는 책은 아니다. 하지만 플랫폼 ‘전쟁’이라는 표현에 걸맞게, 각 기업이 취하는 전략과 비전을 비교하면서 읽으면 꽤나 흥미롭다. 최근 초한지와 삼국지를 다시 읽고 있다. 그 당시 각 국가의 대립구도와 차별화된 전략, 상대를 궁지에 몰아넣기 위한 고도의 전술적 수가 플랫폼전쟁 책에서 보여주는 미디어 플랫폼기업의 경쟁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

 


 

미디어 업계에서 쓰이는 용어 중 반드시 알아야 하는 용어를 책에서 먼저 정리하고 시작한다. 그대로 옮기자면
VOD : 주문형 비디오 서비스. 보고 싶은 영상을 원할 때 제공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총칭한다. 모든 미디어전쟁의 서막을 열었다.


TVOD : 건당 주문형 비디오. 개별로 콘텐츠를 구매해서 감상하는 형태다. 무한도전을 회차별로 1000원에 판매하는 형태라고 생각하면 된다.


SVOD : 구독 주문형 비디오. 이 책에서 가장 많이 쓰일 단어이자 미디어플랫폼 기업이 가장 원하는 비즈니스 모델. 넷플릭스를 생각하면 된다.


AVOD : 광고를 보고 나서야 구독료 없이 콘텐츠를 볼 수 있는 형태. 유튜브가 대표적이다.


OTT : 인터넷으로 언제 어디서든 콘텐츠를 볼 수 있는 형태. POOQ, 옥수수, Tving, 유튜브 등 모바일로 동영상을 감상할 수 있게 하는 모든 서비스를 말한다. 미디어플랫폼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다 이렇다고 보면 된다.

 


 

책에서 소개하는 미디어 플랫폼사업자는 국가별로 크게 미국과 중국으로 나뉜다. 미국의 사업자로는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애플/구글, SNS(페이스북, 유튜브)가 언급되며, 중국의 경우 소후TV, 아이치이, 텐센트, 완다그룹 크게 네 개의 기업이 꼽힌다. 국가별로도 특징이 나뉘고 각 기업마다 집중하는 주력사업이 다르지만, 대부분의 기업에서 공통적으로 공을 들이는 전략은 크게 세 가지다.
  
1. 오리지널 콘텐츠의 확보

넷플릭스, 아마존, 페이스북과 유튜브뿐만 아니라 아이치이, 소후TV, 텐센트까지 추구하는 기본 목표에 가깝다. 오리지널 콘텐츠는 자사가 직접 제작하거나 콘텐츠 제작자에게서 독점적 배포 권리를 산 후 자사 플랫폼에 우선적으로 서비스하는 콘텐츠를 말한다.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오리지널 콘텐츠가 많을수록 자사의 시장지배력이 강해지며, 소비자의 이탈이 줄어든다. 미디어 플랫폼의 영향력, 지배력을 강화하는 필수 요인이며, 책에서는 오리지널 콘텐츠가 ‘미디어 전쟁의 총알’역할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2. 현지화

미국과 중국의 미디어 플랫폼 기업은 자국에서 서비스하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해외에서도 서비스해 영향력을 확보하고자 치열한 다툼을 벌이는 중이다. 하지만 미디어 소비의 특성상 해당 국가의 문화나 가치관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기업들은 자국에서 성공한 오리지널 콘텐츠나 사업전략을 현지화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아마존의 경우 일본과 인도에서 커머스를 바탕으로 자리잡은 다음, 더빙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현지에서 제작한 콘텐츠를 사들이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넷플릭스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현지 국가의 콘텐츠를 확보하는 데 총력을 다하고 있고, 중국 미디어 플랫폼 기업들도 대만과 동남아시아를 고객층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3. SVOD (월정액 구독형 시스템)으로의 접근

미디어 플랫폼 기업 입장에서는 가장 안정적인 수익모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인 듯하다. 넷플릭스와 아마존이 월 정액제 시스템의 선두주자이고, 유튜브는 유튜브 레드 서비스를 출시하며 기존의 AVOD 서비스에 SVOD 서비스를 추가했다. 페이스북도 구체화하지는 않았으나 SVOD 서비스인 ‘와치’를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도 ‘VIP’라는 이름의 SVOD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아이치이와 텐센트 모두 VIP에게 콘텐츠를 우선적으로 제공하고, 다양한 드라마와 영화에 접근할 수 있게 했다. 동남아시아와 대만에서도 VIP 서비스를 운영 중이며, VIP 가입 고객과 그렇지 않은 고객에게 확실한 차등을 두는 것이 특징이다.
  
4. 라이브 스트리밍
  
모든 미디어 플랫폼 업계가 이 분야에 뛰어든 것은 아니다. 라이브 스트리밍은 미디어 플랫폼 업계에서 점차 비주류에 가까워지고 있다. 그렇기에 넷플릭스나 소후TV의 경우 자체 제작한 드라마와 영화 중심의 미디어 플랫폼으로 가닥을 잡은 상태다.
하지만 라이브 스트리밍 산업에서 가치가 올라가는 분야는 스포츠다. 몇몇 미디어 플랫폼 기업은 스포츠 라이브 스트리밍 권리를 미디어 플랫폼에 콘텐츠로 포함시켰다. 아마존이 미국 NFL 경기의 독점 생중계권을 따내고, 페이스북이 NBA와 제휴해 런던올림픽 남자대표팀 경기를 중계하고, 텐센트가 NBA 독점중계권을 구매해 중국에 서비스하는 것이 단적인 예다. 해당 국가에서 인기있는 스포츠의 독점중계권을 따낼 경우, 플랫폼 입장에서는 확실한 유인책을 소비자에게 제공하게 된다.

 


 

위에 소개된 네 가지 전략은 미디어 플랫폼 기업이 사용하는 전략을 크게 볼 경우에 해당한다. 
세부 전략에서는 차이가 있고 다루는 콘텐츠의 성격이나 비중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를테면 넷플릭스는 보유한 영화 콘텐츠의 규모를 줄였다. 무조건 오리지널 콘텐츠를 많이 확보하기보다는 ‘사람들이 볼 만한’ 콘텐츠를 수급하는 데 역량을 쏟으려는 표현이다. 드라마를 한 번에 몰아보고, 다음 드라마 시리즈를 보기 전 쉬어가는 용도로 영화를 본다는 소비자의 행동 패턴을 파악하고 영화 보유 규모를 줄였다. 시청 시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게 드라마라면 영화 콘텐츠에 수고를 덜 들이겠다는 심산이다.

중국 플랫폼의 경우 ‘미국의 미디어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완다 그룹의 경우 제작사 / 배급사 / 극장의 계열화를 완성하기 위해 미국의 제작사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를, 극장으로 ‘AMC 엔터테인먼트’와 ‘카마이크 시네마스’를 인수했다. 중국이 인수한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는 대표적인 작품으로 ‘인터스텔라’, ‘배트맨’, ‘쥬라기 월드’ 등이 있는, 할리우드 영화 배급사들도 탐내는 영화 제작사다. 거대한 중국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성장한 중국 미디어 기업은 자본력을 바탕으로 세계적 수준의 콘텐츠 제작 능력을 흡수하고 있다.

 


 

미디어 플랫폼 산업에서 독특한 위치에 놓인 사업자는 바로 애플과 구글이다. 미디어 콘텐츠를 모바일로 소비하는 현재의 시장질서에서 애플과 구글은 절대적인 위치에 놓여 있다. 책에서는 애플의 행보를 다루었는데, 애플의 경우 미디어 플랫폼의 1번 전략인 ‘오리지널 콘텐츠’의 수급에 소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는 두 가지 이유로 설명할 수 있는데, 첫 번째는 ‘전 세계 모든 로컬 미디어 플랫폼 기업과 국가의 견제’ 때문이다. 넷플릭스와 유튜브도 접근하지 못한 중국 시장에도 진출한 기업이 바로 애플이다. 전 세계의 스마트폰 디바이스 공급을 담당하는 애플이 본격적으로 ‘미디어 플랫폼’ 사업에까지 진출할 경우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굳이 미디어 콘텐츠가 아니어도 모바일 플랫폼에서 압도적인 지위를 차지한 상황에서 무리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로는 ‘애플이 가진 강력한 모바일 플랫폼의 힘’ 때문이다. 애플 아이튠즈는 SVOD가 아니라 TVOD 형태로 운영중이다. 보통 SVOD로 월정액 서비스를 운영할 때의 가장 큰 문제점은 ‘월정액 소비자가 이용할 수 있게 콘텐츠 수급을 계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체 콘텐츠가 없을 경우 SVOD는 운영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반면 애플 아이튠즈의 TVOD는 실제로 콘텐츠가 판매되었을 경우에만 수익금의 70%를 콘텐츠 제작자에게 지급한다. 아이폰 사용자에게 접근할 수 있다는 강력한 요인 때문에 콘텐츠 제작자는 아이튠즈를 포기할 수 없다. 따라서 애플에게는 큰 부담이 없는 서비스다.
앱스토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애플의 앱스토어에서 설치하고 결제한 모든 구독형 서비스는 매달 15%의 수익을 애플에 내야 한다. 미국 내에서는 ‘애플 세금’이라고 불리며 논란이 많지만, 애플의 아이폰 사용자에게 접근하기 위해 내야 하는 통행료의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굳이 미디어 플랫폼을 개발해 독점적으로 콘텐츠를 유통할 필요 없이, 모바일 플랫폼에서의 강력한 지위를 이용해 수익을 가져간다.

 


 

이외에도 미디어 플랫폼 전쟁에서 ‘한류’라는 콘텐츠는 현재 어느 위치에 놓여 있는지, 중국에 의존적인 수익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도 몇 장에 걸쳐 논의한다. 콘텐츠 제작자가 참고할 만한 전문적인 내용이 많아 내 독후감에서는 다루지 않지만, 미국과 중국의 플랫폼별 특징, 이들이 내세우는 현지화 전략에 맞춰 어떻게 움직이는 것이 좋을지를 탐구한다.
  
넷플릭스와 아마존, 유튜브뿐만 아니라 텐센트, 아이치이, 완다 등 중국 미디어 기업들의 현재가 어떠한지, 이들이 세계시장을 두고 벌이는 전략이 무엇인지 개요를 파악하기에는 최고였다. ‘자본이 모이는’ 시장 중 하나인 미디어 플랫폼의 흐름을 읽어볼 수 있다.

 

플랫폼 전쟁
국내도서
저자 : 김조한
출판 : 메디치미디어 2017.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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