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권위체 없이, 상호간에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도 협력과 호의가 창발하는 원인을 규명한 책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서 경기자 간 관계가 오래 지속될수록,
상호협력과 호의가 창발할 가능성이 높다.

호혜주의에 기반해 받은 만큼 갚아준다는 팃포탯 전략은 
일반적인 인간관계 상황에서 강건하고 효과적이다.

“Give and Take”라는 책이 있다. 인간관계에서 먼저 호의를 베풀고, 받은 것보다 더 많이 주는 Giver 유형의 사람이 어떻게, 왜 성공하는지를 다룬 책이다. 행동, , 마음가짐 등을 분석하며 Giver 유형의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결과적으로 어떻게 성공했는지를 귀납적으로 보여주는 내용이다. 
 
Give and Take에서 제시하는 Giver 협력의 진화에서 말하는 팃포탯 전략을 사용하는 사람과 큰 틀에서 동일한 대상을 다루고 있다. 단지, Giver 유형의 사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Giver 유형의 사람들이 취하는 전략의 관점에서 접근했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호혜주의’, ‘먼저 배신하지 않는 신사적 접근’, ‘배반에는 반드시 보복 세 가지 원칙이 팃포탯의 핵심이며, Giver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팃포탯 전략의 기조를 따르고 있다.

 


 

죄수의 딜레마와 같은 Non-Zero Sum 게임에서는 협력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상호배반보다 크지만, 상대방을 무턱대고 신뢰했다가는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배반이 일종의 우월전략이 된다. 하지만 협력의 진화에서는 상호배반이 가득한 곳에서도 특정 조건이 맞으면 협력과 호의가 자연적으로 창발한다고 결론을 내린다. 

 

1. 미래의 이득이 충분히 중요한 경우. 
현재 배반으로 취할 수 있는 이득보다 협력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장기적 이득이 더 커야 한다

2. 경기 시간이 충분히 길면서, 경기가 끝나는 시점이 언제인지 알 수 없는 경우. 
마지막으로 상호작용하는 순간이 정해지는 순간, 협력보다는 배반이 이득이 되기 때문.

3. 팃포탯 전략을 쓰는, 또는 ‘신사적’인 전략을 쓰는 사람끼리 상호작용할 기회가 있어야 한다. 
협력으로 얻을 수 있는 미래의 기대이익이 크다면, 소수가 협력하기만 해도 다수의 배반자들보다 높은 이득을 얻을 수 있다.

상호 배반하는 사람들끼리 모인 집단이라 해도, 팃포탯을 위시한 신사적 전략을 구사하는 소수가 한 번 침투하여 자기들끼리 상호작용하면 협력이 창발할 수 있다. 한두 번 보고 말 사이가 아니라면, 협력이 주는 가치가 배반이 주는 가치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저자는 두 차례의 모의 컴퓨터 실험을 통해, 다양한 상호작용 전략 중 팃포탯 전략이 두 번 다 1등을 차지했음을 밝혔다. 팃포탯 전략은 경기 시간이 길다면 거의 모든 전략과 맞서 생존하는 강건한 전략이며, 저자는 그 이유로 세 가지를 들었다.

 

1. 먼저 배반하지 않되, 배반에는 반드시 보복한다. 팃포탯 전략은 처음에 상대가 어떻게 나오던 우선 협력하며, 다음 전략부터는 상대방이 취한 전략을 그대로 사용한다. 상대 입장에서는 협력하면 협력으로, 배반하면 배반으로 되갚음당하는 셈이다. 배반할 경우 반드시 다음 경기에서 보복이 돌아오기에 ‘상대를 이용해서 이득을 취하려는 시도’는 무의미하며, 협력으로 쌍방 높은 점수를 얻는 편이 이득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2. 상대방이 전략을 파악하기도, 대응하기도 쉽다. 상대방을 예측하고 계산하려는 복잡한 전략들이 몇 있었지만, 예측하고 계산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 내놓은 결과물은 상대방 입장에서 ‘이 참가자는 예측이 불가능하다 = 랜덤하다’고 인식하는 경우가 많았다. 랜덤한 반응을 보인다는 의미는 곧 ‘협력을 협력으로 되갚지 않는다’는 것이며, 따라서 상대방 입장에서는 협력 대신 배반을 택하는 것이 우월전략이 된다. 결과적으로, 상대를 예측하려는 복잡한 전략은 경기가 끝난 뒤 좋은 점수를 얻지 못했다.

3. 질투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제로섬 게임에 더 익숙한 편이다. 게다가 당장 눈에 보이는 비교기준에 익숙하다 보니, 상대의 성과를 깎아내리려는 배반이 발생하기도 한다. 팃포탯 전략은 상대하는 거의 모든 전략을 상대로 좋은 점수를 냈지만, 상대방보다 높은 점수를 받은 적은 한 번도 없다. 상대를 먼저 배반하지 않고, 상대보다 많이 배반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저자는 팃포탯, 혹은 상호협력이 극한 상황, 또는 지능이 없거나 낮은 생물체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보였다. 전자의 경우 1차 세계대전 중 독일과 프랑스군 사이의 참호전 양상을 예로 들었고, 후자의 경우 개미군집과 꿀벌군집의 차이, 미생물 수준에서의 상호작용을 들었다.
 
1차 세계대전 중 유럽 서부전선의 참호전은 반복적 죄수의 딜레마와 동일한 상황이었다. 대치중인 독일과 프랑스의 소규모 부대가 두 경기자이고, 선택지는 사살용 사격 위협용 사격이며, 상대의 전력손실은 나에게 이득인 선택지다. 만약 반복적 죄수의 딜레마 상황이 아니라면, 양측 모두 사살용 사격으로 상대의 전력을 약화시키려는 시도를 하는 게 우월전략이다.
 
하지만, 한 곳에 장기적으로 머물며 대치하게 되자 상호 협력하려는 시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전시중이기에 직접적인 협력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양측이 자신의 행동을 조절해가며 상대에게 신호를 보내기 시작한 것이다. 같은 군인이고 군부대인 만큼 기본적인 욕구나 활동이 비슷하기에, 상대가 무조건적인 배반을 선택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협력 형태는 다양했다. 저녁 무렵 보급품을 조달받기 위한 군의 움직임에는 서로 공격하지 않는 것, 사살의사가 없는 위협사격을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횟수만큼 시행하기, 엉뚱한 곳에 포탄 쏘기 등등 다양한 방법으로 사살 의사 없음을 서로 어필했다. 하지만, 필요할 경우 강력히 보복하겠다는 신호도 꾸준히 전달했는데, 오차 없이 같은 곳에만 여러 번 포격을 진행하거나 나무의 특정 부분만을 계속 총으로 쏘아 맞추는 식이었다. ‘우리가 약해서 너희와 협력하는 게 아니며, 필요할 경우 이렇게 정밀한 수준의 공격력으로 너희에게 보복할 수 있다. 배반은 곧 자멸이다는 메시지를 서로에게 전달하는 방법이었다.
 


전제가 필요하다. 지속적 접촉이 가능한 상황이어야 하며, 상호작용이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개체 간 확신이 필요하다. 인간의 경우 누구와 상호작용했는지 / 과거에 상대방이 어떤 전략을 취했는지 상대방의 얼굴을 보고 판단하며 기억하지만, 생물의 경우 과거의 상대방을 기억하는 것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
 
이전에 상호작용한 개체를 식별할 능력이 없는 경우, 협력할 수 있는 조건은 크게 세 가지로 세분화된다.

 

언제나 같은 개체하고만 상호작용하기- 나무와 균근류의 공생, 매미와 매미 속 미생물들의 공생’, 

상호작용하는 장소를 고정하기  청소 물고기의 존재. 
청소 물고기는 연안과 암초지역 같은 제한된 구역에서만 서식하며, 동일한 개체를 다시 만나기 힘든 대양에서는 볼 수 없다

식별 필요성을 줄인 세력권 시스템  인접한 곳에 세력권을 둔 개체는 이웃이고, 그렇지 않은 개체는 이방인으로 취급하는 식. 
세력권을 가지고 있는 새들이나 개미군락과 같은 예시. 특히 개미군락은 한 곳에 자리잡으면 오래 있기 때문에 주변 세력권과의 상호협력이 많지만, 개미군락에 비해 이동이 잦은 꿀벌군락의 경우 상호협력의 빈도가 훨씬 적게 나타난다.’

미생물 수준의 경우, ‘지속적인 상호작용 가능성에 따라 협력과 배신을 결정한다. 숙주와 상리공생하는 것의 가치보다 감염시키는 것의 가치가 더 클 경우, 미생물은 감염인자로 돌변한다. 보통 숙주가 병이나 부상으로 약화되었을 때, 협력의 상대적 중요도가 임계치 아래로 떨어질 때 발생한다. 예컨대 인간의 장 내 박테리아는 정상적인 건강상태라면 무해하지만, 심각한 부상으로 장에 구멍이 뚫리거나 할 경우 박테리아는 전신 패혈증까지 도달하게 할 만큼 강력한 감염인자로 돌변한다.
 


 

이처럼 지능이 부족한 개체들이라 해도, 비제로섬 게임이면서 동일한 개체와 반복적으로 상호작용해야 하는 경우라면 무조건적인 배반보다는 다양한 형태로 협력하는 방법을 발전시켰다. 인간세계에서도 이 방법은 유효하며, 반복적으로 상호작용해야 하는 비제로섬 게임에서는 배반보다는 협력을 선택해 이득을 누릴 수 있다. 이런 형태의 협력은 성선설이나 성악설, 이타주의 등 인간의 본성이나 도덕에 관한 관념에 우선하며, 상호배반이 기본인 조직에서도 한 번 침투하면 끈질기게 살아남아 주도권을 가져온다. 
 
중앙 권위체의 존재 없이도 협력이 자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원인을 짚어내는 학술서이면서도, Give and Take라는 책에서 제시한 성공한 사람들의 인간관계 특성과도 궤를 같이한다. 얕게는 사회생활을 할 때 상대방과 협력하려면 어떤 조건을 충족시켜야 하는가라는 자기계발에서부터, 깊게는 상호협력을 의도적으로 강화 / 약화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을 조절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넓게 던질 수 있는 책. 반복적 죄수의 딜레마 문제는 이 책 후반부에 언급했듯 국가  국가, 국가 - 기업, 국가  개인, 기업  기업 등 다양한 경제주체들의 상호작용에서 발생한다. 다양한 경제주체의 협력 또는 배반이라는 의사결정 기반에 놓여 있는 환경을 짚어볼 수 있는, 게임이론 분야의 훌륭한 교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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