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줄요약 독서

부의 골든타임

inspirit941 2022. 5. 31.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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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변동을 부채의 누적과 청산 (버블의 생성과 붕괴) 관점에서 설명하며, 미 연준의 금리정책과 양적완화가 경기 사이클에 역사적으로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확인한다.

연준이 통제할 수 없는 변수인 ‘빅테크 기업의 고용시장 파괴, 양적완화의 부작용인 빈부격차 심화, 유가와 원자재 가격, 중국의 버블과 유로의 결집’을 짚어보고, 연준의 금리정책과 양적완화 정책이 가진 능력과 한계를 설명한다.

투자 전략서라기보다는 경제 교양서적에 가깝다. 금융위기 이후부터 코로나 팬데믹 시점까지의 세계 경제 흐름과 미 연준의 전략을 훌륭하게 설명하지만, 개인의 투자 전략은 ‘관성에 따른 믿음을 경계하고, 리스크를 좀더 예민하게 관리해라' 정도에 그치기 때문.

 
대학교 경제학과에서 교양서적으로 쓰면 정말 좋을 것 같다고 느낀 책이다. 08년 금융위기의 타개책으로 등장한 양적완화 정책이 어떤 의의가 있는지 - 정확히는, 어떻게 기존 경제학에서 전제해온 상식이 파괴되었는지 미 연준의 역사를 되돌아보며 확인할 수 있다. 
 
책이 쓰인 2020년 기준, 미 연준은 강력한 양적완화 정책으로 실물경제가 회복되기 전까지 전세계 자산시장의 가격을 홀로 떠받치고 있다. 08년 금융위기 때에는 은행에 유동성을 무제한적으로 공급하는 간접적 방식으로 시장에 달러를 풀었다면, 코로나 팬데믹 때에는 은행뿐만 아니라 개인과 기업에게 자금을 공급하는 기관을 설립하고 지원하는 식으로 직접 지원했다. 소비를 진작시켜 실물경제의 침체를 막기 위해 엄청난 규모의 달러를 세계로 풀었고, 2020년 한 해 기적같은 수준의 주가상승을 이끌었다.
 
다만 금융시장에 국경이 모호해진 상황에서, 기축통화인 달러가 10년 가까이 어마어마한 규모로 공급된 파장은 크다. 전 세계 모든 형태의 자산 - 금, 원자재, 유가, 부동산, 주식 등 - 가격이 동반 상승했고, 모든 국가가 미국과 비슷한 형태의 부채 사이클을 겪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의 정책보다 미국 연준위의 결정이 각국에 훨씬 큰 영향을 미치고, 실물경제의 회복이 더딘 국가일수록 자산가격의 상승으로 인한 빈부격차가 커지고 있다.
 





역사적으로, 경제의 호황과 불황은 사이클을 두고 반복되었다. 저자의 경우 경기변동은 시장에 풀려 있는 ‘부채 == 빚 == 버블' 의 증감 방향과 규모에 따라 결정된다고 보았고, 호황과 불황 모두 부채의 자기강화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예컨대 호황기에는 부채를 지고 투자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크다. 이득이라는 신호가 시장에 퍼지면 너도나도 부채를 안고 투자를 시작하고, 투자 자금이 몰리면 자산시장의 가격은 더 올라가는 버블이 발생한다. 높아진 가격신호는 다시 ‘더 큰 부채를 안고 투자해도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자기강화적 신호가 된다. 더 이상 그 가격을 주고 투자하거나 구매할 사람이 없어지는 순간, 자기강화적 신호가 사라지는 순간 시장에 쌓인 버블은 거대한 공포로 급변한다. 자산 가격이 폭락하고 신용경색이 찾아오는 순간이 바로 호황기에서 불황기로 경기가 이동하는 사이클이다.



미국의 양적완화는 호황기에서 불황기로 접어드는 시점을 계속 뒤로 미뤘다. 세계 경제에 끝없이 밀려드는 달러는 ‘누구라도 더 높은 가격을 주고 이 자산을 살 것이다'라는 믿음이 시장을 지배하도록 만들었고, 실물경기 이상으로 자산가격이 오르는 버블은 몇 년간 계속 쌓였다. 특히 미국 주식시장에는 ‘연준의 양적완화는 주가 상승의 신호다'는 학습효과가 생겼고, 연준이 양적완화 축소 또는 출구전략 신호를 보낼 때마다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제의 위기상황을 전조하는 가장 민감한 지표였던 주식시장이 중앙은행의 신호에 의존하는 관치금융 결과물에 가까운 모습을 띄게 됐다.



저자는 연준의 양적완화 정책이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평가했다. 금융위기 시절 양적완화는 은행에 유동성을 무제한 공급했지만, 그 당시 은행은 공급받은 유동성을 대출의 형태로 시장에 제공하는 것을 꺼려했다. 신용경색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던 상태였으니, ‘대출해줬다가 돈 떼일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반면 코로나19의 양적완화는 기존 방식에 더해 팬데믹으로 생계를 위협받는 가계, 고용을 유지하기 어려운 기업에게 직접 유동성을 제공했다. 수중에 돈이 생긴 가계와 기업은, 양적완화의 영향으로 끝없이 상승하는 주식시장이나 부동산시장에 진입했다. 특히 중산층이나 2030 계층까지도 자산시장에 부채를 안고 뛰어들었다. 연준의 양적완화 정책이 실패한다면, 연준이 늘려 놓은 버블 폭락이 청년층과 중산층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되었다.
 
저자는 실물경제가 회복되지 않을 경우 디플레이션을 동반한 일본식 장기불황이, 엄청난 규모로 축적된 버블이 터지면 08년 금융위기 때보다 거대한 금융시스템의 붕괴가 찾아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연준의 정책과 방향이 세계 경제의 향방을 결정지을 수 있는 상황이지만, 연준조차 통제할 수 없는 몇 가지 변수를 위기의 뇌관으로 지목했다.
 


빅테크 기업이 주도하는 시장질서.
 
그동안의 산업혁명은 시장 전체의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고용과 투자 효율을 동시에 높여주었다. 하지만 FAANG으로 대표되는 빅테크 기업은 자신들의 생산성만 끌어올려서, 기존의 산업이 가지고 있던 파이를 약탈하는 형태로 성장하고 있다. 
유통업의 질서를 재편한 아마존은 기존 유통사업자들이 도미노로 파산 신청할 만큼 위력적이었지만, 기존 유통사업자들이 창출하던 일자리와 임금의 규모는 책임지지 않았다. 구글의 경우 매출의 85%가 광고수익으로, 광고업을 장악하던 기존 미디어 시장을 고사시켰다. 지역언론사와 방송사가 만들어내던 일자리와 임금은 사라졌다. 
미국 경제 전체로 보면, 생산성은 오히려 둔화되는 결과를 낳았다. 빅테크가 고사시킨 산업에는 저임금 저숙련 일자리가 편린으로 남았고, 빅테크 기업이 제공하는 저가 상품은 미국 경제 전체로 보면 ‘소비의 둔화, 저성장의 고착화'를 만들고 있다. 연준이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하는 목적은 ‘실물경제의 활성화'인데, 빅테크가 주도하는 시장질서는 통제 불가능한 ‘저성장' 구도인 셈이다.



코로나 팬데믹이 파괴한 소비의 경로의존성
 
쉽게 말하면 ‘새로운 관성'의 탄생이다. 외식보다 배달, 출근보다 재택, 출장보다 화상회의를 강제한 몇 년은 사람들의 관성을 바꾸었다. 전통산업군이 명맥을 유지할 수 있는 버팀목 중 두 가지인 ‘관성'과 ‘구산업 종사자를 위한 규제'가 코로나로 파괴된 셈이다. 소비자의 관성이 바뀌면, 전통산업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가 개입하게 된다. 정부의 개입은 도태되었어야 할 좀비기업이 살아남는 원인 중 하나로, 저임금 저성장 경제구조를 구축하는 원인 중 하나다.



동전의 양면,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금융위기 때, 연준이 소비진작을 위해 양적완화를 시행했음에도 가계는 가처분소득의 3/4만 사용했다. 미래의 불확실성을 대비하기 위해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한 셈이다. 팬데믹의 경우, 전염병 공포와 이동 통제 등으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연준이 직접 가계와 기업에 돈을 뿌렸다. 따라서 팬데믹으로 촉발된 디플레이션은 억눌린 소비심리가 폭발하는 순간 인플레이션으로 탈바꿈한다. (저자의 이 대목은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사실상 앤데믹 선언이 난 이후 현실이 되었다.) 



세계 공급망 질서의 재편
 
글로벌화, 공급망의 세계화와 국제분업화가 진행되면서 미국의 공장은 세계 각국으로 이전했고, 이런 움직임의 수혜를 본 대표적인 국가는 중국이다. 하지만 경제적으로는 AI와 로봇의 등장으로 인한 리쇼어링, 시기적으로는 코로나로 인한 국경 봉쇄와 자원의 통제가 겹치면서 공급망 질서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저자는 시기적으로 미-중 무역전쟁을 예시로 언급했지만, 2022년 현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의 코로나 봉쇄정책으로 공급망 질서가 극적으로 바뀌고 있는 추세다. 이건 앞선 예시와 달리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복합적이면서도 연준이 통제할 수 없는 범위라는 특징이 있다.
 





투자 관련한 조언도 있지만, 책의 제목이나 표지처럼 ‘부를 키우는 투자전략'은 없다는 인상을 받았다.
정확히는 ‘부를 잃지 않기 위한 기본적인 전략'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 금융위기를 뛰어넘는 수준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버블은 역사가 경고해온 수준을 이미 넘었다. 앞으로 극심한 변동장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 양적완화의 영향으로 유동성이 모든 시장에 풀리면서, 모든 형태의 자산이 동화된 움직임을 보인다. 주식과 반대로 움직인다던가, 안전자산으로 여겨진 것들조차도 시장의 가격 동향이 이전과 다르다.
  • 192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상반기 50년은 금리 인상기였고, 하반기 50여 년은 금리 인하기였다. 미국 주식은 절대 불패의 장인 것이 아니라, 금리 인하기로 인한 상승효과가 분명히 존재했다. 현재 자산시장은 제로금리에 이어 양적완화까지 진행되면서 만들어진 가격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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