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할 프로덕트
개발자 리뷰어로 선정되어, 길벗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받아본 뒤 작성하는 글입니다.
개발자가 소프트웨어 디자인 패턴 보듯이 스타트업의 단계별 전략 패턴을 접할 수 있는 책.
제품 회사를 아이디어 / 스타트업 / 성장 / 확장 / 성숙이라는 다섯 단계로 구분한 뒤, 각 단계별로 취해야 할 필드 메뉴얼을 소개한다.
모든 세부전략의 핵심은 ‘마주한 상황에 맞게 고객, 제품, 비즈니스’ 카테고리를 끊임없이 학습하는 것. ‘사용 가능한 기법, 발전하기, 사례연구, 행동하기’가 포함되어 있어서, 응용하거나 활용하기 쉽게 쓰였다.
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단순함’이었다. ‘끊임없이 학습해야 한다'는 원칙이 명확하고, 학습 대상을 무엇으로 할 것인지 결정하고, 어떤 방식을 사용할 수 있는지 알려준다. 이 패턴 하나가 500여 페이지에 걸쳐 반복된다. 어떤 단계의 어느 소제목을 가더라도, 앞뒤 몇 페이지만으로도 충분히 논리 구조를 파악하고 따라갈 수 있다.
스타트업 관련 서적을 읽다 보면 종종 느끼던 것 중 하나가 ‘현란한 기법과 화려한 사례로 치장하려는 시도가 많다'는 것이었다. 특히 지금은 누구나 알 법한 기업 이름을 대고, 그 기업이 지금보다 크지 않았던 시절이라고 하며 ‘번뜩이는 아이디어' / ‘훌륭한 기법’ / ‘성공적인 결과'가 결합된 멋진 사례를 소개하며 환상을 심어준다. 잔뜩 고무된 채 읽을 수는 있지만, 맥락을 이해하고 나에게 필요한 부분을 찾아서 응용하기에는 난이도가 너무 높다. 결합도가 매우 높아서 손댈 엄두가 안 나는 프로덕트 보는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점에서, 현학적인 방법이나 복잡한 기법을 내세우지 않고 ‘원칙'에 따라 단순한 방법을 우선해서 설명하는 이 책의 전개방식이 특히 좋았다. 예컨대 스타트업 단계에서 시장가치가 있는 제품인지를 판단하는 ‘가치 제공 평가하기’ 부분은 아래와 같은 방법을 소개한다.
- 원칙: 사용자의 행동 패턴과 리텐션을 학습해라
- 방법: 활동 기록, 로그 데이터 직접 봐라. 핵심 기능을 쓰고 있는지, 사용하지 않는 기능은 뭔지, 다시 사용하는지, 사용 패턴에서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은 무엇인지 체크해서 정기적으로 공유해라.
- 특징: 취합된 데이터를 보고 싶은 충동에 지지 마라. 고객이 많아져서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지기 전까지는 직접 보는 게 낫다.
멋진 고객 행동데이터 분석기법을 소개하고 성공사례를 언급하는 것보다 훨씬 설득력 있었다. 특히 초기 생존여부가 걸린 스타트업에게는 시장과 고객, 제품을 학습해서 더 나은 프로덕트를 만들어야 하기에, 적은 고객수와 표본에서도 최대한 많이 배워야 한다. 그런데 성능 좋은 분석기법은 데이터가 부족한 스타트업에 적합할지도 알 수 없거니와, 스타트업 초기 인력의 학습과 성장에 도움이 될지도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앉은 자리에서 한번에 완독하기는 힘들다. 단순한 패턴이 반복되기 때문에, 금방 지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로덕트 기반으로 스타트업이나 서비스를 생각하는 개발자라면, 필요할 때 원하는 부분만 뽑아서 읽기엔 더할나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