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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126


자기계발서와 경제경영서를 적절히 혼합한 백과사전.

개인과 기업의 성공에 ‘행운’이 미치는 역할을 중시했다는 독특한 특징을 지닌 책.

자기계발서 이 이상으로 진화할 수 있을까 싶은, 일종의 끝판왕.




그동안 읽었던 자기계발서나 경제경영서의 종합 요약본을 보는 기분이었다. 이 책에서 인용한 저서들 중 내가 읽어 본 책, 비슷한 내용을 담은 책만 10여권은 된다. <Give and Take>, <넛지>, <탁월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오는가>, <꿈꾸는 다락방>, <몰입>, <새빨간 거짓말, 통계>, <인구와 투자의 미래>, <상식 밖의 경제학>, <리더는 마지막에 먹는다> 등등. <보랏빛 소가 온다>나 <구글의 아침은 자유가 시작된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대통령의 글쓰기> 등 읽어보진 않았지만 이름 들어 본 책도 수두룩하다. 심지어 페이스북이나 블로그에서 읽었던 글도 같은 내용이지만 다른 방식으로 쓰여 있었다.

수많은 책들이 전하는 메세지를 8가지 키워드에 맞게 녹여내고,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 쓴 노력이 돋보인 책이다. 포화상태라고 여겼던 자기계발서 시장에서 새로운 도전을 본 느낌이다.
  
기존 자기계발서에서 지향하는 '성공'이라는 단어는 이미 수많은 자기계발서가 난도질해 놓았다. 더 이상 '성공'이라는 클리셰로는 자기계발서가 사람들에게 읽히지 않는다. 이 책은 '성공'이라는 모호한 표현 대신, '일을 잘하는 방법'이라는 부제를 동원했다. 재미있는 접근이다. 일을 잘하는 것이 '성공'과 동일시할 수는 없다. 단 '성공'이란 허황된 말에 현혹되지 않고 더 나은 삶을 바라는 사람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인 카피이기 때문이다.




많은 자기계발서와 경제경영서의 핵심 주장을 빠르게 습득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가치가 높지만, 이 책을 자기계발서의 끝판왕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따로 있다. ‘행운’이라는 요소를 책의 서두에 배치하고, ‘성공을 비롯해 인간이 얻고자 하는 대부분의 가치는 행운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이전까지는 자기계발서나 경영서적에서 ‘행운’이란 단어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자기계발서에선 ‘개인이 이루고 싶은 것은 열심히 노력하면 이룰 수 있다’는 주장을 설파했다. ‘노력하면 된다’는 전제를 깔고, 어떻게 노력하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지를 조목조목 설명하는 데 집중했다.
  
이 시기의 자기계발서 중 가장 대중적으로 성공한 메시지는 ‘꿈꾸는 다락방’이었다고 생각한다. ‘간절히 꿈꾸면 이루어진다’는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는 책의 메시지는, 진심으로 원하고 열심히 노력하면 바라는 것이 현실이 된다는 주장이었다. 허무맹랑하게 들릴 수 있는 이 주장은 ‘성공한 자’의 후일담과 ‘간절히 바라고 노력하니까 성공했다’는 식의 인터뷰를 통해 설득력을 확보했다.
경제경영서는 아예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 사용했던 전략들’을 소개하는 데 방점을 뒀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처럼, 각자 분야에서 크게 성공한 기업이 어떤 전략으로 성장했는지 분석한다. 그 전략을 따르면 성공을 구가할 수 있으리라는 암묵적 설득이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은 그리 단순하게 흘러가지 않는다. 열심히 노력했다는 이유만으로, 성공한 기업의 전략을 따라했다는 이유만으로 ‘성공’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에 가깝다. 인간의 노력은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외적인 요소, 단적으로 말해 ‘행운’에 의해 증폭되거나 소멸될 수 있다. 이를테면 전화기를 발명한 사람은 그레이엄 벨로 알려져 있지만, 동일한 전화기 기술을 벨보다 먼저 발명한 ‘엘리샤 그레이’라는 발명가는 특허 신청을 두 시간 늦게 했다는 이유 때문에 역사에 남지 못했다. 이 경우 엘리샤 그레이가 그레이엄 벨보다 간절함이 없었다고, 노력이 부족했다고 치부할 수 있을까? '운이 없었다'고 치부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그 '운'이야말로 단 한 사람의 노력만을 역사가 기억하도록 한 요인이다.




‘일취월장’은 행운ㆍ사고ㆍ선택ㆍ혁신ㆍ전략ㆍ조직ㆍ미래ㆍ성장, 총 8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서 ‘행운’을 제외한 나머지 장은 다른 책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더 설득력 있게 쓰여 있다거나, 최신 근거를 제시한다거나, 깊이 있게 쓰여 있을 수도 있다. ‘사고’는 <논어>와 같은 고전에서부터 <졸업 선물>과 <새빨간 거짓말, 통계>에서 더 구체적으로 가르침을 받을 수 있다. 혁신은 <탁월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오는가>, <오리지널스> 등 명저가 아주 많다. 전략과 조직은 서점의 경영경제 코너에서 매일같이 업데이트될 정도로, 많은 책에서 다룬다. 이런 책들 사이에서 ‘일취월장’은 많은 자기계발서와 경영경제서의 핵심을 넓고 얕게 다룬 종합서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다른 책을 읽다 보면 놓칠 수 있는 ‘행운’의 영역을 가장 먼저 다루었기 때문이다. 각종 수법과 기법, 아이디어에 휘말리다 보면, 그 기법이 성공할 수 있었던 외적 요인을 놓칠 수 있다. 기업과 개인이 성장하는 것을 넘어 ‘성공’을 목표로 한다면, ‘행운’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다루는 ‘일취월장’은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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