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418
좋은 기업과 나쁜 기업이 곧 좋은 주식과 나쁜 주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좋은 기업이라 해도 투자 매력도가 낮은 주식이 있고, 나쁜 기업이라 해도 시세차익을 위한 단기투자에 적합한 주식이 있다.
객관적인 투자지침서는 될 수 없고, 교수이자 투자전문가 중 한 사람의 의견으로만 보는 편이 좋다.
주식시장에 입문하려는 대학생에게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처'로서의 전통적인 기업을 추천해주는 정도의 의의가 있는 책.
객관적인 시각을 담기 위해 노력한 책이라기보다는 저자의 주관이 강하게 담긴 주식 기초강의에 가까운 책이었다. 일반론의 관점에서는 맞는 말이 많았지만, 개별 기업의 펀더멘털 진단이나 주가 예측에서는 현실과 다르거나 저자의 주관이 많이 포함되어 있었다.
저자에 따르면, 좋은 기업과 좋은 주식은 동의어가 아니다. 실적이나 성장성이 나쁜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전략적으로 투자하기에는 좋은 기업이 있고, 좋은 실적을 내고 있는 기업이라 해도 주식 투자에는 부적합한 기업이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좋은 기업이란 ‘제품과 서비스가 뛰어나고, 수익성이 높으며 고성장하는 기업'을 의미한다. 저자는 한국의 좋은 기업으로는 삼성전자, 하이닉스, 네이버, LG생활건강 등 몇 개의 기업을 언급하며 ‘한국에는 몇 없다'고 말한다. 현대차의 경우 업종 변동이 심한 상태라 예측이 어려우므로 판단을 보류했고,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과거에는 좋은 기업이었으나 현재에는 제품경쟁력이 떨어지면서 나쁜 기업으로 내려갔다고 평가했다.
대부분의 기업이 다양한 이유로 저자에게서는 ‘나쁜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포스코는 정치적인 이슈로 CEO가 자주 바뀌었고, 실책이 누적되는 거버넌스 이슈 때문에 나쁜 기업이고, 한국전력이나 대한항공은 업종이 원래 어려워서 좋은 기업이 되기 힘들다고 한다. SK텔레콤 같은 경우 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들어서, 두산과 금호는 리더십이 취약해 핵심경쟁력을 살리지 못해서, 롯데와 신세계, 신한지주, KT 등은 내수 위주의 사업구조 때문에 나쁜 기업이 되었다.
‘좋은 주식’이란 장기간 꾸준한 투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거나, 주가변동이 심하지만 저가매수 - 고가매도로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기업을 말한다. 전자의 예시는 삼성전자, 하이닉스, TSMC, 코스트코, 나이키, FAANG 등을 소개했고, 후자의 예시는 경기 관련주 / 증권주를 들었다.
특히 기업 펀더멘털상 장기 보유에는 부적합한 (나쁜) 기업 - 해운, 조선, 철강, 유화 등 - 는 PER이 높을 때 사서 낮을 때 팔면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주식이다. PER의 상식과 정반대되는 매수-매도 전략을 취하는 이유로는 ‘순익이 적자라서 산출 불가능하거나 매우 낮을 경우에는 PER이 높게 책정되며, 이익이 고점일 때 PER이 낮아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따라서 투자 대상으로 보았을 땐 좋은 주식일 수 있지만, 매수점과 매도점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으므로 초보자에게는 어려운 대상이다.
추천하고 싶지 않다. 좋은 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주장이 강하고 주관이 뚜렷하지만 과거의 정답을 현재에 대입하려 한다는 느낌이 강하다.
삼성전자 주가전망은 아예 틀렸으며, 투자 전략으로 제시하는 방법도 일관성이 떨어진다.
1990년대 한국 증시에서 공포의 대상이었다는 ‘타이거 매니지먼트'를 예시로 들면서, 이들의 성공전략이었던 ‘좋은 기업과 나쁜 기업', ‘저평가된 기업과 고평가된 기업' 이라는 두 개의 축으로 사분면을 그린 뒤 ‘저평가된 좋은 기업을 매수하고, 고평가된 나쁜 기업을 공매도한다'는 전략을 소개한다. 그리고 이 분석의 바탕에는 체계적인 펀더멘털 분석이 있었으며, 타이거 매니지먼트가 분석을 마치면 해당 기업보다 미래 리스크와 시장상황을 더 완벽히 알고 있었다는 식으로 이야기한다.
하지만 저자는 1990년대 한국 주식시장의 비정상적인 구조를 소개하면서도 간과하는, 굉장히 이상한 방식으로 글을 전개했다. 모든 주식이 액면가 5000원에 주식을 발행했고, 당시 투자자들이 상대주가가 아닌 절대주가 수준을 근거로 투자해왔으며, 공매도가 쉽지 않은 시장환경이었다고 짚었다. 그래서 외국인 입장에서는 낙원처럼 보였을 것이라고까지 말한다. 딱히 저자가 타이거 매니지먼트사의 분석력의 구체적인 사례를 든 것도 아니다. 그러면 읽는 입장에서는 타이거 매니지먼트가 초월적인 수준의 분석능력을 발휘해서 수익을 거둔 게 아니라, 당시 한국증시가 그들에게 투자 낙원에 불과했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주가를 예측하는 방법’ 이라는 소제목에서 반도체 사이클 분석, 과거 영업이익률의 정점 등을 장황하게 늘어놓으며 예측한 2022년~2023년 삼성전자 주가는 93,600 ~ 117,000이다. 물론 저자가 이 글을 쓰는 시점에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돌발상황을 예측할 수는 없었겠지만, 저금리 기조가 유지된다는 전제 하에 과거 데이터들을 토대로 계산한 결과라고 한다.
이 값은 67,000원인 2023년 4월 22일 금요일의 삼성전자 주가 앞에서 전부 무의미하게 보인다. 오히려 오랜 코로나 확장재정과 물가상승률 여파로 미국 연준위가 금리를 인상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예측 한 줄조차 없이 ‘저금리'를 당연시했다는 점에서 저자의 신뢰도만 떨어뜨렸다.
피해야 할 기업으로 ‘내수시장에서만 장사하는 기업'을 꼽으며 유통업계의 디지털 전환이 매우 중요하다는 논지의 주장을 전개하는데, ‘최근 카카오 선물하기를 처음 써 보았는데, 전통적인 유통업체가 네이버, 카카오 같은 플랫폼 업체를 이기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문장이 있다.
난 여기서 이 책을 접었다. 더 이상 읽을 필요가 없었다. 카카오 선물하는 2010년에 등장한 서비스였고, 플랫폼 기업의 영향력을 판단할 근거로 사용하기에는 너무 오래된, 일상에 자리잡은 서비스다. 저자의 일상에 플랫폼 기업의 서비스가 얼마나 영향력이 없었는지 알 수 있는 문장이었고, 그런 저자가 내세우는 플랫폼 기업의 가치평가, 주가 관련한 분석이 얼마나 불안한 근거 위에 세워진 논리인지 예상할 수 있었다. 카카오 선물하기를 출시 10년 뒤에야 사용해보는 사람에게는 빅테크가 주류로 부상한 현재 주식시장에서 전문성을 기대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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