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술의 서사 (The Narrative of Korean Art) 라는 주제로, 정동 1928 아트센터에서 진행한 전시.
- '한국의 독자적 정체성에 기반을 둔 우리의 고미술과 현대의 미술작품을 한 자리에서 보고자 하는 특별 기획전'
- 고려 청자에서 고미술 목기, 금속공예와 단색화, 비디오 아트, 추상미술까지 어떻게 아우러져 보여지며, 한국 미술만의 독특한 성격과 창의성이 어떻게 녹아져 있는지를 보여주겠다
전시회 콘셉트에 사실 기대를 많이 했다.
- 일반적으로는 특정 시대의 예술을 다루는 전시가 열리지,
시대를 넓게 잡고 작품을 전시하는 건 전시회가 아니라 박물관에서 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 박물관이 아니라 전시회였기 때문에, 이런저런 작품을 나열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어떤 작품이 어떻게 배치되었는지, 어떻게 보는 게 좋을지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 해주거나, 생각할 수 있게 도움을 줄 거라 생각했으니까.
그런 점에서 나는 이 전시가 많이 아쉬웠다. 만족스럽지 않았다. 어떤 서사를 전시에 담고 싶었는지 나는 파악할 수 없었다.
'서사(Narrative)'란 사건의 재현 / 연속됨을 의미하며,
보통 무엇이 '서사가 있다' 라고 하면 사건이나 행위가 연속적이거나 일관적인 면모가 있다는 뜻이다.
전시된 작품들이 만들어진 시대는 대략
- 11세기 청자 / 백자 -> 고려시대
- 17 ~ 18세기 백자, 뒤주, (정조의 필체가 각인된) 어필책장 -> 조선 후기
- 19세기 민화
- 현대미술 (1970년대 ~ 2022년대)
이렇게 있었다.
고려시대 / 조선시대의 작품이 그 근처에 전시된 현대미술 작품과 어떤 '서사'가 있는지 아무리 고민해도 난 모르겠더라.
천 년이라는 시간을 두고 만들어진 작품이 같은 공간에 있지만, 무엇이 변화했고 무엇이 남았으며 무엇이 계승되었는지 느끼기가 어려웠다.
그냥 고대 미술품 근처에 현대 미술품이 있고, 둘 다 한국에서 만들어졌다는 것?
해설 없으면 생각을 전개할 배경지식이 없는 미술 문외한이라 그럴지도 모른다. 초보자가 즐길 만한 전시회가 아니었을 수도.
그래도 한국 현대미술의 여러 작품을 접해볼 수 있었던 점은 좋았다. 평소에 관심갖고 찾아보지는 않는데, 전시회까지 다녀오고 나면 작품과 작가를 좀 더 찾아보게 되니까.
이번 전시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작품이다.
예전에 마크 로스코 작품을 인상깊게 본 기억이 있다. 강렬한 색채, 단순한 패턴으로 작품을 접하는 사람에게 어떤 감정을 떠오르게 하는 로 기억하는데, 로스코의 마지막 작품이었던 RED를 떠오르게 하는 그림이었다.
물론 박서보 화백의 빨강색과 로스코의 마지막 빨강색이 전하고 싶은 의미가 같지는 않겠지만.
1980년대의 박서보 화백 작품인 묘법-223-85는 서울경제 기사가 '도자기에 화장하듯 백토를 발라 무늬를 새긴 조선 초 분청사기와 흡사하다' 고 의미를 부여하던데, 전시회 현장에는 딱히 223-85와 조선 분청사기 사이의 관계를 파악할 수 있도록 배치하지 않아서 전혀 몰랐다.
서울경제 기사: https://www.sedaily.com/NewsView/26CH58EY13
내가 공간 배치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대표적인 작품.
- 평범해보이는 '장' 위에 백자를 올린 이유. 위에 아무것도 올리지 않은 옛 평상이나 가구 전시품과 이게 다른 이유?
- 백자가 올라간 장 위에 이우환 화백의 '점으로부터'가 전시된 이유. 무슨 관련이 있지..?
한지로 된 종이묶음을 모아붙여서 만든 작품. 찾아보니 전광영 화백의 대표적인 작품 형태라고 한다.
- 한국 전통 한지로 군집된 종이묶음으로 구성
- 솟아오른 입체들의 돌기된 표면이 보여주는 반복된 패턴
심문섭 화백의 대표적인 작품 시리즈인 것 같다. '바다'라는 주제로 심문섭 화백이 그리는 심상을 반복된 붓질로 표현했다고 함
http://www.artrie.com/HyAdmin/view.php?&bbs_id=bo13&page=&doc_num=63 설명을 참고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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