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미디어를 둘러싼 오해를 해명하고, 1인 크리에이터라는 새로운 직업과 시장을 소개하는 ‘소개서’. 유튜브 활동 지침서가 아니다.
일반인에게 ‘유튜브 생태계’ 참여를 독려하는 글이지만, 실용적인 조언은 많지 않다.
‘이것만 알면 당신도 할 수 있다’, ‘시간도 돈도 투자하지 않고 성공할 수 있는 창업이 1인 브랜드다’ 등, 편집부의 감언이설이 과한 편
2019년 초에 유튜브 입문 바람이 크게 일었던 적 있다. 직장인 브이로그라던가, 자신의 직업 전문성을 바탕으로 무언가를 설명하는 영상이라던가… 물론 한 달 정도 지나자 잠잠해졌지만, 연초에 일었던 유튜브 바람을 만들어낸 원인 중 하나가 18년 5월에 출간된 이 책 아니었을까 싶다. ‘기회의 땅이다. 당신도 도전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던 대도서관의 시도는 어느 정도는 성공한 셈이다.
‘유튜브 레볼루션’을 읽고 실망스러웠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었다. 유튜브의 비즈니스 담당자가 2018년에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이것밖에 없냐는 실망감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한국에 유튜브 생태계를 처음으로 선보였고, 1인 크리에이터 시장의 개척자 입장에서 바라본 유튜브와 1인 미디어’를 조명할 수 있는 위치의 ‘대도서관’의 저서를 기대했다.
책을 관통하는 목적의식은 두 가지다. 하나는 ‘1인 미디어 시장을 둘러싼 오해를 푸는 것’, 다른 하나는 ‘1인 미디어 시장의 크기를 키우는 것’이었다. 1인 미디어 시장을 바라보는 대중의 오해가 풀려야 시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제를 ‘1인 미디어 시장의 저변 확대’라고 요약할 수도 있지만, 지면의 많은 부분을 ‘오해를 푸는 것’에 할애했기 때문에 두 가지로 나눠 봐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인터넷 방송’. 1인 미디어의 개척자인 대도서관이 가장 많이 마주한 오해이고, 이 책이 깨부수고자 하는 대중의 편견을 압축하는 문장이다. 창의력 / 기획력 있는 개인이 유튜브라는 동영상 유통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의 사람과 만날 수 있고, 관심을 끌어모을 수 있다는 능력을 증명하면 수익도 낼 수 있는 시장구조를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방송’이라는 잣대로는 절대 들여다볼 수 없기 때문이다. 대도서관은 대중이 가진 편견을 깨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시장 선구자 입장에서 어떤 책임감을 갖고 일해왔는지를 보여준다. 인터넷 방송으로 출발했지만 클린한 방송을 만들기 위해 애썼고, 시간이 부족해도 강연이나 인터뷰 등의 제안에 빠짐없이 응하며 ‘1인 미디어 시장’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애썼다.
오해를 풀었으면, 대도서관은 ‘누구라도 1인 미디어 시장에 진입할 수 있고, 성공할 수도 있다’며 1인 미디어 시장에 참여하기를 독려한다. 대도서관 본인은 어떻게 지금의 위치에 오르게 됐는지,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무엇에 유의해서 콘텐츠를 제작하고 영상을 업로드해야 하는지, 1인 미디어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경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소개한다.
개인적으로, ‘유튜브에 도전하라’는 메시지를 담은 부분은 책을 관통하는 대도서관의 전체적인 논조나 관점에 비해 많이 다르다고 느꼈다. 혹시 편집부에서 ‘이런 식으로 쓰면 잘 팔릴 거 같아서’ 수정을 가한 건지 의심될 만큼… 같은 사람이 쓴 것 같지 않은 느낌이다.
대도서관은 방송에서도, 자신의 책에서도 쉽게 ‘성공 비법’이라며 무언가를 이야기하는 사람은 아니다. 1인 미디어 시장이 새로운 기회의 땅이고, 모두에게나 가능성이 열려 있는 건 맞지만 어디까지나 가능성이다. 자신의 경험담을 말하는 책의 후반부에서도 “최소 1~2년은 꾸준하게 영상을 업로드해야 한다”는 꾸준함,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일지 생각하고, 영상으로 어떻게 표현할지 구상하는 기획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마저도, 돈 많이 들이고 오랜 시간 기획해서 만든 영상보다 대도서관의 반려견인 단추, 꼬맹이 영상이 더 높은 반응이 나올 때도 있다고 언급한다.
그런데 유튜브로의 도전을 강조하는 책 초반부는 ‘시간과 돈도 투자하지 않고 성공할 수 있는 창업은 1인 브랜드’라는 점이 지나치게 강조되어 있다. 정확히는, 대도서관이 중요하다고 언급하는 ‘기획력’은 책 전반부에 거의 등장하지 않으며, 채널 일관성을 지키는 선에서 주 2회, 1~2년 꾸준히 영상을 업로드하면 된다는 ‘꾸준함’만 언급된다.
돈을 적게 투자하고도 성공할 수 있다는 건 영상이나 방송장비 가격대 측면에서는 맞는 말이지만, 유튜브에 어떤 콘텐츠를 어떤 콘셉트로 올려야 할지 기획하는 시간 투자는 결코 작지 않다. 이 책이 18년 5월에 나왔을 때, 이미 유튜브는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들을 대상으로 한 유튜브 영상이 있었고, 콘셉트도 충분히 다양한 상태였다. 어떤 콘텐츠를 어떤 방법으로 영상을 찍어 올릴 것인지 고민할 시간은 필요하다. 이 점은 창업 아이템 기획과도 유사한 부분인데, 창업 아이템 기획 단계에서 시간 투자를 안 하는 경우가 있나.
1인 크리에이터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다양한 생태계를 조금 더 조명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편집자 / 촬영자 등 ‘영상제작을 돕는 제작 크리에이터’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언급을 넘어서, 예컨대 대도서관이 처음 계약한 CJ E&M MCN의 특징이라던가, 트레저헌터나 샌드박스, 콜랩 등 크리에이터를 지원하는 다른 MCN 회사들은 어떤 특징이 있는지라던가. 회사를 소개할 정도로 길게 말할 필요는 없지만, 더 많은 크리에이터가 등장하길 바란다면, ‘여러분들이 어느 정도 성공하고 지원이 필요해질 때 이런 MCN 회사들이 도움이 될 수 있다’라는 느낌으로 이야기해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1인 미디어 세계를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1인 미디어는 단순히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콘텐츠만 생산하는 미디어가 아니다’, ‘유튜브에서 어떤 방식으로 수익을 냈다’, ‘진입장벽이 높지 않기에 누구든지 시도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로 쓰인 책. 유튜브를 정말 진지하게 시도해보려는 사람에게는 실용적인 도움을 주기는 어렵다. 지침서가 아니라 소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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