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세대의 입장에서, 현재의 20대인 90년대생을 탐구하고 이해하려 한 책.
90년대생은 일상에서 극도의 간편함을 추구하고,
목적보다 재미를 중시하며,
사회와 기업에 정직과 공정함을 요구한다.
90년대 초반과 후반 태생의 핵심 차이는 ‘모바일 네이티브’인데, 90년대생 전체를 모바일 네이티브로 간주했다는 점에서 아쉬운 책.
94년 출생인 내 입장에서 꽤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기성세대가 90년대생이 태어나 성장하던 사회적 배경에 주목하고, 그 결과 어떤 성향을 가진 존재가 되었는지 이해하려는 시도였기 때문이다.
90년대생은 IMF를 겪은 70년생과 08년 금융위기를 겪은 80년생을 보고 자란 세대이며, 회사에 충성하던 세대가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는 모습을 보며 20대에 진입했다. 그렇기에, 회사에 충성하던 70년생, 삶에서 목적을 찾고 성공을 위해 자기계발하던 80년생과 다른 성향을 보인다. 이들은 목적보다는 재미와 유희를 추구하며, 안정적인 삶과 인간다운 삶을 추구하는 경향이 크다고 진단했다.
인터넷과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소통과 연결에 익숙한 세대이기에, 부당하거나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일을 표출하는 데 거부감이 없다. 온라인에서 공유된 이슈에도 빠르게 반응하고 호응하기 때문에, 소비자의 집단행동 차원에서도 지속성이 높은 편이다. 공정하지 못한 행동 (갑질 등 불공정행위, 소비자 기만행위, 기업의 불공정한 채용절차 등) 에 민감하며, 떠들썩하게 집단행동에 나서기도 하지만 별다른 피드백 없이 사용을 중단하거나 발을 끊는 등 다양한 모습으로 행동한다.
효율성을 숭상하는 분위기에서 성장했기에 회사의 비효율적인 업무 프로세스에 쉽게 회의감을 느끼며, 내일의 이익을 위해 현재의 권리를 포기하는 행태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지금 불편하면 나중에 편할 수 있다’는 군대식 논리나 ‘눈치껏 알아서’ 처신하라는 식의 지침을 거부하며, 명시된 권리를 주장하는 데 거리낌없다. 그렇기에 과거의 가치관과 논리에 매몰된 채 변화를 거부하는 ‘꼰대’에 강한 반발심을 가지고 있다.
역사적으로, 새로운 세대는 항상 기성세대의 가치관과 충돌하는 지점이 있었고, 시간이라는 매개로 사회는 이 충돌을 적절히 흡수하고 변화했다. 그런데 이 책이 독특한 건, 신세대를 분석한 책이 보편적으로 보여주는 목적인 ‘소비자로서의 특징’과 궤를 달리한다는 점이었다. 물론 ‘90년생의 소비 경향이나 특징은 어떠한가’를 언급하지만, 책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90년생을 이해하자’에 더 가깝다. ‘이 세대에서 어떻게 돈을 뽑아낼 수 있을까’라기보다는 ‘대체 이 친구들은 어떤 사람들이고,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느낌. 기성세대와 신세대가 가치관이 충돌하면서도 이해하고 타협하는 과정을 거치며 사회가 변화하는데, 90년생의 모습이 기성세대에게는 정말 이해가 어려웠던 모양이다.
‘90년생’이라는 구분은 틀렸다.
10년 단위로 세대를 구분하는 게 가장 쉬운 방법이기도 하고, 한국의 역사를 비춰봐도 나름 유의미한 구분이었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94년생이라는 중간 지점에서 90년대 초반 대학생과 90년대 후반 대학생을 전부 접한 내 입장에서는 ‘90년생’으로 세대를 구분하는 것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물론 큰 틀에서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고, 유희를 추구하며, 간편함을 추구한다’는 특징이 있을 수 있지만, 이 정도는 지금의 기성세대가 신세대 취급을 받던 몇 십년 전에도 언급되는 특징이므로 고유한 특징이라고 보긴 힘들다.
내 생각에, 이 책에서 말하고자 했던 90년대생을 구분하는 가장 큰 기준은 ‘모바일 네이티브’ 여부다. 기성세대 입장에서는 90년생 초반이건 후반이건 다 모바일을 잘 쓰고 익숙한 세대니까 동일하다고 볼 수 있지만, 이들이 모바일을 접한 시기를 보면 같은 세대라고 구분하기엔 큰 차이가 있다.
한국에서 스마트폰이 대중에게 폭발적으로 보급된 시기는 삼성 갤럭시S2, 갤럭시S3가 등장한 때다. 대략적으로 2012~2013년이다. 90년대 초반부터 중반까지 (대략 95, 96년생까지)는 스마트폰을 처음 접한 시기가 고등학교 ~ 대학교 시기인 셈이다. 청소년이 자신의 교우관계나 자아 인식을 처음 정립하는 시기를 2차 성징 시기인 14 ~ 16세 즈음이라고 정의한다면, 90년대 초-중반 세대는 어느 정도 자신을 정립한 후에 스마트폰을 접한 셈이다.
그래서 비록 스마트폰을 잘 쓰는 세대지만, 이들이 성장했던 환경은 80년대가 겪은 PC인터넷 시기의 연장선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PC인터넷 시대의 성숙기에 10대를 보냈고, 모바일 중심으로 시대가 이동할 때 20대를 보내는 세대인 셈이다. 따지자면 이들은 ‘모바일 네이티브’라 부르기에는 애매한, 과도기 세대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단어는 모바일이 아니라 PC인 경우가 많다. PC기반 메신저인 버디버디, 세이클럽 타키, 싸이월드 등이 대표적이며, 피처폰 시절의 문자메세지 기반 소통이나 80년대생도 일부 공감할 수 있을 만한 문방구 장난감 등도 이들의 추억 범위에 포함된다.
반면 90년대 후반 세대부터는 ‘모바일 없이 살아본 적 없는 세대’라고 볼 수 있다. 최소 중학생때부터 스마트폰을 손에 쥐기 시작한 이 세대가 그야말로 ‘모바일 네이티브’에 부합하는 셈이다. 이 책에서 언급하는 ‘90년대생의 특징’은 거의 이 시기 이후의 사람들을 지칭한다고 보면 된다. ‘ㅇㄱㄹㅇ ㅂㅂㅂㄱ’나 ‘별다줄’ 같은 형태의 줄임말, 1000자 이상의 글 읽기를 힘들어하며 자기 표현 수단으로 동영상을 선호하는 등의 특징은 90년대 후반 이후부터 보다 두드러지는 특성이다. 출생 연도가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으나 미국에서 말하는 “Z세대”의 특징이 이쪽에서 두드러진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그러다보니 이 책도 ‘90년대의 특징’은 모바일 네이티브로 꼽으며 90년대 후반에서 주로 나타나는 특징을, 취업시장이나 인재상 관련 특징은 90년대 초중반의 특징을 서술했다. 아직 90년대 후반 세대가 취업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지는 않았지만, 모바일 네이티브로만 살아온 90년대 후반의 가치관과 PC인터넷 성숙기를 거쳤던 90년대 초중반의 가치관이 동일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건 시간이 지나야 확실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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