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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줄요약 독서

행동경제학 교과서

inspirit941 2018.06.06 17:58


180602


“경제학” == ‘금융, 돈’이라는 부실한 전제로 쓴 책. 
경제학, 심리학 용어를 설명한 뒤 ‘금전 관리, 투자 조언’으로 귀결되는 구조.

책의 제목은 ‘교과서’지만 학술서도 아니고 입문서도 아니며, 실용서도 아니다.


행태경제학, 행동경제학은 경제학 학문 분야에서 비주류에 머물러 있지만 꽤나 흥미로운 연구 분야다. ‘인간은 합리적이며, 따라서 자신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행동한다’는 경제학의 기본 전제에 의구심을 품었던 경제학 분야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과연 언제, 어디서나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가?’ 라는 의문에서 출발했고, ‘인간은 제한된 합리성을 가지고 있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경제학 논의를 전개하는 학문이 행동경제학이다. ‘인간이 정말로 합리적인가?’ 뿐만 아니라 ‘인간이 언제, 어떨 때 합리적이지 못한 모습을 보이는가?’를 탐구하다 보니 인간의 심리를 연구하는 심리학, 뇌의 작용을 연구하는 뇌과학과도 접점이 있는 학문이기도 하다.

‘행동경제학 교과서’라는 거창한 제목이 꽤나 흥미로웠다. 원체 행동경제학은 경제학과 심리학의 결합이라는 특성상 대중들의 관심을 가장 많이 끌 수 있는 편이다. 리처드 탈러의 ‘넛지’가 오바마케어 때 한 번, 2017년 노벨경제학상으로 한 번 더 대중적인 인기를 누렸다. 그 외에도 대니얼 카너먼이나 댄 애리얼리 같은 행동경제학 분야 선구자가 쓴 책도 많고, 일본 행동경제학 권위자인 도모노 노리오의 저서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라는 대중들에게 접근하기 쉬운 입문서도 시중에 있다. 그런데도 ‘교과서’라니. 꽤나 자신감 있는 제목이라는 생각에 한 번 읽어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교과서’는 절대 아니다. 입문서로도 적합하지 않다. 이 책보다 좋은 입문서, 교양서, 학술서가 이미 있고, 이 책은 비슷한 주제를 다루는 대체제보다 나은 점이 딱히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책의 주제가 ‘금융 문제, 돈 문제’에 천착해 있다는 점이다. 경제학의 본질 중 하나는 ‘한정된 재화를 어떻게 분배해야 최고의 편익을 누릴 수 있을지’이다. 무한한 욕망에 비해 유한한 자원을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좋을지 연구하는 학문이 경제학이다. 유한한 자원 중 가장 자주 접할 수 있고, 확장성이 높은 것이 ‘돈’일 뿐이다. 인간의 시간도 유한한 자원의 일종이며, 돈이 아니더라도 선택의 기로에서 활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자원이다. 따라서 행동경제학이 다루는 인간의 행동은 돈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며, 인간이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이 책은 행동경제학에서 제시하는 비합리적인 행동, 이를 설명하는 이론을 설명한 다음 ‘당신이 이렇다면, 당신은 돈을 모으지 못한다’ / ‘이렇게 해야 돈을 모을 수 있다’는 식의 설명이 매 장마다 들어가 있다. ‘교과서’라고 부르기에는 너무나 편협한 시각이다. ‘돈’의 운용과 금융시장에서의 비합리적인 행태는 행동경제학의 일부일 뿐이기 때문이다. 돈 문제를 제외하고도 인간의 선택에 합리성이 결여된 사유는 셀 수 없이 많은데, 이런 사례를 거의 다루지 않았다는 점이 아쉽다.





조언의 내용에서도 일부 아쉬움이 남는다. 이를테면 인간에게는 ‘마음의 회계’라는 현상이 있다. ‘돈이라고 다 같은 돈이 아니다’로 요약할 수 있는 현상으로, 해당 돈에 어떤 가치를 부여했느냐에 따라 소비 성향이 달라지는 걸 말한다. 이를테면 길거리에서 주운 10,000원과 알바로 번 돈 10,000원은 같은 액수의 돈이지만 소비할 때의 경향이 다르다는 논리다. 
  
이 책에서는 ‘마음의 회계’를 걷어내고 ‘모든 돈을 동일한 잣대로 재단하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이 조언을 모두가 받아들여야 하는 ‘일반화된 조언’으로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마음의 회계’는 인간이 스스로가 생각한 우선순위에 따라 돈의 가치에 차등을 둔 것에서 기초한다. 경제학이니 합리성이니 하는 단어가 등장하기 훨씬 전부터, 생존 확률을 높이기 위해 인간이 발달시켜 온 본성 중에 하나였다. ‘농부는 굶어 죽어도 종자를 베고 죽는다’는 속담이 대표적이다. 당장 죽을 것 같다고 해서 내년에 농사지을 종자까지 먹어 버리면, 당장은 살 수 있지만 내년에 농사를 지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투자하기 위해서, 사업하기 위해서 종잣돈을 모으는 사람에게는 ‘마음의 회계’ 개념이 꽤나 유용하다. 덜 먹고 덜 쓰더라도 지금 최대한 돈을 아껴서 빨리 더 큰 돈을 벌 수 있게 해 주는 동력원이기 때문이다. 이들에게는 ‘마음의 회계’ 개념을 활용해 현재의 고통을 감내하는 편이 충분히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다.
  
행동경제학이라는 학문을 대중적으로 쉽게 풀어 쓴 교양서도 아니고,
돈과 금융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길잡이 역할을 하기에는 미흡하다.
‘교과서’라는 이름을 쓰기엔 책의 주제나 방향이 많이 엇나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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