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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라는 감정은 근본적으로는 강한 쾌락으로, 생존을 위해 인간의 뇌가 인간에게 제공하는 유인책의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
다윈의 진화론과 자연선택론에 의하면, 인간은 생존과 번식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것 - 예컨대 음식, 다른 사람의 존재, 이성과의 접촉 등 - 에 강한 쾌락을 받도록 설계된 존재이다.
인간은 지능이 높을 뿐, 근본적으로는 동물이다. 강아지에게 특정 행동을 시키기 위해 육포를 쓰듯이, 인간의 뇌도 인간이 생존할 수 있는 행동을 시키기 위해 행복이라는 강렬한 쾌락을 만들어냈다.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3/27/2015032704231.html
다음소프트 송길영 부사장님의 인터뷰 내용에서 소개된 책이었다. 인간이 만들어내는 데이터에서 인간의 욕망을 읽어내는 것이 다음소프트와 송길영 부사장님이 추구하는 일이다. 인간의 욕망 중 ‘행복해지고 싶다’는 것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면, 과연 행복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탐구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책이 길지 않고, 챕터별로 논리가 아주 유기적으로 엮여 있다. 그만큼 주장이 뚜렷하다는 의미이고, 주장이 명료한 만큼 제기할 수 있는 의문도 명확한 편이다.
먼저, 저자는 ‘행복’을 관념적으로 정의하는 것에 반대한다. 행복은 머리에서 만드는 생각이나 가치라는 개념은 잘못되었다. 사람 안에서 만들어지는 복잡한 경험이 바로 행복이고, 인간의 생각은 그 일부에 불과하다. ‘자아실현’이나 ‘꿈을 이루는 것’ 등 머리에서부터 출발한 관념적 목표가 곧 행복이라는 논리는 현실적으로 맞지 않다.
오히려, 인간의 이성과 본능 중 행복에 더 많이 관여하는 것은 이성이 아니라 본능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우리가 완전히 인식하지는 못할 뿐, 일상의 수많은 선택과 행동은 의식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이루어진다. 단지 우리가 이성을 과대평가하는 이유는, 자신의 경험 중 의식적으로 생각하는 부분만을 인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100% 동물이다. 인간이 문명생활을 시작한 시기는 인간의 생존 역사에서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아주 오랜 기간 인간도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자연 상태에 놓여 있었다. 자연 상태에 놓인 모든 동물의 최대 관심사는 바로 ‘생존’이다. 가장 치열하고 무자비한 경쟁이다.
인간의 뇌는 생존과정에서 직면하는 과제가 무엇인지, 가장 효과적으로 과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담고 있는 일종의 생존 기록서다. DNA 코드로 입력되어 있어, 의식적인 머리로 아직까지도 완전히 해독되진 않았다. 행복이라는 쾌락, 느낌도 이 중 하나다. 인간의 의식으로 온전히 통제하거나 느낄 수 없는 감정의 범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자는 행복이라는 쾌감, 느낌을 이해하기 위해 두 가지를 전제한다. 모든 동물은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방향으로 진화해 왔다는 것, 그리고 인간도 동물이라는 것. 따라서 인간의 뇌는 생존 확률을 최대한으로 높일 수 있게 설계된 생물학적 기계에 가깝고, 행복이라는 쾌락은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행복이라는 강렬한 쾌감을 잊지 못하도록, 그래서 자신에게 쾌감을 주는 행동을 계속 추구하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생존에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몸을 보존하는 경험을 하는 것, 그 중에서도 특히 먹는 것이다. 인간의 뇌는 몸이 안전하고 안정될 때, 즉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나 따뜻한 곳에서 몸을 뉘일 때 행복하도록 설계되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오랜 진화의 과정에서, 음식을 섭취할 때 행복이라는 쾌감을 주지 못하는 두뇌는 생명체의 생존 확률을 떨어뜨렸고, 자연적으로 도태되었다. 음식을 씹고 뜯을 때의 즐거움을 잊지 못하는 인간이 그렇지 못한 인간에 비해 음식을 더 열심히 찾아다녔을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생존 확률이 더 높았을 것이다.
또 한 가지, 인간이 자연 상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이 필요했다. 그렇기에 인간이 받는 자극 중 가장 큰 것이 바로 다른 사람과의 교류에서 일어나는 자극이다. 다른 사람의 존재가 생존에 필수적이었기 때문에, 인간이 경험하는 가장 강렬한 고통과 기쁨은 사람에게서 비롯된다. 시대와 문화를 막론하고 인간이 치르는 가장 성대한 의식이 사람과의 만남, 이별을 위한 것인 이유다. 마찬가지로, 이성과 교류하고, 살을 맞대는 순간의 쾌감과 기쁨을 잊지 못해 인간은 이성을 찾는다. 이성의 존재야말로 번식에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우리가 나누는 대화의 70%는 다른 사람에 대한 이야기라고 한다. 때로는 사람과 전혀 무관해 보이는 감정이라고 해도, 대부분 사람 때문에 생기는 것들이다. 이를테면 승진이 기쁜 이유는 그 사실을 누군가와 나눌 수 있기 때문이고, 타인에게서 받는 축하와 인정이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대의명분이라는 세련된 이름을 빌리거나, 부지불식간에 인간이 추구하는 많은 것들의 핵심은 ‘생존’과 ‘번식’이 목적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한 가지 의문이 드는 것은, 인간이 쾌락을 느끼고 즐거워하는 요인 중 하나인 ‘유희’에는 반드시 생존이나 번식, 또는 다른 사람과의 교류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방 안에서 혼자 미드를 정주행하거나, 만화책을 읽는 등 혼자 실내에서 즐기는 활동이 그 예다. 물론 큰 범주로 ‘지적 유희’라고 포장할 수야 있겠지만, 만화책을 보며 ‘지적 쾌감을 느낀다.’고 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생존에 필요한 활동이라고 보기도 어렵고, 다른 사람과의 사회적 교류를 위한 활동도 아니다. 말 그대로 ‘유희’인데, 혼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고 타인과의 교류가 필요하지 않다는 점에서 전통적 개념의 ‘유희’와도 구별된다. 여기서 느끼는 행복과 쾌감은 무엇으로 설명해야 할까? 사회적 교류를 거치면서 발달한 인간의 뇌가 만들어낸 부산물이라고 생각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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