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0
투자/돈/자산에 관련된 유튜브 콘텐츠를 무작위로 엮어놓은 듯한 책. 전하려는 메시지는 확실히 있지만, 난잡한 구성방식 때문에 효과가 반감된다.
‘돈 버는 법’만큼이나 ‘잘 쓰는 법’, ‘잘 모으고 유지하는 마음가짐’을 강조한 책.
뭘 기대하고 책을 손에 들면 후회할 가능성이 높다. 부자의 철학은 결론만 제시했고, 소화하는 건 독자의 몫이다.
편집부가 열심히 일했다면 더 좋은 책이 되었을 것이다.
2020년 7월 10일 기준 교보문고 경제경영 베스트셀러 1위. 초판 1쇄가 6월 15일인데 9쇄가 6월 17일. 1쇄에 몇 부를 찍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틀만에 9쇄면 상당히 많이 팔린 듯하다.
자수성가했고, 사업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자산가가 ‘돈’, ‘투자’, ‘자산운용’, ‘사업’과 같은 여러 키워드를 주제로 자신의 생각을 짧게짧게 풀어낸 토막글 모음.
유튜브 콘텐츠 보는 기분으로 읽을 수 있다. ‘가족 안에서 가장 부자일 때 부모형제를 대하는 행동요령’같은 소제목은 유튜브에 쓸 수 있을 법한 어그로성 제목인데다, 내용도 ‘10억 미만’, ‘50억 정도’, ‘100억 이상’으로 구분되어 있고 설득력도 높다. 어느 시점에 어떤 식으로 돈을 써야 돈 때문에 부모형제간 얼굴 붉히는 일이 없는지를 저자의 기준으로 나누어 설명했는데, 돈을 어떻게 써야 잘 쓰는 것인지 생각해볼 수 있는 내용이기도 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추천하고 싶지 않다. 장점보다 단점이 많은 책이었다.
1. ‘돈’을 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것 같지만, 결국은 진부하고 당연한 결론.
책 제목이자 저자가 말하는 ‘돈의 속성’을 한 줄로 정리하면 ‘돈은 인격체와 같다’ 가 된다. 좋은 돈, 나쁜 돈, 성질 급한 돈, 배신할 가능성이 높은 돈... 돈을 인격체로 보는 관점 자체는 꽤 신선하다.
하지만 돈을 인격체로 대하는 것이 핵심이 아니라, 돈을 버는 “자신이 어떤 인격체가 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가 계속 발견된다. 결국 본인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돈을 대해야 하는지 설파하던 진부한 ‘부자 베스트셀러’와 다를 게 없어진다.
정기이체, 할부로 새나가는 건 ‘나쁜 돈’이고, 일확천금으로 얻은 돈은 ‘배신할 가능성이 높은 돈’이고, 올바른 곳에 투자한 돈은 자신을 알아봐주는 게 고마워서 ‘새끼(이자)’를 가져오는 착한 돈이 된다? 결국 돈 버는 내가 “쓸데없이 새나가는 지출을 줄이고, 올바른 투자지식과 가치관을 확립하기 위한 공부에 투자하고, 일확천금의 꿈 대신 천천히 종잣돈을 모아 올바르게 투자하면” 된다. 내가 변해야 좋은 돈을 얻을 수 있다는 결론이 돈을 인격체로 간주한다는 비유의 끝이라니, 맥이 빠진다.
돈에 인격체가 있어서 좋고 나쁜 게 아니라 돈을 보는 내 인격이 부자 될 자격이 있느냐 아니냐가 메시지의 핵심이라면, ‘돈의 속성’이 아니라 ‘부자의 속성’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부자의 속성은 이미 여러 부자의 자서전이자 부자관련 양산형 서적에서도 다루는 내용이다.
2. 난잡한 구성
미리 말해둘 점은, 저자의 메시지에는 오류가 없다. 소제목 하나하나의 내용은 나름의 철학이 확실하고, 유익하다. 좋은 메시지를 빛바래게 한 편집부를 향한 비판이다.
이 책은 ‘주식’, ‘부동산’, ‘사업’, ‘돈’, ‘일상에서의 마음가짐’, ‘자기계발’, ‘자본주의’ 등 꽤나 폭넓은 주제를 다루며, 각 주제를 다룬 토막글마다 상정한 독자도 매번 다르다. 예컨대 창업과 관련된 내용은 ‘청년(대학생)’과 ‘사회인’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명백히 다르고, 서로 다른 토막글로 구성돼 있다. 사회인 중에서도 ‘직장인’에게 전하는 메시지와 ‘자영업(창업자)’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또 다르다.
그런데 이 책은, 주제와 독자라는 두 가지 카테고리를 전부 무시한 채 무작위로 내용을 배치했다. 각 내용이 한 장 ~ 두 장 정도의 토막글이라서, 책 주제와 대상독자가 휙휙 바뀌다보니 정신이 없다. ‘내가 청년으로 다시 돌아가 부자가 되려 한다면 – 창업과 도전’에서 몇 장 넘기면 ‘앞으로 주식이 오를 것 같습니까? – 가치투자와 장기투자’를 말하고 있다.
주제도 많고 타겟독자도 넓은 책에서, 비슷한 주제로 토막글을 묶어서 편집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었을까?
“Ch1. 대학생을 위한 조언 – 자본주의, 금융, 주식, 학습”
“Ch2. 사회인을 위한 조언 – 창업자와 투자자”
“Ch3. 모두가 알아야 할 마음가짐 – 부자로서의 경험과 가치관”
이라던가,
“Ch1. 부자의 주식조언 – 가치투자, 장기투자, 포트폴리오 구성, 투자 마음가짐”
“Ch2. 부자의 부동산조언 – 매물 가치판단, 자영업자에서 건물주까지”
“Ch3. 부자의 비즈니스 조언 – 은행과 흥정하기, 국제 에티켓, 출구전략”
“Ch4. 부자의 가치관 조언 – 끊임없이 공부하고, 아는 만큼 투자하고, 행운에 기대지 마라”
같은 식으로 독자별 또는 주제별로 내용을 나눌 수 있고 실제로 나뉜다. 책 목차를 보면, 유튜브 동영상을 시간순으로 정렬해서 그대로 가져온 것 아닌가 의심될 만큼 구성이 난잡하다. 편집부가 이 생각을 안 했을 리가 없는데, 저자가 이 구성을 고집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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