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의 심리학 / Start with Why /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세 가지 책의 한국 직장인 버전
좋은 질문은 지식 획득의 수단일 뿐만 아니라, 설득과 관계 형성에도 큰 역할을 한다
좋은 질문의 실 예시와 놓칠 수 있는 디테일까지 정리한, 좋은 질문 입문서
올바른 질문의 출발은 겸손한 마음과 상대 존중이다.
201212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 사이먼 사이넥의 <Start with Why>, 스튜어트 다이아몬드의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책의 핵심 내용을 한국 평균 직장인 눈높이에 맞게 소화해서 떠먹여주는, 매우 친절한 책이었다. 조직문화를 위한 경영서이면서도 일반 직장인을 위한 실용서.
조직 컨설턴트로 일하는 저자는 많은 기업의 조직문화를 컨설팅하면서 질문의 부재, 소통의 오류 문제를 다루었다. 생각한 바를 명확히 표현하지 못하는 조직이 어떤 문제를 겪었는지, 어떻게 진단해서 문제를 해결했는지 풍부한 사례를 들어 보여준다.
재미있는 점은, 일반 회사원을 위한 실용적인 조언이 많다. 기업 임원진에게는 ‘마음 편히 조직원끼리 질문할 수 있는 기업문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한다면, 일반적인 회사원에게는 ‘상사의 두루뭉술한 지시를 어떻게 상사 기분을 거스르지 않는 선에서 구체화할 것인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피드백을 어떻게 받는 게 좋을지’ 등 직장생활에서 적용할 수 있을 노하우를 알려준다. 원칙만 알려주면 적용 못할 사람들을 위해 구체적인 예시까지 들어준다.
나에게 인상깊었던 부분은 ‘디테일’이었다. 같은 의도로 말하더라도, 어떻게 단어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반응이 달랐던 경험을 정리할 수 있었다. 예컨대 상사에게 피드백을 받고 싶다면 ‘의견 부탁드립니다’ 와 ‘조언 부탁드립니다’ 중에서는 조언이라는 단어가 보다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 “의견”이라는 단어는 상대방에게 ‘객관적이라는 이름의 비판적’인 자세를 유발하는 반면, “조언”은 보다 긍정적이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의견을 내기 때문이다. 같은 프로젝트를 평가하더라도, 비판적인 시선으로 피드백을 한 것과 긍정적인 시선으로 조언을 했을 경우 조언했던 프로젝트에 보다 좋은 시선을 건네기 마련이다. 또한, 상사 입장에서도 개선을 위한 조언을 건넸고 조언이 반영되었다면, 자신의 의견이 반영되었기 때문에라도 무작정 비판하기는 어려워진다.
비슷한 맥락에서, 저자는 ‘피드백’보다는 ‘피드포워드’를 지향했다. 과거의 행동을 평가하는 피드백은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보다 방어적인 태도를 취한다. 더 이상 바뀌지 않는 과거를 두고 부정적으로 이야기하기에는 화자도 조심스럽고, 청자도 썩 내키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다음에는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 조언을 건네는 ‘피드포워드’가 유용할 수 있다. 화자도, 청자도 과거 사건을 두고 왈가왈부한다는 느낌보다는, 다음에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한 건설적 대화라는 느낌을 줄 수 있기에 방어적인 면이 줄어들 수 있다.
도움을 요청하는 상대방에게 ‘내가 어떻게 도와주면 좋을까?’를 물어보라는 저자의 조언이 내게는 특히 유용했다. 도움을 요청한다는 건, 상대가 자신을 낮추고 나에게 접근하는 ‘지위 불균형’이 발생한다는 뜻이다. 이 불균형을 인지하지 못한 채 실수하거나, 자신이 높은 위치라는 사실에 만족할 경우 ‘도움’의 의미는 퇴색된다. 제대로 도움을 주고 싶다면 불균형을 해소해야 하는데, 그 방법으로 ‘어떻게 도와주면 좋을까’라는 표현을 사용하라는 주장이었다. 진정으로 도움을 주고 싶다는 의미를 담은, 겸손하면서도 힘있는 질문이라는 표현이 그럴듯했다.
책에서 조금 더 강조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아쉬운 부분을 하나만 꼽자면 ‘질문하는 자의 마음가짐’이었다. 구체적으로는 ‘겸손한 마음가짐 / 상대를 대하는 호기심’. 좋은 질문, 상대의 심경을 거스르지 않을 수 있는 예시 질문이 책에 소개되어 있지만, 단순히 예시 문장을 변형해서 사용한다고 ‘질문을 잘 하는 사람’이 되지는 않는다.
꼰대라는 단어가 워낙 범용적으로 쓰이다 보니, 내 마음에 안 들면 다 꼰대라는 식의 아전인수격 해석도 종종 보인다. 하지만 꼰대라는 단어가 모두의 공감을 이끌어냈던 첫 의미는 ‘자신이 경험한 것과 아는 것이 정답이며,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행세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경험한 것만이 진리라는 오만함은 상대 의견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가 된다. 아울러 내 인생이 곧 진리이므로, 상대의 인생과 가치관에 별 관심 없게 된다. 상대의 대답을 들을 의사가 없는 이들에게는 아무리 좋은 질문의 예시를 주어도 못 쓰지 않을까.
불치하문(不恥下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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