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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생각

2023.08.12. 두손갤러리 '바자전' Holi-day 전시

inspirit941 2023. 8. 15.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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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가보는 두손갤러리 전시.

이번에도 주제가 매력적이어서 가보기로 했다. '휴식'이라는 키워드를 3명의 작가가 사진으로 어떻게 풀어냈는지 궁금했다.

개인적으로 이런 종류의 '암묵지'처럼 쓰이는 단어를 주제로 한 전시를 좋아하는데, 예상 못한 해석을 마주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 '휴식'이라는 단어의 뜻을 물어보면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휴식이 무엇이냐'라고 물어보면 사람마다 대답이 전부 조금씩 다른 것처럼.

생각해본 적 없던 해석을 마주하고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은 항상 재미있다.

 



제임스 해리스, 신선혜, 목정욱 세 명의 사진작가의 작품으로 구성된 전시.

내 생각만을 담기 위해 따로 작가의 해석이나 작품에 담긴 생각을 읽진 않고 전시부터 봤다.

아래에 쓴 각 작가별 키워드는 작가가 공인한 게 아니고, 작품들을 보고 내가 임의로 떠올린 키워드이다.


제임스 해리스 작가의 휴식: '자연'

 

다양한 국가와 지역의 자연물, 거대한 스케일의 건축과 풍경이 어우러진 사진을 통해 드라마틱하고 추상적인 이미지를 도출한다.
원하는 이미지를 얻기 위한 '마법과 같은 순간'에 집중하고, 그런 장면을 마주하기 위해 끝없는 연구와 여행, 집요한 관찰과 기다림을 반복한다.
불가능해 보이는 무언가를 창조해내기 위한 강박적 열망을 '사진' 이라는 매개로 표현하며, 주변 전체의 공간에 영향을 미치는 건축과 같은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한다.

 

 

자연으로 돌아간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휴식의 형태 중 하나.

오프로드 차를 몰고 떠나거나,

자연 속 그대로의 모습 또는 자연과 어우러진 곳을 마주했을 때 연상할 수 있는 '휴식'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사실 자연 사진만 주구장창 찍었다면 뻔하다고 느껴서 그다지 재미가 없었을 거다.

그런데 아래 두 장의 사진이 단순히 자연의 모습만을 담은 것이 아니라서 좀더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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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 전시에서 가장 만족한 사진 1. Blue Lagoon Iceland_2019

  • '도심 속 휴식' 이라는 제목이 바로 떠오르는 사진이었다.
  • 사람들은 수영복을 입고 편하게 휴식을 즐기고 있는 듯한 모습이지만, 도심의 굴뚝과 연기에서 벗어나지는 못한 듯한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 이게 그림이 아니라 사진전이니까, 조작을 가하지 않았다면 이런 풍경이 지구 어딘가에 실제로 있었다는 게 된다. 그림이 아니라 사진이라서 좀더 기억에 남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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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 전시에서 가장 만족한 사진 2. Berlin tiergargten_2014

  • 아포칼립스 같은, 세계가 멸망한 것 같이 생긴 느낌을 받았다.
    '휴식'이라는 키워드와 어떻게 연결지을 수 있을까? 라고 고민하게 만드는 사진이었다.
    세계가 멸망해 버리면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그것대로 휴식이라고 봐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들고

  • 찾아보니 독일 베를린 도심에 있는 공원인 듯한데,
    예쁜 공원의 사진이 아니라
    이런 색감과 구도의 사진을 Holiday 라는 주제로 연결한 이유가 궁금했다.

확실히 이 두 장의 사진만큼은 '이걸 이 순간에 어떻게 촬영한 거지?' / '그림이 아니라 사진이라서 더 놀랍다' 같은 감상이 들었다.

'마법과 같은 순간'을 찍기 위해 고민한다는 작가의 철학이 어떤 건지 알 것 같은 사진이었다.

 

 


신선혜 작가의 휴식 :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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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통해 일상의 평범한 것들이 본래 기능에서 벗어나 다양한 의미와 가능성을 가진 대상으로 변모하는 신선혜의 작업은

예술작품의 본질에 대해 유머러스하게 질문을 던지는 페터 피슐리 / 다비스 바이스의 작품을 연상케 한다.

빛과 색, 피사체가 조화를 이루는 따스한 순간은 작가가 가진 삶에 대한 겸손함과 꾸밈없는 태도를 가감없이 보여준다.

 

 

작가가 이탈리아 가서 찍은 사진이라고 한다.

 

나는 사진사의 예술적 / 기술적 완성도에 관련해서는 문외한이라,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는 수많은 여행사진들과의 차이점을 딱히 느끼진 못했다.

그냥 인스타에서 보고 넘겼을 수도 있을 법한 여행스타그램 사진 모음집 느낌.

그래도 여행스타그램과의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허세나 과시욕 같은 욕망이 느껴지진 않았다는 건데...

  • 고가의 레스토랑이나 비싼 숙박업소 같은 피사체를 촬영한 게 아니라는 것도 있겠지만
  • 사진을 보는 공간이 인스타그램이 아니라 전시회라는 점,
    전시회의 작가소개에서 '겸손함과 꾸밈없는 태도'라는 표현으로 이미 작품 성격을 정의했다는 점이 더 큰 것 같다.

  • 이런 사진이 인스타그램에 올라왔어도 '찍은 사람의 겸손함과 꾸밈없는 태도'를 보여주는 사진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까?
    애초에 인스타그램에 올리겠다는 결정을 내린 시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졌을 것 같다.

 

 

목정욱 작가의 휴식: 스산함, 고요함

빛과 색채를 통한 에너지의 표현과 대조되는 수묵화 같은 풍경이 침묵과 명상의 시간을 선사한다.

자동차로 이동하며 차창을 통해 촬영했기 때문에
10월 아이슬란드의 쓸쓸함이 차창에 맺힌 빗방울과 유리창의 녹빛과 겹쳐지며 극대화된다.

작가는 아이슬란드의 실제 모습이 그가 상상했던 시리고 청명한 오로라의 이미지와 극명한 차이가 났기에
촬영을 하는 동안 그의 멜랑꼴리한 기질이 극대화되었다고 말한다.

 

 

확실히 휴식이 누군가에게는 '멋진 여행지' 또는 '깨끗하고 아름다운 자연'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차분하고 고요한 시공간을 의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떠올리게 했다.

 



작품의 분위기가 '차분함'의 범주를 넘어 '쓸쓸함' / '고독함'이라는 느낌을 주는 것도 몇 있었다.

  • 나는 이런 형태의 적막함도 누군가에게는 휴식하려면 꼭 필요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지만
  • '이렇게 외롭고 쓸쓸한 게 왜 휴식이지?' 라고 생각할 사람도 분명 있을 것 같았다.
    이것조차도 의도한 전시 구성이었을까?

 

앞선 두 작가의 작품이 밝고 화려한 색감의 사진전이라서 좀 더 대비되는 느낌이 좋았다.

  • 신선혜 -> 목정욱 작가의 전시장으로 공간이 넘어갈 때 공간이 확 어두워지는 느낌을 받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조명이 조금 더 어두워지고 벽지 색깔도 어두운 톤인 방으로 이동하기 때문.

 


 

 

전시 공간이 작고, 전시 기간도 짧은 무료 전시라서 가볍게 보러 가기엔 좋았던 것 같다.

사진 찍는 게 직업인 사람들이
'노동하지 않는 시간'을 의미하는 Holiday를 주제로 한다는 전시회 이름으로
뭔가 의미를 담으려는 빌드업이 있는데, 별로 와닿지 않았다.

 

전시된 사진 자체가 프로페셔널한 느낌이 강했기 때문에.

 

 

'그냥 휴식이라는 주제의 사진전'으로만 느껴졌지,

사진을 찍은 예술가들에게 휴식이라는 주제가

'다른 주제와 대비될 만큼'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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