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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학문을 ‘짧은 토막글’ 수준의 설명으로 이해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는 시리즈.
토막토막 분절된 지식을 이해시키기에도, 지식을 연결하기에도 턱없이 빈약한 설명.
‘짧은 것’과 ‘간결한 것’의 가장 큰 차이는 “핵심이 담겨 있는가” 여부인데, 이 책은 ‘짧음’에 치중해 ‘핵심’을 빠트렸다.
이전에 ‘30분 경제학’을 읽고 혹평을 쏟아냈지만, 경제학과 학부생의 입장에서는 배웠던 개념을 복습하는 차원에서 나름 의미가 있었다. 책에서 다루는 학문을 완전히 모르는 입장에서 읽은 것은 아니었기에, ‘초심자’의 입장에서 이 시리즈의 설명을 접한다면 어떤 느낌일지 확인하고 싶었다. 설명하려는 학문에서 쓰이는 기본 용어부터 친절히 정의하고 설명해주는 책이 아니란 건 30분 경제학을 읽어서 알고 있었기에, 용어만 몇 번 들어본 정도로 얕게 접한 ‘금융학’의 설명을 이해해보려고 ‘30분 금융학’을 읽어봤다.
저자도, 옮긴이도, 감수자도 다르지만 하나는 확실해졌다. 초심자에겐 더없이 불친절하고 무익한 책이다. 30분 경제학에서 겪었던 ‘앞뒤 맥락 없는 간략한 설명’도 그대로고, 설명을 쉽게 하기 위해 비유를 사용했지만 비유 대상과 원래 설명하고자 했던 개념의 관계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 경우도 보인다.
저자도, 옮긴이도, 감수자도 다르지만 하나는 확실해졌다. 초심자에겐 더없이 불친절하고 무익한 책이다. 30분 경제학에서 겪었던 ‘앞뒤 맥락 없는 간략한 설명’도 그대로고, 설명을 쉽게 하기 위해 비유를 사용했지만 비유 대상과 원래 설명하고자 했던 개념의 관계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 경우도 보인다.
예컨대 이 책에서는 ’기회곡선’이라는 개념을 한 페이지로 설명한다. 한 페이지는 대략 1,000자 + 그래프 하나 정도 분량이다. 기회곡선의 정의를 ‘평균 수익률과 표준편차를 각각 y축, x축으로 표시하고, A와 B라는 두 자산의 예상 수익률, 표준편차 리스크의 상관관계가 -1 또는 1이 아닌 경우 두 자산을 조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직관적인 설명은 아니지만, 경제학의 무차별곡선과 비슷하게 ‘동일한 수익률에서 가장 낮은 리스크를 표시한 경계선’ 정도로 이해했다. 그림에서 C점과 D점은 같은 평균수익률이지만 C점이 리스크가 더 낮기 때문에.
기회곡선 설명 페이지. 딱 이 한 페이지로 기회곡선 설명이 끝이다.
그런데 만약 무차별곡선도 몰랐다면, 저 한 페이지의 설명만으로 그래프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을까. 무차별곡선 개념을 빗대 이해한 나조차도 내 이해가 옳은 건지 확신할 수 없다. 심지어 오른쪽의 그래프가 왜 저런 형태의 곡선을 띄는지는 언급이 일절 없다. 그냥 ‘곡선을 그린다’가 설명의 전부다. 기회곡선이 오목함수의 모양이라는 특성이 이 책에서 뒤이어 등장하는 ‘효율적 프론티어’, ‘최적의 포토폴리오’, ‘시장포토폴리오’라는 3개의 개념을 설명하는 데 핵심인데, 과연 금융학 입문자가 기회곡선을 이 정도로만 설명해도 뒤의 개념을 다 이해할 수 있을까?
개별 주식의 리스크 프리미엄 결정방법 설명. 이게 주식 설명인지 부동산 설명인지, 부동산 기업 설명인지 불분명하다.
불친절한 비유는 ‘주가 결정의 기초이론’부분에서 ‘개별 주식의 리스크 프리미엄’ (p122~123)에서 볼 수 있다. 이해를 돕겠다고 ‘부동산’에 비유해 설명했는데, 부동산 시장으로 비유한 모든 설명을 주식시장에서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지는 전혀 설명하지 않았다. 비유적 설명으로 ‘인구가 대량으로 이동하여 각 지역의 부동산 가치가 오르내리는 리스크’, ‘경제 전체와 연관된 가치 변동’ 두 가지 변인을 들었는데, 이 비유가 주식시장의 ‘개별 주식의 리스크 프리미엄’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무엇인지는 전혀 설명하고 있지 않다. ‘인구 이동’이 주식시장의 어떤 현상에 비유할 수 있는지 전혀 언급이 없고, ‘경제 전체와 연관된 가치 변동’이 ‘개별 주식의 리스크 프리미엄’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는지도 설명이 없다. 경제에 영향을 받지 않는 주식이라면 당연히 리스크 프리미엄이 덜할 것이다. 그러나 경제 전체의 변동이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건 이 설명 직전에 KOSPI와 같은 주가지수 설명 부분에서 이미 언급했다. “개별 주식의 리스크 프리미엄이 주식마다 다른 요인”을 설명하는 데 ‘경제 전체와 연관된 가치 변동 때문이다’라는 설명은 동어반복에 불과하다.
대학 수학 능력이 있는 학생이 8학기에 걸쳐 배우는 ‘학문’을 짧게 전달하려는 시도 자체의 문제라고 볼 수도 있다. 물론, 이런 형태의 글이 ‘책’이 아니라 ‘개인 블로그’라면 괜찮다. 지식을 생산한 것은 맞지만 금전적 보상을 받기 위한 것도 아니고, 금전적 보상을 기대할 만한 완성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거칠게 말하자면, ‘돈 받고 팔기 위해 생산하고 정리한 지식’이라면 그만한 가치가 있어야 하는데, 이 책은 그만한 가치가 없다. 가치가 있으려면 방대한 학문을 짧은 설명으로 이해시킬 수 있을 정도로 설명이 간결하면서도 탄탄하거나, 개별 챕터의 설명이 부족해도 책의 구성이 잘 짜여 있어 결과적으로 책을 구매한 독자가 읽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은 어느 것도 만족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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