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225
2007년 골드먼삭스 퀀트에서 스타트업 창업자, 페이스북 제품관리자, 트위터 고문에 이르기까지
저자의 10년 인생 회고록
실리콘밸리 업계를 관통하는 가치관은 ‘Stateless Machine’, 긍부정 의미를 포괄해 ‘과거 상태에 연연하지 않는다’.
스타트업 창업과 매각, 대기업의 제품관리자로 일하며 겪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세계 / 유니콘 기업의 속내’를 가감없이 드러낸다.
저자의 인생사
1. 골드먼삭스 금융퀀트에서 애드테크 기업으로
2007년 골드먼삭스에서 기업신용파생상품 거래사 가격 결정을 담당하는 ‘퀀트’로 일하던 저자는 골드먼삭스가 계약체결 업무를 하던 트레이더 수백 명을 해고하고 프로그램으로 대체하는 격변기를 접한다. ‘중요한 안건은 인간이 아니라 컴퓨터가 소통해 결정하고, 인간은 로직을 짜는 과정에만 개입한다’는 시대의 흐름을 금융계가 가장 먼저 받아들였고, 이 흐름에 뒤따라 편승한 업계가 인터넷 광고업계였다. 저자는 ‘교활한 성격과 외양만을 이용해 성공을 누려 온 바보들에 둘러싸여 인기경연대회를 여는’ 대기업의 사내 정치판에 환멸을 느끼던 참이었어서, 때마침 신문에서 본 ‘애드케미’ – 수학으로 광고를 집행한다 – 라는 애드테크 기업에 연구원으로 지원한다. 특별한 이유나 계기 같은 소설적 장치는 전혀 없이, 그저 즉홍적으로 월가 금융계에서 애드테크 기업으로 이직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2. 애드테크 기업을 나와 스타트업을 차리고, Ycombinator에 합격하기까지
하지만 저자가 들어간 애드테크 기업 ‘애드케미’는 초기 창업자 중 한 명 빼고는 다 퇴사한 곳이었고, 2010년이 되어서는 실패한 기업이라는 사실이 점차 분명해졌다. 저자는 애드케미에서 선임 엔지니어로 일하던 ‘매슈’, 스탠포드 인공지능연구소를 졸업하고 애드케미에서 능력을 인정받던 ‘아지리스’ 두 명과 마음이 잘 맞았고, 미국 스타트업계의 선지자인 ‘폴 그레이엄’ 이야기를 하다가 ‘이 회사를 그만두고 스타트업을 차린 다음, 폴 그레이엄이 세운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 그룹 “Ycombinator(YC)”에 지원을 받자’고 의기투합한다. 코드를 이용해 컴퓨터가 어려운 일을 하도록 하는 데 능한 엔지니어 두 명과, 말과 글로써 사람을 설득하고 어떤 도박이 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파악하는 데 재능이 있는 저자까지. 세 명으로 구성된 이 팀은 서류심사와 면접을 거쳐,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타트업-벤처캐피탈리스트(VC) 네트워크인 YC 합류에 성공한다.
3. 자신을 증명하고 끊임없이 홍보하며, VC에게 투자를 이끌어내야 하는 스타트업의 생존기
애드테크를 그만두는 과정에서 CEO와 마찰이 있었지만, 세 명 모두 난파선에서 몸을 빼내는 데 성공한다. 이제 이들은 YC에 선발된 다른 스타트업 창업자들과 마찬가지로, 아이디어를 다듬고 구현하며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시험을 계속 치러야 했다. 몇몇 팀은 지휘체계의 문제로 와해되기도 하고, ‘진짜 할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을 극복하지 못해 스러진 팀도 있다. YC가 ‘자신을 증명하라’라는 주제로 사업 아이템의 시행가능성을 증명하는 “프로토타입 데이(Prototype Day)”, YC 네트워크에 발 뻗고 있는 VC를 상대로 사업화 가능성을 어필해 자금유치를 받아내는 데모 데이(Demo Day)를 거쳤다. 말 많고 탈 많았지만 저자의 팀도 리더십 통일 / 본질적인 불안감 / 프로토타입 구현까지 성공하고, ‘러셀 지글먼’과 ‘크리스 사카’로 대표되는 엔젤투자자 및 VC에게 투자자금을 받아내게 된다.
4. 애드케미와의 법적 분쟁과 제품 출시, 그리고 추락
자금 유치까지 순탄하게 진행되던 장밋빛에, 전 직장 애드케미가 소송을 제기하면서 먹구름이 낀다. 열거된 죄목(영업비밀 침해, 계약위반, 성실의무 불이행 등등..)은 간단히 말해 ‘지적재산 절도죄’라는 모호하고 추상적인 죄목이었으며, 전 직장 애드케미 CEO의 개인적인 원한과 자존심에서 비롯된 소송이었다. 네임드 투자자의 참여를 이끌어내며 자금조달력이 정점에 달했을 시기에 도착한 소장은 자금유치력을 크게 떨어뜨렸다.
당장 소송을 위해 현금이 필요해진 저자의 팀은 ‘소송비용을 낮춰 잡고, 예상 성장률을 불가능한 수치로 올리며, 다음 달에 제품을 출시한다’는 (예상 성장률을 빼면, 결과적으로 소송비용은 업계 관행에 비해 적게 나갔으며 제품 출시일도 앞당기긴 했다) 거짓말을 동원했다. 러셀과 사카라는 두 네임드 투자자는 자금을 빼진 않았지만, 리스크를 반영해 회사의 성공 시 자신이 받게 될 지분을 높이라고 요구했다.
실리콘밸리에서 통용되는 불문율 중 하나는 ‘실리콘밸리의 대기업은 그저 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작은 회사를 고소하지 않는다’였다. 스타트업의 놀이터에서 깡패짓을 하려는 애드케미의 행동은 여럿의 심기를 건드렸고, 이 덕에 저자는 꽤 많은 도움을 받는다. 이런 부류의 전쟁을 수행할 유능한 변호사를 소개받았고, YC의 네트워크가 ‘애드케미’의 지분을 가진 투자자들에게 ‘애드케미의 소송을 취하하지 않는다면 당신들의 YC 행사 참여 권한을 박탈하겠다’는 압박을 행사했다. 게다가 애드케미가 공들이던 새 거래처 마이크로소프트에게도 영향력을 행사해, 마이크로소프트가 ‘스타트업을 상대로 하는 고소행위를 취하하지 않으면 거래하지 않겠다’고 애드케미를 압박하게 한다. 결국 소송은 취하된다.
우여곡절 끝에 제품을 출시하지만, ‘Death Valley’에 진입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제품개발에 수개월의 시간과 커리어를 몽땅 쏟아부었지만, 출시 직후 잠깐 호응을 받는 시기가 지나간 뒤엔 제품이 얼마나 기형적이고 형편없는지를 깨닫게 되는 시기다. 저자의 팀이 출시한 서비스 역시, 수익과 사용자 수를 보았을 땐 Death Valley를 적어도 수개월은 벗어나지 못할 운명이었다. 정말 많은 수의 스타트업이 이 단계를 버티지 못하고 스러진다고.
5. 스타트업 인수를 두고, 트위터와 페이스북 사이에서의 외줄타기
제품 출시 이전부터, 저자는 미디엄에 제품 홍보 겸 몇 개의 글을 포스팅했다. 이 중 ‘뉴욕 골드먼삭스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을 주제로 한 글이 큰 바이럴을 일으킨 적 있었다. 이 글을 눈여겨봤던 트위터 측에서 제품 출시 소식을 듣고 미팅을 제안했다. 저자의 팀은 트위터 측과 몇 번의 미팅을 거쳤고, 그 당시에는 광고 API조차 없던 트위터 측에서 ‘필요한 팀’라고 판단했는지 저자의 팀에게 ‘인수 제안’을 한다.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저자는 다른 기업에게도 인수 제안을 받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YC 인맥을 통해 연결된 페이스북 측에서 반응을 보냈다.
흥미롭게도,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저자에게 제시한 최종안은 다음과 같았다.
페이스북:
같이 일하는 동업자(두 명의 엔지니어)는 채용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저자는 채용 의향이 있다.
따라서 스타트업 인수는 불가능하지만, 저자는 꼭 페이스북에 합류해줬으면 좋겠다.
트위터:
1000만 달러에 기업 인수 의향이 있다.
저자가 스타트업의 CEO였기에, 회사와 관련된 모든 제안은 다른 동업자에게 전달되기 전 반드시 저자를 거쳐야 했다. 두 제안을 받은 저자의 행동이 중요했는데, 저자는 여기서 위험한 외줄타기를 시도한다. 저자의 스타트업은 트위터가 인수하게 하고, 저자 본인은 페이스북으로 빠지는 행동을 택한다. 저자는 페이스북에게 합류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뒤, 스타트업의 CEO를 동업자 엔지니어로 교체하고 ‘자신은 합류할 수 없다’는 걸 트위터에 통보한다. 일이 잘못되면 동업자 둘을 버리고 혼자만 탈출하는 결과가 나왔을 수 있지만, 트위터 측에서 ‘그래도 괜찮으니 500만 달러’에 인수하겠다는 의향을 재차 밝히면서 결과적으로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여담으로, 저자가 트위터보다 페이스북을 선호한 이유는 트위터와의 미팅에서 상대방이 ‘페이스북과 달리, 트위터는 저녁을 제공하지 않는다.’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저녁이 있는 삶을 추구하려는 기업에는 자신이 열정을 바쳐 일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저녁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건 퇴근 시간이 칼같이 정해져 있다는 걸 의미한다. 반면 페이스북은 점심과 저녁을 제공했고, 나중에는 아침도 제공했다고 한다.)
6. 페이스북 입사외 퇴사, 다시 트위터 고문으로 들어가기까지
저자가 페이스북에 합류한 2011년에는 ‘광고’가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하던 시기였다. 주커버크를 위시로 한 페이스북 경영진은 ‘유저를 귀찮게 해서는 안 된다’가 신조였고, 출시하는 제품도 수익화 여부는 우선순위가 아닌 경우가 많았다.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천방지축 뛰어다니는 어린아이 뒤를 따라다니는 보모’처럼, 이미 내놓은 상품에 어떻게 하면 수익구조를 만들지 뒤치다꺼리 하는 게 광고팀의 일이었다고.
또한 페이스북이 ‘사용자 데이터에 관한 한 독보적이다’라는 세간의 평가가 무색하게, 페이스북이 상장하기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데이터 기반 수익창출을 거의 해내지 못했다고 한다. 원하는 고객층을 대상으로 광고를 집행하려는 광고주에게, 페이스북은 유의미한 타겟 집단을 선별해주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얘기다. 페이스북 내의 좋아요와 공유만으로는 사용자를 제대로 파악하는 게 불가능했다고. 당시 페이스북의 평균 CPM(광고 1000건당 비용)은 처참할 정도로 낮았고, 그 낮은 수익률로도 회사가 이윤을 누릴 수 있던 이유는 10억이라는 사용자 규모 때문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광고주가 가진 데이터가 페이스북에 비해 사용가치가 높았으며, 페이스북은 ‘좋아요와 공유’라는 새 척도가 가치있음을 ‘주장’하는 수준이었다. 실제 효능은 대단치 않았어도, 10억의 사용자 규모에 가려져 있었던 것 같다.
페이스북에서 저자가 퇴사하게 된 계기는, 광고 시스템 개혁을 두고 다른 페이스북 팀과의 정치력 싸움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어떤 광고시스템을 쓸 것인가’에서 ‘기존 방식을 개선해 쓰자’는 쪽이 ‘Custom Audience(CA)’, 광고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거래한 뒤 페이스북 경험과 연동하는 ‘FaceBook Exchange(FBX)’였다. 간단히 말해 ‘페이스북 광고 타게팅을 위해 외부 데이터를 활용한다’는 것이 FBX의 핵심이다. 저자는 FBX를 구상한 사람이었으며, 페이스북의 후진 타게팅 시스템CA로는 더 이상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고 생각한 쪽이었다.
하지만 페이스북 광고부의 다수는 새로운 형태의 시스템을 달가이 여기지 않았고, FBX를 개발하기 위한 최소한의 인력과 촉박한 기간을 지원받았다. 엔지니어 3명, 제품 완성까지 5주. 기한이 촉박했던 이유는 기업공개를 얼마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페이스북이 시장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수익을 내고 있기 때문이었다고. YC에서 스타트업 CEO로 활동하던 때처럼, 제품의 가치를 페이스북 경영진에게 설파하고 CA보다 나은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어필했지만, 마크 주커버크를 포함한 최종 회의에서 ‘외부 데이터를 사용하지 말자’는 결정이 내려진다. 저자가 패배한 셈이다.
이 결정 직후 페이스북 측에서도, 저자도 더 이상 같이 일할 수 없다는 걸 예감한다. 저자는 페이스북을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트위터에서 ‘실시간 애드 모바일 익스체인지’인 모펍을 인수한다는 기사를 접한다. 페이스북에서 본인이 주창한 FBX와 정확히 똑같은 걸 트위터에서 시도하려는 걸 간파한 저자는 미디엄에 트위터와 모펍 인수에 관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한다. YC 시절 스타트업에서 했던 것처럼, 트위터와 모펍 양측에서 상당한 수준의 바이럴을 창출했고, 트위터 측에서 미팅을 제의한다. SNS 형태 회사 - 실시간 애드 익스체인지를 접목하려는 상황에서 저자만큼 전방위적으로 잘 아는 전문가는 없었고, 트위터는 저자에게 ‘고문’ 자격으로 합류해줄 것을 제안한다. 저자가 이를 수락하는 것을 끝으로 책이 마무리된다.
에필로그는 약 3년 뒤인 2016년 1월의 기록이다. 저자가 만든 FBX는 저자가 떠난 2013년 하반기부터 성장세가 본격적인 궤도에 올라 2014년 초에만 5억 달러의 신규수익을 냈다. 페이스북 뉴스피드를 제외하면, 역사상 가장 급격히 성장한 제품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페이스북의 전대미문의 성장을 가능하게 한 건 FBX도, CA도 아니었고, 기업공개 이후 수렁에 빠져 있던 기간 유일하게 출시한 제품 ‘네코’였다. 페이스북의 중독성 강한 뉴스피드를 페이스북 모바일 앱의 광고 인벤토리에 합친 제품이었는데, 모바일 디바이스의 급격한 성장세에 힘입어 대성공한 제품이 된다. PC시대의 유저 정보와 달리 모바일 시대 유저 데이터는 ‘앱’ 바깥을 벗어나지 못했고, 모바일 기반 타게팅 광고를 하려는 광고업자에게 당시 ‘유의미한’ 모바일 유저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는 기업이 페이스북이었기 때문이다.
500만 달러에 스타트업을 매각할 때 트위터로 합류한 두 엔지니어 동업자는 4년 베스팅 기간을 전부 채웠고, 인수 조건으로 받았던 주식이나 트위터 직원으로 받은 성과급 등으로 소위 말하는 ‘샌프란시스코 특권층 IT종사자’가 되었다. 반면 저자는 페이스북에서 베스팅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나왔으며, 입사 조건으로 받은 주식도 트위터보다는 훨씬 불리한 조건이었다. 직업 안정성과 보상 측면에서는 저자보다 두 명의 동업자가 더 성공했기에, 그 때의 계약앙금은 털어내고 말 트고 지내는 사이라고 한다.
책 중간중간에 언급되는 저자의 견해
소수가 지배하고 있어 정보가 극히 불균형적인 시장에서,
큰손이 시장가격을 수용하는 게 아니라 가격을 만들어갈 능력이 있는 경우
시장의 투명성을 높여서 큰손이 얻을 수 있는 건 별로 없다.
큰 시장의 일원보다는 작은 시장의 지배자가 되는 게 이득이다.
많은 시장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비효율적인 모습을 띠고 있는데, 이 비효율성이 시장을 이끌어가는 이들에게 단기적으로 큰 수익을 남겨주기 때문이다.
(월가와 실리콘밸리도 이 점에서 비슷하다)
스타트업 사업가는 ‘을’의 입장에서 협상하는 데 익숙해져야 한다.
글쓰기란, 필자가 자기 마음속 상태를 언어를 통해 타인의 마음으로 이식하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 언어를 발명한 건 더 사기를 잘 치기 위해서지,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아니다.
필자가 전하려는 것이 의미없는 허구일지라도,
상대방은 필자의 정신 속 감정의 깊이를 바탕으로 판단하는 게 아니다.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아름답고 자극적인 상상을 통해 판단한다.
스타트업을 꾸릴 만한 아이디어가 있다면,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라.
이게 성공하려면 몇 번의 기적을 이뤄야 할까?
0: 스타트업이 아니라 세탁소나 운수업 같은 일반적인 사업을 하려는 것이다. 이런 사업에서는 자본과 실행능력, 양방향 시장만 있으면 수익을 낼 수 있다.
1: 될성부른 스타트업이라면 가능한 것. 에어비앤비는 남는 방과 주말 별장에 생면부지의 남을 들여놓도록 사람을 설득하는 데 성공하는 사용자행동 차원의 기적. 구글은 현존하는 최고 검색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기술적 차원의 기적. 우버나 인스타카트는 웹이나 스마트폰을 통해 실생활서비스를 예약하고 사용료를 지불하도록 했고, 슬랙은 사람들이 친구와 대화하듯 작업할 수 있는 환경 – 사업상 작업흐름 차원의 기적 - 을 만들어냈다.
2개 이상: 스타트업의 아이디어가 형편없음을 알리는 고전적인 신호다. 하나의 기적을 일으키기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데, 2개 이상의 기적이 일어나야 성공하는 사업이라면?
실리콘밸리의 인맥은 즉홍적이고 유동적이다. 가볍게 친구 몇 명 사귀고, 블로그나 SNS로 성원받을 글 몇 편을 쓸 수 있는 사기꾼도 엘리트층의 일원으로 대접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쉽게 얻은 지위를 쉽게 잃을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물론 미국 동부 엘리트 출신이라면 공든 탑이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즉 누구든 올라가려 노력할 수 있지만, 굴러떨어질 때 받쳐 줄 게 아무것도 없는 곳이 실리콘밸리다.
일에 전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부류는 따로 있다. 취미생활을 규칙적으로 하고, 주기적으로 연인과 데이트하거나 가족과 일상을 보내는 부류는 절대 회사나 아이디어에 모든 걸 바치지 않는다. 아무리 파괴적인 혁신주의자 탈을 쓰고 있어도, 이들은 그저 자기만족적인 부르주아에 불과하다.
(도전을 선호하는 유형의 저자가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인상을 비교하며 남긴 표현)
스타트업과 대기업 간 인수계약이 실질적으로 진전되기 시작하면, 소통 경로는 두 가지로 갈라진다. 공식적 경로는 메일과 첨부파일로, 피인수기업의 창업자가 인수기업에 보내는 자료를 말한다. 반면 비공식적 경로는 비유하자면 ‘밀담’이다. 이메일이나 메세지 대신 전화통화나 직접적인 만남을 통해 이루어지며, 이때가 진짜 ‘스타트업 창업자’에게 단물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계약에서 자신의 위치를 지키는 협상이 이루어지는 방법이다. (캘리포니아는 통화내용 녹음이 불법이며, 증거로서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한다.) 다시말해, 이메일로만 소통했다는 건 ‘아무런 진전이 없다’는 것과 동일한 의미다.
당시 페이스북 데이터로 수익을 올리는 게 어려웠던 이유
1.. 사용자가 ‘상업적 가치가 있는 말’을 그리 자주 하는 게 아니다.
2.. 사용자 언어에 담긴 풍자, 은유, 중의 등을 전 세계 각국의 언어별로 이해하는 건 불가능했다
3. 워낙 많은 사용자 때문에, 극히 낮은 CPM으로도 수익은 꽤 괜찮은 수준이었다. 이 상황에서 ‘페이스북 가치의 혁신을 이룰 만큼 수익에 뚜렷한 변화를 주기는 쉽지 않았다’. 아이디어 대부분이 틈새 시장 사용자에게 도움을 주는 수준에 불과했기에, 페이스북의 규모를 키울 만큼의 파이를 만들어내기가 매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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