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2013 - 2014년에 이 책이 나왔으면 혁명이었겠지만, 2018년에 나와서 혁명이 아니다.
유튜브가 미디어 업계의 지각변동을 가져온 이유를 설명하고, 
유튜브 크리에이터의 성장역사를 조명하는 책.
유튜브와 유튜브 크리에이터의 성장 역사와 의의를 뒤돌아볼 뿐, 
미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말하지 않는다.

‘유튜브의 비즈니스 책임자’가 2018년에 전할 수 있는 이야기가 이것뿐인가? 의문이 드는 책



‘유튜브 레볼루션’이라는 신간 서평단에 선정됐었다. 미디어 플랫폼의 새 지평을 열었던 유튜브라는 회사 관계자가 쓴 책이었다고 해서 신청했다. ‘플랫폼 전쟁’이라는 책에서는 미디어 플랫폼 중 오리지널 콘텐츠를 주력으로 하는 넷플릭스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주로 다루었었다. 반면 UGC(User Generated Contents) 기반으로 성장한 유튜브는 미디어 플랫폼으로써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다시 말해 이 책에서 나는 ‘유튜브가 지향하는 미래’를 구체적으로 다룰 거라 예상했었다.
  
아쉽게도, 이 책은 유튜브의 미래에 지면을 별로 할애하지 않았다. ‘유튜브가 어떻게 성공했는가’, ‘미디어에서 소외받던 개인이 어떻게 유튜브를 통해 인생역전을 이루었는가’, ‘유튜브 크리에어터의 열정이 얼마나 강렬하며, 이들이 그리는 세상은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가’가 책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물론 유튜브라는 매체가 가져온 혁명은 거대하고, 높게 평가할 여지가 충분하다. TV나 라디오처럼 진입장벽이 높은 미디어 매체의 힘을 약화시켰고, 기성 미디어의 통제에서 자유로워진 개인은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인터넷의 사람들과 연결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미디어가 제시하던 가치관을 수용하던 시대는 종말을 고했고, 사람들은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매개로 자신과 비슷한 가치관이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커뮤니티를 형성한다. 성 소수자 유튜버가 올리는 콘텐츠에 성 소수자들이 반응하거나, 영화를 소개하고 평을 올리는 유튜버는 영화 마니아들이 모여 구독자가 되는 식의 커뮤니티가 활성화되고 있다. 유튜브는 너드(Nerd)가 소외되는 사회가 아니라, 비슷한 유형의 너드가 만나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는 사회의 기폭제 역할을 담당했다.

  
게임, 교육, 뷰티, 음악, 뉴스 등 여러 산업군에서도 유튜브가 새 지평을 열었다. TV에서 소외되던 게임은 유튜브 내에서 가장 큰 카테고리로 자리잡았으며, 게임방송으로 인지도를 쌓은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활동범위를 확장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How to 영상부터 대학교 강의에 이르기까지, 유튜브에서 제공되는 교육 콘텐츠는 유튜브 비판론자들이 말하는 ‘고양이 영상들’보다 시청 시간이 다섯 배는 많다. 뷰티, 패션분야는 국가별, 지역별로 강세를 보이는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다르며, 뷰티와 패션분야 소비를 이끌어내는 촉매제 역할을 해내고 있다. 뉴스의 경우 기성 미디어의 보도 방식을 거부하고 ‘진실’을 들여다보고자 하는 ‘바이스’와 같은 기업이 등장해 밀레니엄 세대의 호응을 얻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유튜브가 이 정도로 세상을 바꾸었다’는 평가를 2018년에 이르러서야 유튜브 비즈니스 책임자가 자평할 이유가 무엇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유튜브의 본거지인 미국은 유튜브 스타에서 실제 스타로 발돋움한 저스틴 비버의 사례가 2007년이었다. 지금으로부터 최소 10년 전이다. 이 책에서도 언급하는 싸이의 ‘강남스타일’ 신드롬이 불었던 시점은 2012년이다. 마찬가지로 최소 5년 전이다. 즉 미국에서는 이미 일반인이 피부로 와닿을 만큼 변화를 느끼기 시작한 게 늦어도 2010년대 초였으며, 한국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강남스타일 등을 통해 유튜브가 일으킨 변화가 얼마나 크고 대단한지 잘 알고 있었다. 이미 유튜브 관계자가 아니어도 유튜브가 일으킨 변화를 조명한 사람, 찬양한 사람이 많았다는 뜻이다. 새로운 커뮤니티 형성, 새로운 직업군 - 크리에이터 - 형성, 기성 산업군의 변화 유발 이외에 유튜브 비즈니스 관계자가 새롭게 내세운 의의가 없다면, 굳이 지면을 할애해가며 자평할 이유가 있었을까 싶다.
  
유튜브 크리에이터의 성장 역사는 너무 올드한 시점으로 설명했다. 동영상 플랫폼에서 ‘개개인의 아마추어 영상’이 갖는 상업적 가치를 유튜브가 보여준 것은 사실이다. 한국에서도 2007~8년 UCC붐이 일었듯, 유튜브가 처음 태동했을 때에는 차고에서 춤추는 동생을 찍은 영상, 대학교 기숙사에서 자기 얘기를 풀어놓는 대학생의 영상 등 일반인이 만든 신변잡기적인 영상도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할 수 있었다. 무료 동영상 플랫폼에서 고퀄리티 영상을 기대한 사람도 없었거니와, 다른 사람의 일상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호기심이 더 컸던 탓이라고 생각한다. 이 때부터 유튜브의 가능성을 꿰뚫어보고 프로처럼 노력한 사람들은 이 책에서 지면을 할애해 소개할 만큼 거대한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되었다.
  
그러나 지금, 과연 유튜브가 ‘개인이 올린 아마추어 영상’이 주목받는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시청자가 재미있게 보고 타인에게 공유할 의사가 생기는 영상이 ‘바이럴 콘텐츠’라는 이름이 붙고, 바이럴 마케팅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가 등장했으며, 크리에이터를 전문적으로 매니지먼트하고 콘텐츠를 관리하는 MCN(Multi Channel Network) 업체가 유행처럼 번졌다가 한 풀 꺾이기까지 한 게 2018년 현재다. 

이제 유튜브는 아마추어와 프로가 계급장 떼고 유저의 관심이라는 보상을 위해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경쟁하는 플랫폼이며, 유튜브 소비자도 초창기의 '호기심'때문에 남의 영상을 보는 게 아니라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보는 식으로 소비 형태가 변했다. 가뜩이나 변화가 심한 온라인 업계에서 플랫폼이 처음 만들어진 후 10년이 지났는데, 과거를 언급하면서 현재까지의 변화 추이를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도 매우 아쉽다.
  
책에서는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되기 위해서는 24시간 내내, 특정 시청자를 타겟으로, 꾸준히 영상을 업로드하는 하드워커여야 한다고만 소개한다. 당연하다 못해 진부한 소리다. 이 업무 강도가 살인적이다 보니 크리에이터를 매니지먼트해 주는 MCN의 필요성이 대두됐고, 회사가 필요 없을 만큼 크게 성장한 유튜브 크리에이터는 아예 본인 스스로 회사를 설립해 크리에이터가 해야 할 업무를 직원에게 분담했다. 크리에이터라는 직업군 하에서도 수많은 역할을 담당하는 사업체가 생겨나는 등 하나의 생태계가 구축되어 있는데, 이 책에서는 그런 내용을 하나도 언급하고 있지 않다. 유튜브 입장에서 이 생태계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떻게 협력하고 있는지 비즈니스 책임자가 언급하는 것도 의미있지 않았을까?
  
‘비즈니스 책임자의 집필’치고는 유튜브의 미래 전략 내용이 지나칠 정도로 부족하다. 넷플릭스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가 수익모델로 채택한 ‘유료 정기결제 시스템’이 스트리밍 업계에서는 표준처럼 자리잡고 있고, 유튜브도 ‘유튜브 레드’(현재는 유튜브 프리미엄)라는 정기결제 모델을 제시했다. 광고수익 모델과 정기결제 모델을 병행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유튜브의 방향성은 궁극적으로 무엇인지, 유튜브 레드가 넷플릭스에 비해 어떤 이점이 있는지 설명할 수는 없었을까? 유튜브라는 새 플랫폼이 혁명을 불러왔다고 자평한다면, ‘유튜브 레드’나 ‘유튜브 프리미엄’으로는 어떤 혁명을 일으키고자 하는지 비전이라도 보여줄 수는 없었을까? 무료 동영상에 익숙한 유튜브 사용자를 어떻게 유튜브 레드로 전환하고자 하는지, 넷플릭스나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와 다른 유튜브만의 오리지널 콘텐츠는 무엇을 주력으로 할 생각인지 책 전체를 읽어도 한두줄 정도에 그친다. ‘유튜브에서 활동하는 대형 크리에이터와 협력할 생각이다.’






에필로그에서 저자인 로버트 킨슬이 고백한 내용이 있다. ‘이 책을 쓰는 동안 새로운 사실을 깨닫게 됐다. 책에 담긴 이야기가 지닌 진정한 가치는 유튜브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새롭게 등장한 독립 크리에이터들과 기업인들에게 미래의 미디어 산업을 헤쳐나갈 가이드를 제시해주는 것이라는 점을 말이다.’ 이 한 문장에 저자가 이 책을 무슨 생각으로 썼는지가 드러난다. ‘유튜브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겠다’는 생각 때문에 앞 부분에 유튜브가 이뤄낸 변화를 자평했던 거고, 뒷 부분에 이르러서야 ‘유튜브가 가진 영향력에 비해 산업계에서 유튜브의 가치를 과소평가한다’는 사실을 지적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저자가 상정한 ‘유튜브에 대한 인식을 바꾸다’의 대상은 불특정 다수의 일반인이 아니었어야 한다. 저자 본인이 이미 에필로그에서 캄보디아 여행지에서도 어린아이들이 호텔 와이파이 카드를 통해 유튜브를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전세계 사람들이 인터넷만 있다면 유튜브를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고, 유튜브가 만들어낸 변화의 수혜를 몸으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크리에이터를 둘러싼 생태계라던가, 유튜브의 조회수나 크리에이터의 구독자 수가 기업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나았을 것이다. 
  
  
에필로그에 저자가 언급한 대로 “유튜브의 영향력은 알지만 그 가치를 어떻게 계산하고 돈으로 지불해야 할지 모르는 기업”을 위해 글을 구성했다면, 책 절반이 ‘이미 누군가가 다 이야기했던’ 유튜브의 의의로 채우는 상황은 없지 않았을까. 아니면 아예 유튜브라는 기업이 앞으로는 어떤 혁명을 일으키고 싶다는 비전을 제시했다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많이 남는 책이다.


댓글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