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의 총아, 엔비디아의 성공전략과 리더십을 조명하는 책
특별한 내용은 없다. 작고 빠른 조직, 수평적인 의사소통, 구성원에게 신뢰와 책임 부여, 뚜렷한 비전을 가지고 소통하는 리더 젠슨황의 능력이 언급된다.
기술에 타협하지 않고, 주도권을 잡을 수 없다면 과감히 포기하며, 최적의 방법을 찾아 원점에서부터 다시 생각한다.
한빛비즈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AI시대가 도래하면서 가장 주목받는 실리콘밸리 기업이 된 엔비디아의 성공 요인을 기업문화, 리더십, 전략 등 다방면에서 조명한 책. 이미 애플, 구글, 메타, 테슬라 등 빅테크 공룡이 된 기업들이 어떤 문화와 리더십으로 성공했는지 수많은 분석이 나와 있는 상황에서, 엔비디아는 과연 새로운 책을 쓸 만큼 차별화된 내용이 있었을까? 가 궁금했다.
사실, 책 내용의 대부분은 특별하지 않다. 다른 빅테크 기업의 성공사례로 치환해도 아무 문제가 없는 내용들이다. 예컨대 엔비디아에서 말하는 ‘제1원리 사고’란, 물리법칙이나 근본적인 사실을 제외한 모든 관념이나 인습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것을 말한다. ‘왜?’라는 질문을 집요하게 파고든 끝에 혁신을 만들어낸 방법론으로, 엔비디아의 경우 통상적으로 1년 걸리는 bring-up 기간을 6개월 이하로 단축하는 데 성공했다. 그렇지만 이건 수많은 IT 프로덕트 성공사례에서 지겹도록 언급되는 원칙이다. 광고집행의 혁신을 이끌었던 2000년대 초반의 구글 애드센스부터 공유경제 카테고리의 히트작이었던 우버와 에어비앤비가 그랬고, NASA의 틀에 갇히지 않기 위해 일론 머스크가 스페이스X에 적용한 방법이기도 하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 리더가 적극적으로 구성원 모두와 소통할 수 있는 올핸즈 미팅, 위계나 지위가 아니라 능력과 필요성 기준으로 자원과 정보를 분배하는 제도, 기술 중심의 리더십 전부 새로울 것 없는 내용이다. 회사 구성원에게 회사의 미션이 무엇이며, 리더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주기적으로 이야기하는 자리가 있고, 실패했을 때에는 질책하는 대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공유하고 회고하는 문화가 있다. 워낙 ‘좋은 기업문화’의 대표적인 예시로 알려져있기에, 소통 좀 한다는 스타트업을 표방하는 기업의 채용문구에는 반드시 들어가있는 제도이기도 하다.
흔한 키워드를 제외하고, 이 책에서 내가 느낀 엔비디아의 최대 강점은 ‘단순함’이었다. 소프트웨어 철학에서도 미덕으로 꼽히는 ‘단순한 구조’를 기업에도 그대로 적용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엔비디아에서 각종 미사여구를 빼고 보면, ‘가속 컴퓨팅’ 기술을 판매하는 기업이다. 가속 컴퓨팅 하드웨어로 GPU를 판매하고, 가속 컴퓨팅 소프트웨어는 CUDA를 비롯한 AI 플랫폼 / 솔루션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업 분야도 가속 컴퓨팅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인 3D 그래픽, 딥러닝(AI), 자율주행, 로보틱스에 집중되어 있다.
전문성을 가진 사업 분야가 ‘가속 컴퓨팅’으로 단순하고 명확하기에, 빅테크 기업치고는 압도적으로 적은 인원으로 회사를 운영할 수 있다. 구글, 애플, 메타, 마이크로소프트가 10만 명 이상의 인력으로 유지되는 반면, 엔비디아는 3만 명 수준이다. 1인당 생산성으로는 단연 압도적이다.
구성원의 수가 적다는 건, 불필요한 위계가 생기지 않도록 기업 조직도를 단순화할 수 있다. 즉 창업자가 자신의 철학을 바탕으로 기업을 매니징하기 쉽다. 그래서 엔비디아는, 필요한 인력이 필요한 조직에 쉽게 투입되고 해산하는 구조가 정착되어 있다고 한다. 책 소개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공식 조직도에 상관없이, 프로젝트나 제품 단위로 임시조직이 형성 / 해체되는 경우가 많다. 일종의 TF같은 느낌으로, 직책에 상관없이 프로젝트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면 PIC (pilot in command) 라는 이름의 책임자가 되는 방식이다. 업무에 필요한 정보는 위계에 상관없이 ‘필요한 조직 / 인물’에게 적시에 전달될 수 있는 단순한 구조를 추구하고 있다.
엔비디아 창업자인 젠슨 황은 30년간 CEO로 재직하면서, 자신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최적화된 환경을 만들어냈다. ‘우선순위5 메일’로 대표되는 회사 내 자원배분이 필요한 여러 사내 메시지를 받아서 적절한 곳으로 라우팅하고, 회사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리더 역할을 수행한다. 책에서 소개한 대표 예시는 ‘2015년 모바일 시장 철수 결정’이었다. 당시 모바일 시장은 일종의 시대정신이었기에, 엔비디아도 후발주자로 시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압도적인 시장지배자인 퀄컴을 이길 수는 없었고, 후발주자로 합류한 엔비디아는 미미한 점유율 싸움을 위해 출혈을 감당해야 하는 처지였다. 너무나도 매력적이고 거대한 시장이지만, 젠슨 황은 ‘가속 컴퓨팅’이라는 정체성에 보다 적합한 게이밍, 자동차, 딥러닝 등 비주얼 컴퓨팅 분야에 집중한다는 결정을 내렸고, 조직을 바로 개편했다. 급변하는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조직구조가 완성되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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