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상적인 현상 진단, 현실성 없는 대책만 담긴 책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인구구조의 붕괴, 사회구조의 붕괴는 필연이다.
‘가정’이라는 사회의 기본 구성요소를 청년세대가 더 이상 가치있게 느끼지 않고 있으며,
이는 ‘어떤 미래를 후세대에 물려줄 것인가’를 기성세대가 단 한 번도 제대로 고민하지 않은 결과물이다.
이 책은 2022년 10월에 발간되었다. 그걸 감안해도 전반적으로 이 책은 그다지 가치가 없다. 현상분석과 미래예측은 피상적인 수준이고, 이렇게 된 원인은 기성세대의 무능함 때문이며, 정부는 잘해야 하고 사회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게 해결책이다. 그만큼 현 사태가 답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작금의 상황이 위험하다는 위기의식만 앞섰을 뿐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깊게 고민한 흔적이 없는 책이다.
온갖 통계와 모델, 도표를 들이밀면서 장황하게 설명하지만, 인구구조를 분석한 결론은 간단하다.
뭐하러 이렇게 길게 종이를 할애해가며 썼는지 이해가 안 갈 정도.
교육: 학령인구 감소, 교육종사자들의 일자리 감소, 지방 교육기관이 유지하던 지역경제 상실
생산: 고령화로 인한 경쟁력 약화 / 생산성 감소, 기업투자 감소, 경제 기반인 제조업의 인재유치 어려움
사회: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전제가 붕괴됨 - 모든 종류의 사회갈등 증폭. 지방의 소멸과 수도권 집중화.
복잡한 모델과 통계를 들이밀 필요도 없이, 늘어난 인구를 기준으로 돌아가고 있던 모든 국가 시스템이 영향을 받을 것이다. 출산율이 낮아지면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결과다.
책에서는 기성세대의 사회적 통념인 ‘결혼과 출산’이 청년세대에게 더는 통용되지 않는 현상을 짚는다. 늦어지는 초혼, 낮은 출산율, 그리고 가정을 이룬다는 행위를 거부하는 ‘비혼’이 등장한 시점과 합계출산율이 곤두박질친 시점이 맞물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황을 이 지경으로 만든 원인으로는 결국 기성세대를 꼽는다.
자식세대에 물려줄 정신적 가치보다는, 물려주고 싶지 않았던 가난에 모든 것이 맞춰져 있어 미래에 관련된 논의가 거의 없었다.
기성세대가 어떤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지, 다가올 미래에는 어떤 가치를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
담론을 제시하지도,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지도 않았다.
‘사회적 평판이 좋은 자리’에만 매료되어, 그 자리에서 추구할 가치를 실천하기보다는 사회적 위치만을 삶의 목표로 삼도록 했다.
판사: 예컨대 ‘공정한 잣대로 억울한 사회적 약자를 법으로 보호한다’는 가치
의사: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는 환자를 치료하고, 아픈 이웃을 보살핀다는 가치
기성세대는 과연 이런 가치를 중요시했는가? 얼마나 실천해 왔는가?
국내외 사건사고나 정치이슈를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기는 요소로 인식해서, 가족간에도 대화해서는 안 될 소재로 치부했다.
갈등을 성숙하게 해결하는 모습을 가정에서, 사회에서 모범적으로 제시한 적 있는가?
이렇게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사회문제와 갈등이 쌓여가며 사회불신이 커지던 상황에서, 청년세대의 기성세대 불신에 쐐기를 박은 사건이 세월호였을지도 모른다고 추측한다. 친구의 죽음 앞에서 중요하지도 않은 안건을 내세워 이해할 수 없는 논리로 싸우던 기성세대의 모습에서 ‘가족도 사회도 날 지켜주지 못하니, 나 스스로가 내 삶을 지켜내야 한다’는 강한 불신이 생겼을 수 있다. 사회 유지를 위한 공공선을 아무도 제시하지 않으니, 자신의 생존에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하지 않는다. 전통적 가치관에서 ‘희생’과 ‘지켜내야 할 것’이었던 가정, 출산, 육아조차도 생존에 방해가 된다면 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는, 미래세대가 잃어버린 ‘가정’이라는 가치를 새롭게 정의할 수 있도록 기성세대와 사회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지속가능하지 않은 지금의 사회구조는 기성세대가 희생하면서, 미래세대가 안정적으로 지속가능한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게끔 문화를 바꿔주어야 한다는 결론으로 마무리한다. 기성세대는 기부를 많이 하고, 언론과 미디어도 비혼보다는 바람직한 기부문화나 가정과 출산, 육아의 가치에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한다.
미래세대에게도 ‘세월호 사건 때, 중요하지도 않은 일로 시간 허비하던 어른들만 기억하지 말아달라. 안타까운 현실을 통감하고, 묵묵히 잘못된 점을 고쳐서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한 어른이 더 많다.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큰소리만 치던 사람들은 절대 사회 주류세력이 아니었다’ 라고 읍소한다.
이 책을 혹평하는 제일 큰 이유는, 문제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내용만 있기 때문이다. 기성세대가 잘못해서 사회가 이 모양이 됐다는 비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기성세대가 양보해야 한다, 미래세대를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누구나 할 수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누군가는 희생해야 하는데, 본인들만의 독창적인 예측모델을 들고와서 ‘분석’하는 책이라면 ‘누가 어느 정도 희생해야 한다’는 주장까지는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옳고 그름은 둘째치고, 주장과 근거를 명확히 제시하면서 ‘문제를 어떤 식으로 해결하자’는 발제 정도는 제시해야 ‘대한민국의 붕괴를 막아야 한다’는 말의 진정성을 수긍이라도 할 수 있겠다.
갈등을 쌓기만 하고 제대로 해결한 이력이 없는 사회에서 ‘누가 얼만큼 희생해야 하는가’는 기성세대가 똑바로 논의하고 있는가?
마지막에 미래세대에 고하는 글이라면서 ‘세월호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큰소리치던 사람들은 주류 세력이 아니었다’라고 말하는 부분은 꼴보기 싫고 역겨웠다. 그 ‘안타까운 현실을 통감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한 어른들’이란 사람들은 세월호 이후 10년간 미래세대를 위해 어떤 사회를 만들어갔나? 그들이 투표로 뽑은 정치인들은 어떤 가치를 내세웠나? 그 가치는 누구에게 어떤 식으로 실현되었나? 이 책에서 기성세대가 잘못한 부분이라고 비판한 ‘젠더갈등의 정치적 이용’, ‘갈라치기’는 그 이후 10년간 그 기성세대가 부추긴 새로운 형태의 갈등 아닌가?
기성세대가 기부를 많이 하고, 언론과 미디어의 활동을 당부하는 부분에서는 이 책 저자가 미래세대의 지능수준을 어느 정도로 생각하는지 보이는 것 같아서 불쾌했다. 미래세대가 자신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들 때문에 선택한 삶의 방식이 고작 언론과 미디어의 세뇌와 같은 홍보로 바뀔 것이라 보는가? 가정을 꾸리고 육아하는 과정은 지금의 청년세대가 가족 구성원으로 살아오면서 그 대상이 되어 직접 겪은 일들이다. 가정을 꾸리는 일이 행복한지는 본인의 가족을 보고, 육아과정이 행복한지는 본인의 삶과 부모의 삶을 겪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비혼을 택하는 청년이 많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진정으로 안다면, 언론과 미디어 따위가 인식을 바꿀 수 있다는 식의 주장을 방법으로 제시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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