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시장이 성장한 2012년경부터 2022년까지, 유통시장의 온라인화가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 한 번에 파악할 수 있는 서적
온라인 유통시장이 어떻게 시장질서를 변화시켰는지를 유통 밸류체인의 각 주체
- 가전양판, 대형마트, 온라인 유통업체, OEM / ODM 등 생산업체 -
별로 살펴볼 수 있다.
쿠팡의 상장과 투자, 이마트의 이베이 인수 등 굵직한 이슈로도 온라인 유통시장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주는 안내서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다. 한국 소비자라면 지금쯤은 대부분 쿠팡의 로켓배송이나 쓱닷컴과 마켓컬리의 신선식품 배송을 이용해본 적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쿠팡의 상장, 이마트의 스타필드점 확장과 같은 뉴스도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일반 사람들과의 접점이 높은 유통업에서 지난 10년간 모바일과 온라인의 확장으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우리가 지금 경험하는 서비스에는 어떤 전략과 비전이 있는지 한 권으로 파악할 수 있다.
온라인 유통시장이 만든 유통업 지각변동
선요약
- 온라인 유통시장은 유형자산이나 고정비 지출이 상대적으로 적으므로, 진입장벽이 낮다.
- 모바일 시장이 커지고 결제 편의성이 개선되면서, 진정한 의미로 시간 / 공간적 제약이 없어졌다.
- 가격이 제로마진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업계 전반적으로 수익성은 낮아지는 추세.
- 영업이익률이 중요하지 않고, 시장점유율과 총매출 (거래액) 이 핵심이다.
높은 트래픽은 다양한 비즈니스로 연결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받기 때문. - 따라서 경쟁이 격화되었고, 기존 시장참여자가 구축한 비즈니스 모델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시장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백화점 등) : 부지와 건물이 필요한 장치산업.
높은 진입장벽과 규모의 경제효과를 이용해서 경쟁자의 시장진입을 막고, 안정적으로 마진을 확보할 수 있었다. 큰 자본을 들여 매장 건물을 지으면 근처 거주민을 자연스럽게 소비자로 둘 수 있고, 규모의 경제는 생산자(벤더) 에게서 물건을 더 싸게 매입할 수 있게 했다.
따라서 유통업체는 시장점유율이 높은 자가 최종 승자가 된다. 국가별로 로컬 승자가 있고, 한 번 자리잡은 업체의 점유율을 빼앗기는 어려웠다. 한국의 경우 외국 유통업체가 패퇴한 뒤 2000년대를 거치며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의 과점 체제가 자리잡았다. 백화점은 신세계, 롯데, 현대의 과점 체제가 살아남았고, 뉴코아 / 애경 / 지역백화점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온라인 유통시장 (쿠팡, G마켓, 11번가, 티몬, 위메프 등) : 영업이익률보다는 시장점유율이 잠재가치를 인정받는 산업.
부지와 건물같은 유형자산이나 고정비 지출이 적다. 쿠팡의 거래액은 22조이지만 유형자산은 약 1조로 평가받고 있는데, 총매출과 유형자산의 규모가 비슷한 백화점과 비교하면 거래액 대비 유형자산의 비율이 매우 낮다. 이베이코리아의 경우 연 거래액이 대략 10조, 유형자산은 630억 수준이었다.
영업이익률은 ‘지출한 / 투자한 비용 대비 얼마나 효율적으로 수익을 내고 있는가?’ 라고 해석할 수 있는 지표다. 오프라인의 경우 좋은 입지일수록 투자비가 높기 때문에, 투자로 확보한 “한정된 장소"와 “제한적인 영업시간" 내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수익을 냈는지가 중요하다. 하지만 온라인의 경우 애초에 투자할 비용이 오프라인 대비 턱없이 낮고, 시간과 공간의 제약도 없다. 따라서 온라인의 경우 ‘얼마나 많은 트래픽 (시장점유율) 을 발생시키고 있는가' 가 가치평가의 중요한 요소다.
진입장벽이 낮으므로, 유통사업의 핵심인 ‘모객'에 성공한 타 업체가 경쟁자로 부상할 수 있다.
- SK그룹의 11번가
- 네이버쇼핑
- 카카오커머스 등
온라인 유통에서 가장 중요한 '모객'을 이미 다른 서비스에서 완성해놓은 사업자들이다. 일반적으로 온라인 유통은 소비자와 판매자를 연결하고 중개수수료를 받는 비즈니스 모델을 사용해 왔는데, 이들은 중개수수료를 메인 수익모델로 삼지 않는다는 특징도 있다. 후술하겠지만 네이버쇼핑의 경우 아예 판매자 수수료를 업계 최저 수준으로 설정했고, 구매자에게는 네이버페이 포인트를 환급해주고 있다. 중개수수료가 비즈니스 모델이었다면 불가능한 전략이다.
따라서 기존 온라인 유통업체도 중개 수수료 중심 비즈니스 모델을 고수할수록 가격경쟁력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는 상태다. 시장점유율을 손쉽게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은 최저가 판매인데, 중개수수료가 포함되면 가격이 오르기 때문.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거나 수성하기 위한 전략이 맞부딪히고 있는 상황이다.
어떻게 유통시장의 온라인화가 진행되었나
선요약
- 판매상품의 온라인화: 규격화가 가능한 상품일수록 빠르게 진행되었다.
- 소비자의 온라인화: 스마트폰의 보급 /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결제시스템의 편의성이 강화되며
PC 온라인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영향력이 확대되었다.
가전양품 유통업체 : 진퇴양난
가전양품은 공산품 중 규격화가 가장 잘 되어 있으며, 제품 스펙과 제조업체가 소비자의 핵심 고려사항이다. 핵심 고려사항을 만족한다면 소비자는 가격이 저렴한 판매자의 상품을 택한다. 이 특징 때문에 가전양품은 온라인 유통업체에서 마케팅 미끼상품으로 파격 할인하기 가장 만만한 품목이었다.
따라서 하이마트와 같은 가전양품 유통업체가 제일 먼저 온라인화의 타격을 받았다.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시작한 시점인 2012년부터 매출과 영업이익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결국 온라인화가 진행되면서 제품 가격이 낮아지고, 수익성이 악화되는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하이마트의 경우, 많은 유통업체가 온라인에 대응하는 방식인 ‘옴니채널'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오프라인 매장에서 확인할 수 있거나 배송한다) 로 대응하고 있으며, 적자를 줄이기 위해 롯데마트에 입점한 하이마트 숍인숍을 조금씩 철수하고 있다. 조금씩 진행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롯데마트는 하이마트가 숍인숍 형태로 입점하면서 발생하는 매출액 규모를 포기할 수 없기 때문. 롯데마트도 온라인화의 수혜를 보기보다는 손해를 보는 상황이다 보니..
가전양품이라는 상품 자체는 성장여력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 성장여력이 진짜 있는지, 얼마나 있는지 예측이 불가능할 뿐이다.
- 2015년 미세먼지 이슈 - 공기청정기, 에어컨 수요 증가
- 코로나 이슈 - PC, 노트북 등의 수요 폭증
- 기술 발달 - 의류건조기, 스타일러, 무인청소기 등의 시장성 확보
전반적으로 미리 예측하기는 쉽지 않은 카테고리이지만, 미국에서 성공적으로 옴니채널 전략을 정착시킨 베스트바이 사례가 있는 만큼 온라인화로 변하는 시대흐름에 어떻게 대응하는지가 중요한 곳.
백화점: 브랜드로 소비 헤게모니가 이동하는 상황에서 온라인화로 이중고.
백화점이 그룹 매출을 견인하던 시기에 신규 투자했던 매장이 온라인화로 기대만큼의 수익을 거두지 못하고 있으며, 해외명품 수요가 증가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되는 중이다.
해외명품은 백화점에서 판매수수료가 낮은 편에 속하는데, 이마저도 브랜드가치가 높은 상품은 백화점에 입점하는 대신 “청담동 명품거리"처럼 자체적으로 소비자와의 접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소비자가 온라인 해외직구 채널로 빠지는 것도 수익성 악화에 일조한다.
미국, 일본의 경우 온라인화로 시장이 변하면서 경쟁력을 상실한 백화점 사례가 많다.
하지만 저자는 한국은 백화점 채널이 부진하더라도 크게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 근거로 세 가지를 들었다.
- 국내 유통시장은 자본집중이 심한 편이다.
미국의 경우 백화점 업체는 메이시스, 시어스 / 할인점은 월마트, 코스트코,
일본의 경우 백화점 업체는 미쓰코시, 이세탄 / 할인점은 이온, 세븐앤아이홀딩스. 즉 채널별로 서로 다른 사업자가 경쟁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신세계그룹, 롯데그룹은 백화점과 할인점뿐만 아니라 모든 유통채널을 다 가지고 있다. 소비자는 자신의 소득과 소비성향에 따라 판매 채널을 선택하는데, 할인점, 창고형 매장, SSM, 백화점, 편의점까지 모든 채널을 다 가지고 있는 사업자가 한국에는 둘이나 있다.
- 부동산을 직접 소유하고 있다.
초기 비용부담이 큰 대신, 임차기간의 종료나 매각 등의 불확실성 이슈가 전혀 없다.
보통 매출성장률보다 임차료 성장률이 더 큰 경우 수익구조가 악화되지만, 부동산을 직접 소유했으므로 문제되지 않는다.
- 한국 백화점은 직매입이 아니라 수수료 기반 비즈니스 모델이다.
악성재고나 턴오버 부담을 덜 수 있다.
중간 유통업체(수입브랜드 MD) : 비즈니스 모델 자체의 위협
글로벌 브랜드가 온라인으로 국내에 진출할 것인지 조사하거나, 인지도를 개선하거나, 직접 진출할 것인지의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정도로 온라인 시장이 활성화되어 있다. 수입브랜드 MD를 거쳐서 상품을 판매할 필요가 없어진 셈이다.
신세계인터내셔널의 경우 2016년 관리브랜드 60개에서 2020년 36개로 줄어들었다.
대형마트: 오프라인의 마지막 보루
롯데마트, 이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에서 취급하는 상품 중 규격화가 어려워 온라인으로의 전환이 가장 느렸던 상품은 식품이었다.
한국의 온라인 신선식품 배송시장은 2018년 들어서야 쿠팡의 점유율 확보를 위한 역마진 정책을 기점으로 크게 상승했는데,
현재 신선식품 배송을 위한 안정적인 인프라
- 대량구매로 가격경쟁력 확보, 전용 물류센터로 신선도 유지, 당일배송이 가능한 배송인프라 확보
를 구축한 사업자는 이마트가 유일하다. 콜드체인 방식의 물류창고를 구축한 사업자는 이마트와 롯데마트뿐이며, 쿠팡과 마켓컬리는 신선식품을 대규모로, 신선도를 보장하며 유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투자하는 중이다.
미국 월마트는 신선식품 카테고리에서는 온라인 시장에서도 아마존에 승리한 것으로 평가받는데, 최소한 식품군에서는 대형마트가 구축한 오프라인 점포가 사업 근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볼 수 있다.
- 온라인 식품 유통의 허브 역할이 가능하다는 점
- 신선도가 떨어진 상품의 재고처리가 가능하다는 점. 온라인은 신선도가 떨어지면 판매 자체가 어려워진다.
- 고객의 신뢰도를 높이며, CA저장고가 있을 경우 대규모 입도선매 방식으로 가격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
이마트는 온라인 모객처로 SSG.com을 활용하고, 이마트 오프라인 매장의 일부를 물류센터로 변경하는 PP센터의 확대하는 한편 신규 점포확장을 계획하는 등 공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가 매장을 축소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온라인 유통시장 삼국지. 쿠팡 / 네이버 / 이마트
온라인 유통시장에서 공산품 비중은 대략 80%, 신선식품 비중은 대략 20% 정도 된다고 한다.
네이버 :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중개자
가격비교 서비스로 트래픽을 장악한 뒤 쇼핑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식으로 성장해왔음.
- 가격비교 서비스가 성공적으로 안착한 이유는 ‘파편화된 오픈마켓 시장’.
”저렴한 물건을 손쉽게 구매하고 싶다”는 니즈를 충족시키면서 사용자를 끌어모았다. - 검색시장과 쇼핑시장을 둘 다 점령한 사례는 흔치 않은데 (미국: 구글 - 아마존, 중국: 바이두 - 알리바바)
네이버는 두 개를 성공적으로 잡은 상태 - 비즈니스 모델: 가격비교로 유입된 거대한 트래픽으로 광고/마케팅 수익. (현재 네이버 수익의 50% 규모)
- 사업방향: 국내 최대의 온라인 유통 플랫폼 업체.
셋 중 순수 매출액 규모는 가장 작고 거래액도 경쟁자와 많이 겹치지만,
플랫폼인 만큼 공생관계인 판매자가 많다.
쿠팡 : 공산품 온라인 시장의 1인자
압도적인 자금력과 투자로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렸고, 현재 유통시장에서 최대의 바잉파워를 가진 업체. 2020년 기준 매출규모 1위. 순매출 14조, 거래액은 22조.
애경산업, 아모레퍼시픽, 네오팜 등 메이저 생활용품 업체의 쿠팡향 매출비중이 높다.
LG생활건강과 클리오가 가격통제 이슈로 쿠팡에서 철수할 때, 이들의 쿠팡매출 비중이 50% 넘었었음.
- 상품 카테고리를 확대하고 있으며, 바잉파워를 토대로 원가율을 낮추고 있다.
19년 이후 영업적자폭을 줄이는 데 성공 → 중장기 흑자전환 가능성을 보여줬음. - 물류시스템 + 배송시스템을 전부 내재화.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었지만, 고정비로 정착시키는 데 성공했음.
CJ 택배파업이라던가 배송비 인상 등의 리스크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 쿠팡에게 식품 배송은 카테고리 확충 + 마케팅 성격이 강하다.
가격, 원가, 신선도, SKU 등에서 이마트에 확연히 밀림.
이마트 : 식품 온라인 시장의 1인자
오프라인 유통업계 1인자. 물류인프라를 기반으로 식품 온라인 시장에서의 1인자.
SSG닷컴: 거래액 4조이지만, 이 중 2조가 식품 온라인 배송. 식품온라인 시장의 점유율 8%
- 네이버와 지분교환하는 식으로 협력. SSG의 풀필먼트 시스템에 네이버의 모객, 집객능력을 십분 활용할 목적.
- 이마트의 공산품은 백화점 비중이 절반이다. 쿠팡과 직접적인 경쟁품목이 아님. SSG의 공산품 역량도 쿠팡에 비해 떨어진다.
이마트의 이베이코리아 인수 의미는?
→ 식품 온라인 시장에 머무르지 않고, 공산품을 비롯한 전체 온라인 유통시장에 참전하겠다는 신호. → 산술적으로는 온라인 유통 점유율 2위 업체가 되었음. 쿠팡, 네이버와 전면전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있음.
- 모객을 위해 네이버에 의존할 필요성이 약화된다. 스마일클럽 고객이 약 270만이고, 이베이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10% 정도 된다. SSG의 식품배송 시스템을 제공할 수 있는 소비처로 이베이코리아가 보유한 점유율과 스마일클럽 회원을 확보했다.
- 이베이의 주력 상품은 공산품. 공산품이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쿠팡과의 경쟁이 불가피해진다. 공산품=쿠팡, 식품=이마트 로 정립된 질서에 변화가 찾아올 수 있다.
- 아마존도 직매입 상품의 매출보다는 물류시스템을 활용한 풀필먼트 서비스로 매출비중을 옮기고 있다.
- 숙련된 IT 전문가 수혈. 온라인 유통업에 필요한 인재풀을 확보했다는 평가도 있다.
우려되는 점
- 이베이는 2020년 거래액이 정체되면서 19년 시장점유율 12% → 20년 10%로 내려앉았음. 코로나 시기에 네이버, 쿠팡, 배민의 거래액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이베이의 성장세는 분명 아쉬운 상황.
- 쿠팡의 역마진 정책에 대항하려면, 상당한 수준의 비용지출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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