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고 기록하는, 경제학과 출신 개발자의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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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96

인구대역전

글로벌 경제 관점에서, 지난 30년의 인구변동과 세계화 추세는 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디플레이션 요인이었으나 앞으로는 인플레이션 요인이 될 것이다. 중국과 동유럽의 세계시장 편입은 노동시장에 강력한 초과공급을, 자본시장에 초과저축을 촉발했으나, 이들 국가의 저출생 / 고령화, 세계경제의 블록화는 인플레이션을 가속화하는 요인이다. 고령화된 인구(피부양계층)는 생산보다 소비를 많이 하는 ‘소비자’ 계층이며, 특히 이들의 수요가 높은 돌봄의료 서비스업은 자동화가 어려운 노동집약적 의료산업이다. 중앙은행의 ‘성장을 유지하며 인플레이션을 잡는다'라는 역할은 고금리로 인한 경기침체를 좋아하지 않는 정치인과의 갈등관계에 놓일 것이며, 부채의 함정을 탈출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다. 글로벌 단위의 거시경제 차원에서 ‘인..

세줄요약 독서 2023.10.18

지금 여기, 무탈한가요?

충분한 근거와 논리 없이, 감성에만 의존한 채 사회문제를 비판하는 책주장의 도덕적 우월함을 무기로, 자신과 대립하는 의견의 배경을 이해하려는 시도를 전혀 하지 않는다.놀랍도록 시대착오적이고, 사고의 깊이가 없다. 약자가 더 고통받지 않도록, 불공정한 상황이 지금보다 나아질 수 있도록 한국 사회의 몇 가지 문제점을 발의하는 정도의 책이다. 딱 ‘발의'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으며, 저자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기 위한 구체적인 근거나 이성적인 논리는 전혀 없다. 하나의 주제에서도 의도적으로 논점을 흐리는 식의 전개가 많이 보인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무책임하게 글을 썼나 싶을 정도. 예컨대 한국의 ‘교육’ 문제에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건 크게 두 가지다. 1. 누군가의 학력으로 그 사람의 인생을 재단하려는 불합..

세줄요약 독서 2023.09.09

권력의 원리

권력이란 ‘타인이 가치 있게 여기는 자원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으로, 누군가의 소유물이나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라 ‘객체와 객체 사이의 역학관계'를 의미한다. 권력은 ‘견제와 책임’이 정상적으로 동작해야 불편부당하게 쓰일 수 있으며, 공평한 분배가 필요하다고 설파한다. 기업 경영진은 권력을 노동자에게도 분배해야 하고, 국가 권력은 언론과 시민의 견제가 필요하다는 식이다. 권력의 특징 분석은 그런대로 합리적이지만, 저자가 주장한 ‘권력의 통제 방법’은 근거와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권력을 ‘분배'하면 견제된다는 논리에 수긍할 수 없다. ‘힘과 권력’이라는 단어는 사회에서 일종의 암묵지로 쓰인다. 굳이 의미를 정의하지 않아도, 대충 어떤 뜻이겠거니 각자의 교육과 경험으로 해석할 수 있는 종류의 단어다...

세줄요약 독서 2023.08.24

개발자 원칙

‘시니어 개발자' 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업(業)’에 관한 이야기. 개발자 커리어에서 겪을 수 있는 현실적인 고민을 볼 수 있다. 엔지니어와 서비스개발자 사이에서 균형잡기, 코드 매니징에서 휴먼 매니징으로 확장하기, 자신에게 잘 맞았던 성장방법 찾기 개발자 임원면접 준비하는 취준생이라면 읽어볼 만 하다. 임원면접의 면접관으로 들어갈 만한 경력과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생각이기 때문. 주니어 개발자 입장에서 재미있게 읽었다. ‘시니어 개발자'라는 키워드로 묶여 있지만, 각각 마주한 문제와 해결하기 위한 논리적 사고의 출발점이 달랐기 때문이다. 각 챕터에 할당된 9명의 인터뷰이 성향이나 특색도 글에 그대로 반영돼 있어서 읽는 맛이 있었다. 예컨대 첫 장의 박성철 님과 마지막장의 박동수 님의 글은 같은 책이라는..

세줄요약 독서 2023.04.11

오늘은 짠테크 내일은 플렉스

스스로 분석하고 생각할 능력을 빼앗는 재테크책 예상독자를 누구로 상정할 것인지 고려한 흔적이 전혀 없는, 유튜브 콘텐츠의 짜깁기 서적 ‘저축 열심히 하고, 불굴의 의지로 똘똘 뭉쳐서 아파트 사라'가 이 책 내용의 전부다. 근거는 없다 헛웃음 나오게 하는 책이 참 오랜만이다. 경제분야 베스트셀러라서, 요즘처럼 혼란스러운 시기에 사람들이 어떤 내용을 읽는지 궁금해서 샀었다. 읽지 마라. 그냥 이 저자의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는 게 나을 것이라고 감히 주장한다. 이 책은 총체적으로 문제투성이다. 이 책의 주장은 아주 간단하다.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돈 열심히 모아서 집 사라' 이다. 불필요한 지출 줄이는 방법이 ch1 ‘고치기’, 돈 열심히 모으는 건 ch2 ‘모으기’, ‘집 사라'는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

세줄요약 독서 2023.02.26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빈약한 나의 지성 수준으로는 이 책의 내용을 세줄요약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온전히 이해하려면, 대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맥락을 알아야 한다. 거칠게 요약하면 맥락이 없어져서 의미 전달이 되지 않고, 앞뒤 맥락을 담으면 더 이상 요약이라고 볼 수 없게 된다. 230118 어렸을 때 이어령 교수의 ‘생각에 날개를 달자' 라는 청소년 전집을 매일같이 읽었었다. 그땐 그저 책이 재미있어서 몇 번이고 계속 읽었을 뿐 저자에 큰 관심은 없었는데, 머리가 커진 뒤 사회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나니 ‘이분은 정말 위대한 지식인이었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됐었다. 내가 기억하는 2000년대 초반 청소년전집 속 화자인 ‘이어령 교수님' 말고, 성인을 대하는 ‘지식인 이어령'의 모습이 궁금해서..

세줄요약 독서 2023.01.18

부의 골든타임

경기 변동을 부채의 누적과 청산 (버블의 생성과 붕괴) 관점에서 설명하며, 미 연준의 금리정책과 양적완화가 경기 사이클에 역사적으로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확인한다. 연준이 통제할 수 없는 변수인 ‘빅테크 기업의 고용시장 파괴, 양적완화의 부작용인 빈부격차 심화, 유가와 원자재 가격, 중국의 버블과 유로의 결집’을 짚어보고, 연준의 금리정책과 양적완화 정책이 가진 능력과 한계를 설명한다. 투자 전략서라기보다는 경제 교양서적에 가깝다. 금융위기 이후부터 코로나 팬데믹 시점까지의 세계 경제 흐름과 미 연준의 전략을 훌륭하게 설명하지만, 개인의 투자 전략은 ‘관성에 따른 믿음을 경계하고, 리스크를 좀더 예민하게 관리해라' 정도에 그치기 때문. 대학교 경제학과에서 교양서적으로 쓰면 정말 좋을 것 같다고 느낀 책이..

세줄요약 독서 2022.05.31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알랭 드 보통 이전의 저서 ‘관계'에서 주장하는 바를 한 가정의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낸 소설. 낭만주의가 주창하는 결혼과 사랑은 ‘연인과 부부는 서로를 완벽히 이해한다'는 잘못된 가정에서 출발했으며, 사랑의 과정과 이벤트에 주목하고 결혼을 ‘그 이후 그들은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라는 식의 결론으로 귀결함으로써 모순점을 덮었다. 완벽할 수 없고, 완전하지도 않은 두 사람이 결혼이라는 제도로 함께하려면 어떤 관점과 마음가짐이 필요한지를 거울치료로 보여준다. 알랭 드 보통의 책은 요약이 쉽지 않다. 요약은 보통 글의 핵심을 추출해서 재구성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글이 하나의 유기체처럼 쓰여 있어서 주장과 근거, 예시에서 핵심만을 추출해 재구성하기가 어렵다. 이 책도 인간의 불완전함, 낭만주의적 관점의 사랑이 가..

세줄요약 독서 2022.05.13

판교의 젊은 기획자들 - 존재하지 않던 시장을 만든 사람들

기존의 시장질서에 도전하며,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고 현실로 만들어가는 개척자들의 이야기. 뱅크샐러드, 당근마켓, 콴다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존 시장에 균열을 일으키며 사업기회를 포착해낸 기업에게는 어떤 원칙과 전략이 있었는지를 설명하는 필드매뉴얼 / 해설서 표지의 ‘판교 매출 100조 / 연봉 상한선 없는 땅'에 속아서 이 책을 고르면 안 된다. 판교의 평균매출과 연봉규모는 이 책에서 소개하는 당근마켓이나 뱅크샐러드가 아니라 네이버 / 카카오 같은 IT 대기업이 담당하고 있으며, 이들의 현재 문화나 전략은 초창기의 기업가정신과 다르기 때문. 기존의 시장질서에 과감히 도전하고, 균열을 내며 성장하고 있는 요즘 스타트업을 소개한다. 어떻게 이들이 처음 기회를 포착했는지, 어떻게 기존 시장의 질서를 파고들었으..

세줄요약 독서 2022.04.30

좋은 주식 나쁜 주식

220418 좋은 기업과 나쁜 기업이 곧 좋은 주식과 나쁜 주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좋은 기업이라 해도 투자 매력도가 낮은 주식이 있고, 나쁜 기업이라 해도 시세차익을 위한 단기투자에 적합한 주식이 있다. 객관적인 투자지침서는 될 수 없고, 교수이자 투자전문가 중 한 사람의 의견으로만 보는 편이 좋다. 주식시장에 입문하려는 대학생에게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처'로서의 전통적인 기업을 추천해주는 정도의 의의가 있는 책. 객관적인 시각을 담기 위해 노력한 책이라기보다는 저자의 주관이 강하게 담긴 주식 기초강의에 가까운 책이었다. 일반론의 관점에서는 맞는 말이 많았지만, 개별 기업의 펀더멘털 진단이나 주가 예측에서는 현실과 다르거나 저자의 주관이 많이 포함되어 있었다. 저자에 따르면, 좋은 기업과 좋은 주식..

세줄요약 독서 2022.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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